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우리는 단절된 세상과 연기중...

송씨네 2007. 7. 17. 22:26

 

'토니 타키타니'(2005)라는 작품이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별로 땡기는 작품이 아니라서 이 작품을 놓쳤던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영화화 했던 이 작품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이야기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냥 지나치던 작품을 뒤로 보내고 올해 부천영화제 심야상영에서 의외의 걸작을 만났다.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 제목이 참 추상적이고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작품의 줄거리를 알게 되면 왜 이런 제목이 사용이 되었는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초등학교... 세 명의 여자 아이들을 카메라는 비춰준다.

한 명은 학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나코, 그리고 왕따 취급을 받는 아이가 하나 보이고, 그리고 그저 그렇게 살고 있는 주리라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카나코는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뀌고 왕따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인기는 주리가 차지하고, 주리가 가려던 학교는 왕따를 당했던 또다른 소녀가 가게 된다.

몇 년후 고등학생이 된 주리는 카나코 소식을 접하면서 여전히 그녀는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카나코의 메일주소를 알아내 휴대폰으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다. 하지만 주리는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고토리라는 가명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고 카나코는 주리에게 조언을 듣는다.

 

휴대폰 가입자 수는 일본의 경우도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의 주요 PPL이 통신업체 NTT 토코모와 일본의 포탈사이트인 'goo'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만큼이나 일본의 통신기술이나 IT 문화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그와는 반대로 이지메와 같은 집단 따돌리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왕따'라는 이름으로 부르며서 그들처럼 행동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왕따는 그렇게 연결되지 않는 단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휴대전화로만 이루어지는 문자 대화는 현실적이고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무 솔직해서 왕따를 당하는 카나코와 반대로 소심하고 내숭이라고는 못떨것 같은 주리가 인기를 얻기 위해 연기 아닌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주리가 카나코에게 연기(?)에 가까운 조언을 해주지만 카나코 역시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반대로 카나코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주리는 문예 창작부에서 만들 교지 출판에 카나코와 자신의 이야기를 이야기함으로써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불안한 것은 주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을 했고, 아이들에게 나름대로의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게 탄로날 것 같은 두려움에 하루를 살고 있다. 당당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러나 그 당당함을 자신이 아닌 다른이에게 가르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카나코는 만남을 제의한 남학생의 요구를 거절한다.

그리고 카나코는 화상전화를 통해 비로써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 서로의 진실을 털어놓게 된다.

이 영화의 감독 이치카와 준은 다양한 화면 분할을 통해 두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특히나 이 작품이 문자 메시지가 소재인만큼 자막도 어떤 영화보다도 많은 자막을 활용하였다.

화면 분할과 자막 활용은 사실 위험할 수도 있는 모험이라고 본다.

화면 분할을 적절히 하여 영화의 재미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막무가내로 화면 분할을 남발하는 것도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 작품의 화면분할 남발의 위험성을 바로 자막으로 이 작품이 커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휴대 전화의 문자 메시지를 액정화면을 비춰주는 방식을 취하거나 자막으로 긴 대화내용을 풀어서 보여주는 두 가지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빠른 속도감의 화면전개나 화면분할 보다도 조금은 자연스럽고 안정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들이 문자를 나누고 있는 장면에서도 조심스럽게 화면을 분할하고 대화 장면이 자막으로 나가는 도중에도 영화와는 상관없는 학교 교정의 모습이나 기타 다른 영상이 보여지고는 하는데 급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기보다는 관객과 차분하게 영화를 보면서 같이 느끼자는 감독의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이치카와 준 감독은 분명 남자인데 마치 여성의 감성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니 그것도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명의 이와이 순지가 아닐까?)

 

사실 그렇게 이 작품은 재미를 따지는 작품이 아니다.

조용히 소녀들에 귀를 기울여보면서 우리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힘들게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영화속 대사처럼 '우리들의 이야기는 언제까지나 해피엔딩...'이라는 대사는 그래도 아직 우리의 삶에는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인생의 해피엔딩... 과연 그 날은 언제 올까?

 

 

 

※국내 아직 미 개봉작인 이 작품의 예고편(TV 스팟)을 감상해보자.

아래 첨부파일을 눌러보시길...

(출처 http://watatsuku.goo.n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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