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애니메이션 '제불찰씨 이야기'-이게 모두 제 불찰입니다!

송씨네 2009. 3. 14. 12:11

 

 

※ 이 리뷰에는 좀 많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적 씨의 단편을 읽으신 분이라면 상관없지만 아직 이 작품을 보시지 않은 분들은 주의바랍니다.

이 작품은 스포일러를 발설할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극장 가서 꼭 보시길... 

 

 

나는 귀청소를 자주한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거의 병적이다.

고름이 나올 때도 있고 항상 귀청소를 하면서도 가려움을 느낀다.

재채기나 귀가 자주 간지러운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흉본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귀가 없다면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소음이라는 것이 시끄럽고 짜증나는 것이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다면 아마 그 사람은 외로워 미칠 지경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영화 아카데미라는 것이 있다.

영화를 만들고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본다.

어느 대학의 영화관련 학과를 가면 다  그렇듯 졸업시즌이 되면 졸업작품을 내놓는 것이 다반사이다.

한국영화 아카데미도 졸업시즌이 다가왔고 이들은 각기 다른 작품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CGV 압구정를 시작으로 씨너스 이수 등의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극장들에서 로드쇼 형식으로 돌고 돌면서 상영할 예정이다.

이들 작품중에서 내가 선택한 작품은 바로 애니메이션 '제불찰씨 이야기'이다.

항상 '제 불찰입니다!'를 외치고 다니는 이 소심한 사내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제불찰이라고 불리는 사내가 있다. 성은 '제'요, 이름은 '불찰'...

이거 무슨 맨날 '아이 엠 소리'를 외치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그의 이름은 제불찰이다.

어렸을 적 불찰은 누나가 귀를 파주는 것에 익숙한 소년이었다.

그것에 익숙하던 그는 어느 날 누나가 사라지면서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이들의 귀를 파주는 일을 하게 된다.

직업도 '듣보잡'인 '이구소제사'...

그러나 실적을 못올리면 바로 퇴출되는 무서운 시스템에 불찰은 하루하루가 괴롭기만 하다.

어느 날 이구소제사 센터의 사장은 그에게 격려를 하게 되고 격려 차원에서 캔디 모양의 영양제를 지급한다.

몸이 허약해지자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건내준것도 바로 이 영양제...

불찰은 이 약을 먹고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사이 불찰은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처럼 크기가 작아져 버리게 된다.

사실 이것은 사장과 의사가 한 통속이 되어 불찰을 실험용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

실험용 이구소제사로 키워 돈을 벌어보려는 속셈...

물론 작아진 크기라서 그런지 불찰은 더욱 더 열심히 청소를 했고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궁금했던 것은 귓속 세상 뒤에는 뭐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불찰은 사람의 생각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비리 국회의원 최고봉을 만나면서 불찰의 호기심은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듀오 패닉으로 유명한 가수 이적은 작사, 작곡 능력도 뛰어나지만 글 솜씨도 뛰어나다.

얼마전 그릅 에픽파이의 맴버 타블로가 자신이 섰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을 출간하듯 몇 년 전에 이미 이적은 단편들을 모아 책을 낸 적이 있다.

단편 '지문 사냥꾼' 중의 하나의 에피소드인 '제불찰씨 이야기'는 여기서 탄생하게 된다.

이은미 감독 외 4명의  감독은 이적에게 판권 요청을 했고 이적은 이를 흥쾌히 수락하였다.

이로써 독특한 단편 소설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아셔야 할 것이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가 빼먹은 것이 있는데 이 작품의 처음 장면은 한 생방송 토론을 비추고 있다.

최고봉 의원이 미쳐버리면서 그 가운데 거미 한마리가 발견된다. 그러나 제불찰은 보이지 않는 것...

최 의원이 미쳐저린 이유가 이 거미라고 판단한 사람들은 생방송 토론을 통해 이 거미를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라는 투표를 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토론 결과는 사형찬성이 더 많았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바로 거미는 제불찰이 변해버리면서 생긴 녀석이라는 것이다. 그것에도 사연이 있다.

제불찰이 들어간 최고봉 의원은 알고보니 어렸을 때 못살게 괴롭힌 이웃이었고 실종된 누나를 파멸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분노는 제불찰을 거미로 만들어버린 계기가 되었고 그의 뇌속을 공격하면서 최 의원은 미쳐버리게 된 것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

불찰은 작아지면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돈밖에 모르는 회계사의 머릿속은 돈을 좋아하지만 가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많았음을 볼 수 있었고, 온몸에 훈민정음(?)을 달고 사는 조폭의 마음속은 자신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살고 있다. 어린 학생으로 보이는 의문의 여인의 뇌속에는 섹스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차 있다. 부모가 돌아오면서 그녀는 다시 조숙한 척 하는 숙녀로 변해있었지만 본질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제불찰은 거기서 혹시 자신의 누나도 누군가에게 몸을 팔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된다.

 

이 작품은 은근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순하고 착해 보이는 이들에게도 악마의 본성이 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악해 보이는 이들에게도 순수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라는 것이 한결같을 수는 없지만 반대로 순한 사람의 본성은 원래 악마이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적철치 않다고 본다.

'재불찰씨 이야기'는 괴짜 애니메이션이지만 알고보면 우리들이 이야기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 작품의 전반적인 톤은 좀 어둡다.

하지만 사람의 뇌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밝은 톤으로 보여지게 된다.

색도 많아지고 밝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앞에 이야기한 악질 국회의원 최고봉의 뇌속은 예외라는 것이다.

성우진들의 경우 보통 단편이나 장편 인디애니메이션의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일반인들을 성우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품의 성우진들도 인지도는 낮으나 다양한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성우로 활동한 배테랑 성우들이 등장하여 각자의 몫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우리는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과연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궁금해 한다.

인간의 관음증은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그 호기심이 없다면 우리는 하나의 기어다니는 짐승에 불과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소망하고 있다.

귀청소를 하다가 시원하게 쏟아져 나오는 귓밥처럼 우리의 마음도 뻥 뚫리길 말이다.

 

 

 

 

이 영화와 비슷한 이야기를 생각해보니깐 사람의 뇌에 들어가는 '존 말코비치 되기'가 떠올랐다.

7층도 아닌, 8층도 아닌 7과 1/2 층이라는 독특한 소재도 웃기지만 사람의 생각을 들어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작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호튼'은 소심한 코끼리 호튼의 몸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을 집단 '후'(누군가 마을)와의 우정을 그린 재미있는 작품이다.

 

작품 등급은 원래 15세 관람가가 맞지만, 섹스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장면도 많고 몽환스러운 장면도 많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는 관람시 주의를 요한다. 영화에 관심 많은 어른들을 데리고 관람하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