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스파이더맨 3-친절한 피터 씨, 혹은 스파이더 맨... 그는 왜 용서를 했는가

송씨네 2007. 5. 12. 23:58

 

 

나는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보지 않는다.

그들만의 자국주의가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맨과 스파이더맨, 베트맨과 같은 이른바 '맨' 시리즈를 보는 이유는 아무래도 만화적인 상상력과 더불어 그래도 그나마 덜한 자국주의물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챙겨볼 수 없는 것은 아무래도 이들은 시리즈물이라는 점 때문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1편은 어렴풋이 TV로, 2편은 DVD로...

3편을 얼마전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5월 1일...

화요일 개봉은 국내 영화시장에서는 반칙에 가깝지만 '역도산'의 수요개봉 이후 많은 국내영화와 헐리웃 영화는 주말개봉에서 금요일 개봉, 금요일 개봉에서 목요일 개봉...

그리고 다시 목요일 개봉에서 수요일 개봉으로 점점 빨라지고 있다.

스파이더맨 3는 거기에 한 술 더 뜬 경우이다.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지만 5월 1일은 임시 공휴일이었다는 점에서 그들은 모험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3편의 오프닝은 1, 2편의 압축 줄거리를 보여줌으로써 시작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아래에서 위로 빨려들어가는 괴상한 지난줄거리 자막방식을 생각한다면 또다른 팬서비스와도 다름없는 장면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피터는 여전히 가난하다.

항상 문은 고장나고 집세는 밀린 상태이지만 자신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는 통풍 안되는 빨강 스판복장을 착용하고 출동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오랜 연인 엠제이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악당은 1 편에서 죽어간 고블린의 아들 '뉴 고블린'과 사랑하는 딸 아이의 병원비를 위해 의도하지 않은 살해를 하고 감방에서 탈옥하여 얼떨결에 모래인간이 된 '샌드맨',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액체와 그것에 감염된 자신, 그리고 그것에 피해자가 된 '베놈'까지...

 

새로운 시리즈에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고 새로운 악당이 필요하기에 시리즈물의 고뇌는 그 무엇으로도 말할 수 없다. 잘 된 작품을 속편을 만들면 우려먹기 비난을 받기에 그것은 헐리웃이건 한국이건 그렇게 쉬운 결정은 아님에 분명하다.

하지만 마블 코믹스의 작품들은 의외로 그런 걱정이 없다. 3편이 끝이라고 이야기된 적도 있었지만 끝은 아닌것 같고 5편, 그리고 심지어는 6편의 가능성까지도 보인다니 피터는 늙어죽을 때까지 고생할지도 모른다.(아니면 오히려 토비 맥과이어가 고생을 할지도...)

 

얼마전 작성한 '하나'의 리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최근 영화들의 특징은 '원수를 사랑하라'가 기본 골격인 경우가 많다. 1 편에서 스파이더맨이 탄생하고, 2 편에서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3편에서는 악당(원수)을 용서하라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 아니겠는가?

 

실수로 피터의 삼촌을 죽인 미코(샌드맨)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르던 피터는 검은 물질에 감염되어 블랙 스파이더맨이 되었고 음흉한 눈빛과 더불어 복수심 또한 커지게 된다. 그냥 열받은 것도 무서운데 거기에 강력해진 물질에 감염되었으니 그 분노로 인한 성깔(?)은 더 심해진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피터(스파이더맨)에게 나타난 샌드맨은 사고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을 알리고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어차피 자신도 강해진 이상 무서울것이 없기에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더 천방지축으로 날뛸 수도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그에게 잘못을 구하려고 한다.

 

오해를 풀고 행복하게 살자는 면에서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마치 계몽영화처럼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 또 용서(사실은 오해를 풀어야 하는 것)를 구해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절친한 친구인 해리(뉴 고블린)이 되겠다. 아버지인 노먼(고블린)이 죽은 이유가 피터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동지가 하루아침에 적이 된 상태인데 오해가 풀린 계기는 사실 알고보면 해리의 집의 그의 시중을 드는 집사가 알려줌으로써 오해가 풀린다. (사실 목격자임에도 이제야 이야기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지만...) 다시 친구가 되면서 나머지 악당을 물리치는데 동조를 한다.

 

샌드맨과 뉴고블린은 악당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그들은 초반에 스파이더맨을 공격했으니 악당은 맞지만 나름대로의 동기가 있었고 나중에 스파이더맨(혹은 피터)에게 용서와 더불어 이해를 구했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절대 개과천선하지 못할 악당을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용서를 통해 다른 방식의 개과천선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스파이더맨의 악당이 이번에도 사라지면서 사실 새로운 케릭터(악당) 개발하기도 힘든데 왜 악당을 죽이는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007' 시리즈처럼 해마다 새로운 케릭터의 악당이 등장하지만 이데올로기나 사회적 변화를 겪으면서 악당에 대한 스타일(종류)도 고갈된다는 점에서 악당 케릭터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더 힘들 수도 있는 악당 케릭터의 개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원작은 분량도 많고 악당도 많기 때문에 앞으로 선보일 악당도 많다는 의미가 되겠다.

 

 

어쨌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4편에서 피터(혹은 스파이더맨)와 엠제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며 이들에게 누가 테클을 걸 것인가라는 점이 그것이다.

새로운 악당개발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리즈에 걸맞는 새로운 소재가 기대도 되면서 더불어 걱정도 된다.

내가 걱정할 일도 아닌데 말이다.

 

 

 

PS.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대목 하나...

샌드맨과 베놈을 무찌르러 가는 대목에서 등장한 성조기 앞에 안착한 스파이더맨의 모습...

사실 나는 이런 이유때문에 자국주의 영화(특히 헐리웃 영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나는 이 장면에 대해 좀 다른 견해를 갖아보려고 한다.

물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짜증나는 장면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 장면은 잠시 나왔던 것이고 어찌보면 이 영화는 '메이드 인 USA'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헐리웃의 귀여운 반란이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