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불고기-일본에서 느끼는 구수한 불고기 냄새~!

송씨네 2007. 7. 19. 22:28

 

일본만화... 특히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를 보면 툭하면 대결을 신청하자고 하고  그야말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게 된다.

승부를 보다보면 맥가이버 식 독백이 이어진다. ('할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지...')

 

구수연 감독은 재일동포 출신이지만 비교적 일본에서 알려진 감독이다.

최양일 감독이나 이상일 감독처럼 말이다.

그가 일본에 내놓은 신작은 재미있게도 한국 요리에 관한 이야기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소고기 요리이다.

특히 불고기와 곱창 등의 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고 있으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당신은 소주 한 잔 생각에 곱창, 불고기 안주 생각이 절실할 것이다.

 

영화는 어렸을 때 헤어진 두 동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몇 년이 지나 동생 타츠지는 작은 불고기 집에서 곱창의 달인으로 불리우는 노인과 그의 손녀인 요리(우연치 않게도 이름이 그렇다!)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서 기술을 전수하려고 하지만 원조집, 맛집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전수받는 길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한편 형 토라오는 불고기 전문 레스토랑으로 떼돈을 벌었고 더구나 일본전역에 체인점을 가지고 있으며 불고기 요리 베틀 프로그램에서도 무패 행진을 기록하는 정말로 무서운 요리사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다른 곳은 매출액이 최고인 반면 타츠지와 노인이 운영하는 허름한 불고기 집 덕분에 그 동네에 있는 토라오의 음식점은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다.

서로의 관계를 몰랐던 두 사람은 노인의 죽음으로 인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흰살은 맛이 없다며 붉은 살이 최고라고 이야기하는 토라오와 흰살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타츠지...

 

사실 베틀이라는 소재는 이제 영화를 비롯해 실전 게임이나 이벤트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승부를 벌이고 누군가는 패배의 쓴 잔을 맛보고 누군가는 승리의 환호와 기쁨을 나눌 것이다.

 

구수연 감독의 '불고기'는 분명 일본영화이지만 매우 한국적이다.

타츠지와 토라오는 일본에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재일동포이기도 하다.

그들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일본으로 각자 입양이 되면서 이들의 운명의 장난은 시작된다.

다양한 소고기 요리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너무 아쉽다.

구수연 감독은 한국 음식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우 큰 노력을 했다.

그 점은 같은 한국사람으로써 칭찬하는 바이다.

그러나 구수연 감독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줄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과했다.

아니, 너무 의욕만 앞섰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적인 이미지를 알리는 것는 좋으나 깻잎이라던가 다양한 한국음식을 담으려다 보니 지칫 한국문화의 우월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조심스러운 우려를 해본다.

당연히 한국사람인데 그가 한국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일본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를 적절해 배치시키고 융합시킨 뒤 한국 음식 문화를 소개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사실 실제로도 한국요리만 전문적으로 일본에서 방송할만한 프로그램도 없겠지만 한국 음식이 일본 전역에서 인기가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너무 과장이 심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생활속에서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이 적절히 부딪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최근 두번째 시리즈까지 만들어진 '박치기!' 같은 작품들이야말로 일본인과 한국인들을 서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까지는 음식을 소재로한 영화라면 박철수 감독의 '301 302'가 고작이었지만 허영만 만화의 '식객'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도 곧 다양한 산해진미들을 스크린으로 만나보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PS. 다른 것은 다 몰라도 이 작품의 홈페이지는 강추이다.

(http://www.yakiniku-movie.com/)

메인 페이지에서는 K1으로 맹활약중인 최홍만 선수의 불고기 요리 시식 체험 동영상이 걸려 있고 홈페이지의 운영방식도 마우스로(마우스 포인터가 젓가락으로 변한다.) 소 부위별 음식을 화로에 갖다대면 자동으로 구워지면서(?) 매뉴가 이동되는 독특한 방식이다.

상당히 유익하고 재미있는 홈페이지라는 사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노인역을 맡았던 배우 타무라 타카히로는 실제로도 영화에서처럼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지병인 뇌경색으로 세상을 뜨고야 말았다.

세상일은 정말 영화처럼 알 수 없는 것 같다. 늦었지만 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