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웃음의 대천사-B급 CG의 세계에서 치킨 라면이나 한 그릇!

송씨네 2007. 7. 6. 23:43

 

작년 스폰지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의 영화들 중에는 이해 안가고 황당한 내용들의 영화가 의외로 많았다. 특별한 가족들의 특별한 이야기인 '녹차의 맛'은 그렇다 치더라도 황당한 스파이들의 모험담인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와 같은 보기 드문 수작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그 영화에는 우에노 주리가 있었다.

우에노 주리에 대한 생각은 한결 같았다.

저 여배우는 코믹이 더 어울린다고 말이다.

정말 그말이 틀림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작년에 방송된 '노다메 칸타빌레'는 그녀의 독무대 같은 작품이었다.

2005년 작품인 '웃음의 대천사'는 사실 너무 늦게 만난 작품이다.

'스윙걸즈'도 있었고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나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냉정한 모습의 카나에 보다는 그래도 노다메 같이 깜찍한 모습이 더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후미오는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를 잃고 홀로 살아가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그러던 와중 자신이 오빠라고 소개하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키도 크고 얼굴도 그럭저럭 훈남인데 돈이 많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

그녀는 얼떨껼에 조신한(?) 여성들만이 공부를 한다는 성 미카엘 학원에 다니게 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의 성호경 긋기는 물론이요, 딱딱하고 규칙도 많고 여간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자기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평민 출신이라 그녀도 일탈아닌 일탈을 하게 되는데 평민 시절 즐겨먹었던 치킨 라면(일본식 발음은 '라멘' 맨 위의 박스 표지 제목에 왜 '라멘'이라고 표기했는지는 이해가 갈 것이다.)을 시식하시려는 순간 '베르사유의 장미'(애니메이션)의 오스카를 닮은 잘생긴(?) 카즈네와 싱딩히 갸날퍼 보이는 유즈코 눈에 띄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화제가...

불끄려다가 어이없게 그녀들에게 초능력이 발생하고 주체없는 에너지에 감당 못한다.

 

 

사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라면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치킨 라면이 등장하는데 한국이나 일본 모두 라면은 서민의 음식으로 대접 받아 왔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앞에 등장한 후미오를 포함한 카즈네와 유즈코 모두 처음에는 그렇게 잘난 집안의 사람들은 아니었다. 유즈코네 집안은 갑자기 로또를 맞았는지 벼락부자가 되어 있었고 카즈네는 그럭저럭 잘 사는 집안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유즈코네 식구들이 부자가 된 이후에도 이들의 주식에는 라면이 끼여있고 카즈네는 공부하다가 간식으로 치킨 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생뚱맞은 치킨 라면의 역사가 나레이션으로 등장하면서 화면은 이 세 사람이 치킨 라면의 참 맛(?)을 깨닫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여기는 성 미카엘 학원...

예의범절과 다소곳 해야하는 사람들이 천박하게 라면 면빨이나 빨아대는 것을 좋게 볼리가 없다. 그러나 축제 때에도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거침없이 치킨 라면을 권하는 장면에서 라면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한국인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라면 스토리 만큼이나 많은 대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여학생들의 연쇄 납치사건이다.

이 사건이 다름 아닌 미카엘 학원안에 가까운 인물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세 친구는 정의의 이름으로 그들을 처단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부담스러운 CG들이 등장한다.

'우리 영화는 B급 무비입니다'라고 마치 자랑하듯이 말이다.

아예 대놓고 부담스러운 CG들이 퍼레이드로 벌어지면 또다른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이 황당한 CG들에 난감함을 나타내는 관객들도 많았다.)

 

악당과의 심기 일전에서 초반에는 기세등등에서 후반에 세 친구가 밀리는데 후반에 들어서는 후미오가 강력한 포스를 뿜으면서 악당과의 최후의 설전을 벌인다. (스포일러 일 수도 있지만...) 빛을 내면서 거대해지는 후미오의 모습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감방에서 금자의 몸이 빛나는 장면과 '울트라 맨' 같은 전대물을 짬뽕시킨 그런 기분의 장면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일부 관객들에게는 어이없는 영화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치하고 어설픈 이른바 'B 급 무비'에도 나름대로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된다.

주성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유치함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코미디의 지존인 주성치에게 경의를 표하는 주성치 마니아들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영화... 만화가 원작인 만큼 만화적 스타일이 강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황당함은 마지막 이 작품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개(犬) 데미안의 활약상을 알게 된다면 더욱더 재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냥 생각없이 보기에는 좋은 작품...

 

바로 이 작품 '웃음의 대천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