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로맨틱 홀리데이-무적의 솔로부대도, 닭살 커플 여러분들도 모두 모두 오세요~!

송씨네 2006. 12. 16. 15:05
이 영화는 이런 내용이야!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영국에 사는 아이리스는 신문사에 웨딩칼럼을 쓰는 잘나가는 기자입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은 결혼을 챙기기는 커녕...

자신의 남친이었던 사람의 결혼소식을 취재해야 할 판입니다.

 

한편 지구에서 반바퀴 돌아 미국으로 가면 미국에 사는 아만다는 영화 예고편을 만드는 제작사 사장입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남친에게 버림받았습니다.

또다른 여자를 옆에 차고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지요.

 

이대로 크리스마스를 지내기에는 기분이 참 엿같을지도 모릅니다.

아만다는 집을 바꾸어 잠시 생활을 할 수 있는 '홈 익스 체인지'라는 사이트를 통해 아이리스와 집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딱 2 주동안만...

아만다는 영국으로, 아이리스는 미국으로 갑니다.

그런데 남자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던 그녀들에게 사내들이 나타납니다.

아만다에게는 아이리스의 오빠인 그레이엄이, 아이리스에게는 아만다의 같은 직종의 동료인 마일즈가 나타납니다.

 

엿같은 일상, 우울한 크리스마스가 훈훈해지는 순간입니다.

이 영화... 난 이렇게 봤어!

별님의

생각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낸시 마이어스의 영화는 참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평범하게 만들려는(?) 그녀의 노력은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상한 초능력을 가진 광고회사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왓 위민 원트'라던가 황혼의 로맨스를 다룬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까지 낸시 마이어스의  나이는 오십이 넘어가는 나이지만 영화는 마치 베테랑 감독의 연출실력에 시나리오는 젊은이들 뺨치는 수준이다.

 

이 영화도 매우 범상치 않은 영화이다.

집을 바꾸어 생활하는 두 나라의 평범한 여성들과 그녀들에게 나타난 남자들의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사랑에 버림받았다는 두 여인의 공통점은 서로를 위로하기에 좋긴하지만 그러나 이런 그녀를 위로하는 사람은 바로 이 외간남자들이다.

 

아만다는 자동차가 들어오기 버거운 시골 동네를 여행용 가방을 낑낑거리면서 눈길쌓인 길을 왕복 2차선(?)으로 확장공사를 하며 오고 있었고 아이리스는 차들이 들어오는 대문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 우왕자왕한다. 마치 시골쥐가 서울에 있는 서울쥐를 만나 서울을 체험하고 반대로 서울쥐가 시골을 체험하는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는 분명 사랑를 이야기하지만 또다른 이야기도 하고 있다.

바로 영화에 대한 존경이다.

'영화'가 '영화'를 존경한다니?

사실 이 영화에는 4명의 서로 다른 남녀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바로 영화속에서 왕년의 시나리오 작가역으로 등장한 아더가 바로 또 한명의 주인공이다.

아더는 자신을 기리는 의미에서 후배, 동료 영화인들이 '아더의 밤'을 제안하지만 늙그막에 주책이라면서 거부를 한다. 그런 그를 다그치고 도와주는 것은 영국에서 온 아이리스였다.

미국이던 한국이던 원로 영화인에 대한 대우는 매우 관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국영화도 그렇고 헐리웃 영화도 그렇고 원로 영화인들의 힘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발전되는 모습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낸시 마이어스는 어쩌면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간접적으로 아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아이리스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존경심이 나타나는 부분은 또 있다.

마일즈의 직업이 그것을 이야기한다. 바로 극중 마일즈의 직업은 영화음악 제작가인 것이다.

그의 등장도 유난히 시끌벅적하게 차안에서 흘러나오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시네마 천국'(1988)의 러브테마로 시작한다.

거기에 DVD 샵에서 '불의 전차'(1981), '죠스'(1 편/1975),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 등의 영화음악을 거론하며 입으로 테마를 연주하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한다. 더 가관은 '졸업'(1967)에서 나온 사이먼 & 펑클의 명곡 'Mrs. Robinson'을 언급할 때는 가게 뒤편으로 '짠~'하고 나타나는 더스틴 호프만의 쌩뚱맞은 카메오도 볼 수 있다.

('졸업'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Sound of Silence'를 우리는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그들은 로빈슨 부인을 찾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삽입곡 목록에서 잭 블랙이 불러대던 그 영화 OST 역시 확인이 가능하다! 극중 아더가 아이리스에게 좋은 영화라고 이야기했던 영화 리스트만큼이나 마일즈가 흥얼거리고 부른 영화 음악들도 강추이다!)

 

또한 아만다의 직업을 언급할 때도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으니 일명 예고편 식 '아만다의 인간극장'이 되겠다. 아만다의 직업은 앞에도 언급했듯이 예고편 제작자...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용이 감독('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처럼 CF와 영화 제작 뿐만 아니라 영화의 예고편을 아예 따로 제작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헐리웃은 당연히 분업화 되니 그런 것쯤이야...)

그런데 이 예고편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영화 주간지 FILM 2.0 이나 씨네 21, 혹은 인터넷 검색을 자주 접했다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바로 '돈 라 폰테인'으로 미국에서 개봉되는 대부분의 영화의 예고편은 그가 담당하는 목소리이다.

아만다가 제작한 영화 속의 영화의 예고편 목소리도 그의 목소리이며 아만다가 고민을 거듭할 때 마다 등장하는 '아만다의 인간극장' 예고편의 주인공도 바로 이 사람의 목소리이다.

이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더 썸머어어~!'라고 악센트를 높여주는 그만의 독창적인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이 작품의 예고편 역시 '돈 라 포테인'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분명한 사실은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영화가 맞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케롤부터 시작하여 거리에 눈이 덮혀 있고 엔딩은 그들만의 송년파티로 막을 내린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이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와 많이 흡사하다는 부분이다.

그것도 그럴것이 워킹 타이틀은 영국의 유명한 영화사인데 사실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과 영국이다.(실제로도 이 영화는 영국과 미국에서 촬영하였다. 영국 장면에서 나타나는 금문교나 빅뱅이 그것을 잘나타내고 있지 않은가?) 영국이 등장하는 장면은 유난히도 로맨틱 적인 요소가 가득하고 이는 워킹 타이틀이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와 흡사하다.

그렇다고 낸시 마이어스가 생각없이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헐리웃 적인 감각도 이 영화는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아만다가 일하는 회사의 분위기는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오리지널 헐리웃...

바로 그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카메론 디아즈는 너무 이제 늙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타이타닉'에서 푸짐한 몸매(?)를 자랑한 케이트 윈슬렛은 나날히 예뻐지고 있다.(이게 의외이다!) 쥬드 로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더 섹시해지고 있고, 잭 블랙은 그동안 코미디 영화에서와는 달리 점잖고도 잭 블랙답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는 홀로인 이른바 '솔로 부대'들이 봐도 좋고 닭살 행각을 펼치는 연인들이 봐도 좋은 작품이다. 솔로들로써는 이 작품을 보면서 희망을 얻게 될 것이고 연인들은 변치 않은 사랑을 맹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극장을 향하는 솔로부대와 닭살 커플들이여... 우리 모두 전진하세~!

 

 

 

※이 글을 스크랩하시는 분들에게 알려드립니다.

제 글을 상업적으로 쓰시는 분들, 비공개 카페나 플레닛, 블로그로 올리실 분들은 이 글의 스크랩을 삼가바랍니다. 다만 출처를 밝히고 공개로 전환하시는 카페나 블로그, 플레닛은 환영합니다.

제 글에 대한 저작권 보호 및 블로그의 취지인 '생각, 의견 공유'를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