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알려진 도이 도부히로 감독의 두번째 작품 '눈물이 주룩주룩'의 시사회가 얼마전 있었다.
전작이 최루성 멜로였던 그에게 이번 새 작품 역시 눈물을 안 흘릴 수 없게 만드는 멜로 영화이다.
성실하고 착해서 시장에서는 인기를 얻는 젊은이 요타로...
그의 꿈은 작은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던 그에게 오키나와로 건너올 예정인 여동생 카오루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그는 매우 정신이 없다.
카오루는 오빠와 같이 합숙을 하면서 고등학교에 다닐 예정이다.
너무 성실해서 한 사내가 요타로에게 레스토랑 만들기에 적극나서지만 알고보니 그는 사기꾼...
돈도 날리고 공들여 만든 레스토랑이 사라지면서 요타로는 실의에 빠진다.
더구나 의대에 다니는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요타로와의 교제를 반대하면서 더욱 요타로를 괴롭게만 만든다.
빛을 갚기 위해, 카오루의 등록금을 대주기 위해 몇 배 이상으로 일하게 되고 카오루 역시 그런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에 알바를 시작한다.
하지만 더욱 더 두 사람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하고 있었다.
그들은 남매이기 전에 축복받을 수 없는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줄거리만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파적인 요소와 더불어 드라마 한 편 찍은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 이 작품은 일본의 대표적인 방송국인 TBS가 준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눈물이 주룩주룩'이란 제목은 사실 일본 국민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애창가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이 작품은 드라마적 요소와 가요 속의 가사를 영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길고 긴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드라마적인 구성요소가 강한지라 이 작품에는 흠을 잡을 곳이 없다.
하지만 너무 우리가 봐왔던 형식이라는 점에서 진부한 사랑이야기라는 점은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카오루와 요타로는 배다른 남매라는 점이 첫번째요, 부잣집과 가난한 집의 청춘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아참, 배다른 남매라는 점이 너무 스포일러성이라고 이 글을 쓰는 본인을 비난하실 분이 계시지만 진짜 스포일러는 맨 마지막에 있다. 그 부분은 따로 표기하겠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에서 열연을 펼친 츠마부키 사토시와 '세상에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알려지고 일드(일본 드라마) 마니아라면 모를 사람이 없는 작품 '세일러복과 기관총' 으로 알려진 배우 나가사와 아사미도 이 작품에 등장한다.
일본에 대표적인 꽃미남이라면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츠마부키 사토시와 오다기리 조가 아닐까 생각된다. 오다기리 조가 터프한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라고 본다면 츠마부키 사토시는 귀여운 모습이 매력적인 대표적인 완소남이 아닐까 생각된다.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것이다. (물론 츠마부키 사토시는 시바사키 코우와 액션 무협물 '도로로'에 출연하였고 영화도 개봉하였다. 일본에서는...)
※다음 단락 부분부터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국내 관객에게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의외로 황당하다.
이 작품은 당연히 일본영화이기에 일본의 색체가 강하지만 (당연한 소리이지!) 한국 관객들에게는 그것이 너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타로는 동생을 지켜주려다가 여러 합병증으로 세상과 등지게 된다.
심근염으로 사망하지만 진짜 이유는 피로 누적과 원래부터 허약했다는 것...
그것이 몸살 감기와 같이 병에 걸리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죽음 장면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흘려야 하지만 시사회에 (대부분 커플이던...) 관객들은 울지 않고 웃었다. 갑자기 죽음을 당한다는 것이 믿기지 못한다는 허탈한 웃음이었다.
(그렇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정말 어이가 없어서 일까?)
사실 얼마전 개봉한 '페인티드 베일'을 보더라도 콜레라가 무서운 병임을 초반에 알려주고 후반에 (원작 소설을 본 분이라면 이미 예상했겠지만...) 월터는 콜레라로 사망하게 된다.
이 장면도 사실 알고보면 허무한 장면이다. 하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미리 알려주고 죽은 것과 죽을줄 몰랐다는 관객들의 생각이 현실로 이어진 것은 내가 볼 때는 별다른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눈물이...'에서 이미 요타로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 과도하게 일하는 장면들과 비 바람(태풍)은 이미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고 관객들이 생각하는 장면은 여기 또 있다.
바로 요타로의 죽음 이후 장면들이다.
요타로의 시신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카오루의 장면이 보이고 반대편의 오키나와의 시장에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요타로와 가장 티격태격 미운정 고운정 들었던 콩나물을 팔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불러대던 민요의 한가락에서 관객들은 웃기 시작했다. (악기의 이름은 확실치 않지만 일본 전통악기인 '샤미센'을 사용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장면이다.)
왜 생뚱맞게 샤미센을 튕기면서 괴상한 음색을 들려주었는가라는 의문이 어이없는 웃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어이없는 장면은 아닌데 말이다.
일본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 차이가 엉뚱한 웃음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또한 슬플 때는 코를 움켜잡으면 눈물이 그친다는 이야기는 사실 멜로적인 입장에서 보면 괜찮은 소재이지만 츠마부키 사토시의 표정은 슬프다기 보다는 웃기게 보였나보다. 이 역시 나는 그런 부분에서 웃음을 지은 관객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 장면이 그렇게 웃겼던가?
※ 스포일러 해제합니다!
멜로 영화로 보자면 이 작품은 합격점이다.
다만 드라마적인 요소가 '저거 너무 뻔한 설정 아니야'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며 한국과 일본의 문화차이가 심각한 장면임에도 웃게 만들게 아니었나 싶다.
훌륭한 배우, 감각적인 영상 속에 이런 모습들은 이 작품의 옥의 티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PS. 아참, 이 영화는 꼭 마지막까지 봐주길 바란다.
영화가 실망이었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 두 남매의 발달과정을 사진으로 간략하게 설명한 장면이 나온다. 또한 요타로가 카오루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의 장면도 등장하니깐 놓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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