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하나-또 하나의 사무라이 픽션... 복수보다는 용서를!

송씨네 2007. 5. 9. 00:12

 

 

고백 몇 가지를 하고 이 리뷰를 써야겠다.

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를 아직 보지 못했다.

집에 DVD가 있음에도 아직 조금 틀다가 말았다.

또 하나 고백을 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약간 지루했다.

그래서 조금 졸고야 말았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영화는 단순한 사무라이 영화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개봉되는 영화들은 재미있는 공통점이자 의문이 발견되었다.

'스파이더 맨 3'도 그렇고, 김기덕 감독의 '숨'도 그렇고 이 작품 '하나'도 그렇고...

왜 요즘 영화들의 트렌드는 하나같이 '용서'라는 테마를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었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길을 나선 한 사무라이의 이야기이다.

길을 떠난 사무라이는 한 판자촌 마을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명색이 사무라이이지만 검한번 휘둘러 본 적 없으며, 자신 있는 것은 글공부 가르치기이다.

그는 원수 찾기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글공부를 가르치면서 어렵게 연명을 하기에 이른다.

그는 결국 원수를 찾아냈지만 단란한 한 가정을 무참히 죽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얼마전 마을사람들과 했던 연극을 떠올리며 이것을 이용하기로 한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용서였고 사무라이 가문의 집안 사람들들에게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는 원수를 잡는 대신 마을 사람중 한 명을 원수의 시신으로 위장하고 가문의 사람들에게 원수를 처치했노라 거짓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원수를 찾고 복수를 한다는 면에서 2000년 개봉했던 '사무라이 픽션'(1998)이 생각나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의 어설픈 사무라이 헤이지로와 '하나'의 소자에몬은 많은 공통점이 있다.

복수의 상대가 있다는 것과 둘다 뭔가 어설퍼 보인다는 점이다.

'사무라이 픽션'은 빼앗긴 검과 더불어 카자마츠리를 처치해야 하는 상황이며 '하나'의 소자에몬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두 작품 모두 원수를 용서하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무라이 픽션'에서의 '한베이'는 과거의 잘나가는 사무라이였지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원수를 사랑하라 이야기하고 칼같은 위협적이고 살상을 일으키는 무기보다는 그보다 남에게 피해를 덜끼칠 수 있는 돌팔매질을 권하게 된다.

'하나'의 경우는 마을 주민들이 편이 약간 갈려져 복수를 하라는 쪽과 복수를 포기하라는 쪽으로 나뉘게 된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원수를 사살하지 못하였으며 복수를 포기하게 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중에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상황에 온다면 복수심에 가득차게 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며 그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가 유괴당하고 살해당한 유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과 위의 두 영화에서 용서를 하는 것은 각각 보면 다른 위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용서를 구하는 쪽과 용서를 하는 쪽 모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용서를 할 수도 없으며 용서를 구하기도 힘들 것이다.

 

'하나'는 사무라이의 이야기이지만 칼부림 장면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피바다로 넘처나는 살인도 없으며 단지 피가 나오는 장면이라면 뒤에 이야기한 복수로 위장한 장면에서 돼지피를 얼굴에 뒤집어 쓴 소자에몬의 모습이 전부일 것이다.

사무라이의 이야기보다도 여기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하고픈 이야기는 용서와 화해라는 이야기가 우선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는 지금 이 스토리를 지금 대입시켜도 전혀 어긋나지 않은 스토리이다.

 

어렵고 힘든 이 시기에서도 많은 이들이 용서를 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며 용기이다.

분명 소자에몬은 어설픈 사무라이 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용서를 한다는 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현명한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다.

어쩌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어설프지만 순수한 마음의 사무라이를 통해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