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남들은 혐오스러운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그녀는 행복하다!

송씨네 2007. 5. 9. 01:20

 

 

얼마전 봤으나 이제야 리뷰를 쓰는 이 작품...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억수로 재수가 없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인가 생각해본 적이 아마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비록 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츠코처럼 불행하다 못해 동정심까지 느껴질 정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불량공주 모모코'로 국내에는 적지 않은 마니아를 얻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전공인 CF 감독의 장점만을 살려 오묘하고 난해하며, 거기에 엽기적인 영상으로 관객들과 재회하였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하였으며, 일본에서는 영화가 성공하면서 다시 드라마로 옮겨지기도 한 작품이다.

 

 

 

마츠코는 평범한 소녀였다.

하지만 허약한 동생으로 인해 집안은 우울하기만 했고 특히 그런 우울한 아버지의 모습에 마츠코는 늘 웃음을 주는 아이였다.

그러던 그 꼬마는 선생님이 되었고 제자를 아끼는 나머지 자신이 모든 누명을 다 뒤집어 쓰고 학교도 그만두고 집도 나오게 되었다. 거기서부터 마츠코의 삶은 꼬이기 시작했다.

 

마치 꼬이고 꼬인 그녀의 인생은 가수 박상민이 부른 '무기여 잘있거라'의 가사를 떠오르게 만든다.

잘 생겼지만 느끼하고 허약하기까지한 동료 선생과의 사랑을 뒤로하고, 작가 지망생인 두번째 남자친구와 살게되지만 걸핏하면 술에 찌들고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마츠코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의 어처구니 없는 자살로 인해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되었고 세번째 남자는 작가 지망생의 동료였지만 불륜으로 인해 이별을 맛보고, 네번재 남자와는 버림받아 결국 마츠코는 그를 살해까지 하였으며 다섯번째 남자는 도주 도중 만난 착한 이발사였지만 역시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스토리도 이색적이지만 오히려 이 작품은 화면이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 옥상의 놀이공원에서 펼쳐지는 공연모습이라던가 '달세계 여행'(1902/조르쥬 멜리에스)과 '오즈의 마법사'를 합친듯한 장면들, 그리고 세번째 남자인 오카노와 함께 살았던 부엌 겸 작은 방의 이미지들까지...

마치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그린 듯한 그림과 세트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거기에다가 뮤지컬 적인 장면들이 많이 사용되는데 가령 마츠코가 있었던 교도소라던가 사창가 등의 세트에서 벌어지는 뮤지컬 장면은 이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를 주게 만드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영화의 OST는 매우 그 어떤 OST보다도 즐겁고 깜찍하다.

(국내에서도 물론 많은 뮤지컬 영화가 선보였지만 이 작품은 전계수 감독의 '삼거리 극장'(2006)과 비슷한 방식으로 뮤지컬 장면이 쓰여졌다고 생각된다. 음악적인 면으로 본다면 말이다.)

 

가령 사창가 장면에서 등장한 ' LOVE Is Bubble'이라던가 교도소에서 등장한 'What Is A Life' 등의 음악들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 대부분을 차지했던 'まげてのばして'(굽혔다, 폈다...)라는 곡은 마지막 마츠코가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장면에서 절정에 다다르면서 슬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워너'에서 OST 출시가 되었으나 국내에는 라이센스 문제 때문에 아직도 발매가 되지 않았다. 개봉이 투명한 카메론 미첼 감독의 '숏버스'도 OST가 출시되는 마당에 이 OST가 출시되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의문이다. 위에 열거한 음악은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노래들' OST를 이야기한 것이며 배경음악을 따로 편집한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곡들'도 따로 있다. 그러나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두 OST는 당분간 국내에 출시될 일은 없다. 워너뮤직 코리아의 노력이 요구된다.)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마츠코의 조카인 '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모의 죽음을 접하고 그녀가 살아왔던 여정을 간접체험하게 되는데 이 영화의 '쇼' 역을 맡은 에이타는 우리에게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미네 역으로 알려진 배우라서 매우 친숙하다.

마츠코 역을 맡은 나카타니 미키의 경우도 '역도산', '전차남'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인데 20대부터 50대를 넘나드는 연기변신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딘가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속 마츠코를 보는 관객들은 그녀가 슬픈, 운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마츠코는 분명 (그녀가 느끼기에는) 행복한 삶을 살다가 갔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진다.

그게 정말 혐오스러운 삶을 살아갔다고 생각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