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 토크쇼를 시청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스테판입니다.
맥시코에서 살다가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가 파리에 일자리 구했다고 하시길래 무작정 왔습니다.
그런데 제 관심분야는 그림인데 일하는 곳은 달력 디자인이나 하는 곳이군요.
정말 기분 뭐(?) 같습니다...
불편한 심기로 회사를 나가려는데 피아노 한 대가 제 손을 쥐포로 만들어놨더군요.
무슨 이렇게 어설픈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다 있담?
결국 경찰관 입회(?)속에 피아노가 이웃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스테파니라는 여자였는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옆에 있는 친구도 보이는데 제가 볼 때는 그냥 문구 용품점에서 알바나 하는 친구들 같던데요...
어쟀든 이들의 지극정성으로 제 손은 다 나았고 그리고 그녀에게 제가 만든 물건들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1초 타임머신, 텔레파시 모자, 3D 안경 등등...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스테파니가 아낀다던 말 인형을 그녀를 위해 재창조 하고 싶었습니다.
골든 포니 보이... 저는 그녀와 골든 포니 보이를 타고 골판지로 만들어진 마을을 지나 셀로판 종이로 만든 바다를 건너가고 싶습니다.
허황된 꿈이라고요? 예... 맞습니다, 이건 꿈이거든요!
그런데 어느게 꿈인가요?
몇 년전 미첼 공드리의 '이터널 션샤인'을 보고 저런 영화가 가능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서 마치 두 연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열심히 뛰고 달려도 언제나 항상 제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게 우리 현실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정말 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또 우리에게 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꿈과 현실을 구분짓지 못하도록 관객과의 게임을 하고 있다.
왜 그는 이렇게 황당하고 어이없는 꿈의 세계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우리는 주인공 스테판의 모습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게된다.
물론 절대로 꿈과 현실은 동일시 될 수 없다.
하지만 스테판의 꿈속에 등장하는 그의 토크쇼와 그가 사장처럼 군림하면서 회사 뒷배경으로 등장하는 종이로 지어진 거대한 왕국의 모습은 영화이기에, 상상이기에 가능한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첼 공드리는 '이터널 션샤인'에 이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허물기에 나섰다.
그게 억지이더라도 우리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비록 꿈속이지만 의외로 세상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스테판이 가지고 나오는 기상천외 발명품 역시 그가 꿈속에서 개발한 하나의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타임머신, 그것도 1초로 되돌려 버리는 타임머신이라던가 직장 상사를 파리 잡듯 때려잡는 거인 손이 등장하는 장면은 분명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욕구 불만을 꿈속에서라도 충족시키려고 하는 스테판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처럼 스테판 역시 현실과 비현실에서 갈등하고 구분을 하지 못한다. 마치 몽류병 환자처럼 벌거벗은 몸으로 옆집 스테파니에게 어이없는(?) 쪽지를 남기는 장면은 그가 분명 현실 세계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불과 몇 년전이라면 이들 싸이코(?)들의 최후는 암울하게 끝나기 마련인데 두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둡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삶을 살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스테판의 역할을 맡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이 투 마마'라는 작품으로 알려진 배우이다.
그 이후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와 '나쁜 교육'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이지만 실제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멕시코 출신의 배우이다.
따라서 영화에서의 대사가 영어와 멕시코어, 프랑스어가 서로 혼합을 하는 점에서는 혼란스럽지만 그만큼 주인공의 정체성, 혼란성을 이야기하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아쉬워 하는 점은 찰리 카우프만의 공백이라는 점이다.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을 어색하고 어설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른 것이 미첼 공드리는 카우프만 없이도 자신의 생각을 어김없이 잘 이야기하고 연출했다고 보여진다. 그가 왜 CF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명성을 떨첬는가라는 대목은 여기서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인데 말이다.
영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몇가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무척이나 끌렸던 소품이 있었다.
스테파니가 피아노 위에 놓아둔 인형 '골든 포니 보이'였다.
내가 왜 이런 볼품 없는 말 인형에 열광했던 것일까?
아마 그 조잡함 속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눈은 대충 단추 구멍으로 꿰매지고 볼품 없어보이는 인형이지만 스테판의 노력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스테판의 꿈속에서는 아예 스테파니와 미지의 세계로 떠나기까지 한다.
어른이 되면 많은 것을 잃는데 특히 동심으로의 삶에서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된 스테판과 스테파니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어린이들처럼 꿈을 꾸고, 그 꿈에 희망을 갖으려고 한다. 하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 그 희망은 그들에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골든 포니 보이'는 따로 제작하는 회사가 있을 정도로 알아주는 케릭터 인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수입 배급한 스폰지는 아주 재미있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영화 관람객에게 추첨으로 이 '골든 포니 보이'를 선물로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스폰지 측이 만든 이 귀여운 인형은 판매용이 아니기에 더욱 아쉬움은 크다.
(참고로 스폰지 하우스 씨네코아는 아예 스테판의 종이로 만든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연하였다. 스테판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골판지 자동차와 달력회사 직원들과 고양이 가면과 복장을 뒤집어 쓰고 노래를 부르던 장면도 소품으로 그대로 재연하였다. 하지만 '골든 포니 보이'는 없다. 대신 하얀 말이 메가박스 코엑스 점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 또한 아주 독특한데 워너 브라더스가 관리하는 미국판 홈페이지(http://wip.warnerbros.com/scienceofsleep/)와 프랑스판 공식 홈페이지(http://www.lasciencedesreves-lefilm.com/accueil.htm)를 들어갈 경우 클릭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매뉴 리스트도 독특하게 만들어진 것이 인상적이다. (당연히 스피커 볼륨은 올려주는 것이 좋다!)
우리는 항상 꿈을 꾸고 산다.
미래도 불투명한 헛된 꿈을 꾸고 산다.
오늘 잠들면 내일 또 깨어나 반복된 삶을 살겠지만 우리는 희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저 앞에 '골든 포니 보이'가 우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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