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노랗다... 이 영화도 온통 노랗다.
아니, 노란색도 많지만 빨강색도 많다.
우리가 DC와 마블의 코믹스를 얼마나 읽을지는 잘 모르지만 은근히 미국 코믹스의 양대 산맥인 이 두 만화 출판사를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이들 작품이 암울한 미국정서에 희망이 되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오히려 더 암울하게 작용한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노란 스마일의 눈물.'.. 아니지... '피눈물'이 더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노란 스마일의 피눈물'...
2000년 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벌써 그 중의 10여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이 영화는 닉슨이 정권을 잡은 1970-80년대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히어로들... 2000 년 대를 살아가는데 구닥다리 히어로들의 이야기라...
그러나 알고보면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코미디언(혹은 에드워드 블레이크)이 세상을 떠났다.
괴한의 습격을 당한 그는 끝도 없는 낭떨어지로 떨여지고 그렇게 세상과 등지게 된다.
히어로들의 활동을 금지시킨 이후 히어로들은 그냥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고 그 가운데 코미디언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한 명, 두 명... 정체모를 습격의 위기를 겪고 있는 히어로들...
복면의 사나이 로어셰크(혹은 월터 조셉 코박스)는 이들 히어로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이들을 살해하려는 배후 인물이 있음을 깨닫는다.
브루스 웨인처럼 지하 어딘가에 배트카 처럼 비행선과 슈트를 숨기는 나이트 아울 2(혹은 댄 드라이버그)는 그렇게 보물들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가지고 있고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실크 스팩터 2(혹은 로리 저스페직)은 또다른 히어로인 닥터 맨허튼(혹은 존 오스터맨)과 연인 사이였지만 잠시 멀어진 상태에서 댄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한다.
한편 부잣집 도련님 냄세가 나는 오이지맨디아스(혹은 에이드리언 바이트)는 거대기업의 CEO이다.
왓치맨들을 이용한 피겨를 파는 일도 하지만 사실 진짜 야망은 따로 있다.
어쨌든 이렇게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히어로들은 조용히 삶을 보내려고 하지만 코미디언의 죽음은 그들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유료 케이블 체널에서 '300'을 다시 보고 있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상에 감탄을 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저렇게 연출이 가능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화적 질감과 영상에서의 질감은 분명 다를테니 이것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서점에서 청소년도 볼 수 있는 그림책 크기의 만화책을 성인용으로 만들어버린 잭 스나이더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를 못할 것 같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히어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어린이들만의 전유물로 그려지는 것을 바꾸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니깐...
피가 튀기고, 사지가 절단되며 섹스 장면이 의외로 많이 등장하는 '300' 만큼이나 이 작품도 만화가 원작이라는 점과 성인물로 역시 탈바꿈을 했다는 점에서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300'이 컴퓨터 그래픽의 힘이 컸다면 '왓치맨'은 의상과 시대적 배경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영화의 시작은 초대 왓치맨들인 '미닛맨'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스틸로 시작한다.
원작을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간략한 이 장면이 왓치맨의 탄생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 탄생, 분열, 해체, 죽음 등의 모든 장면들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초대 왓치맨인 '미닛맨' 맴버중의 한 명인 코미디언의 죽음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의 죽음 소식을 들은 로어 셰크는 그의 일기장 속에 그간 이들의 모습들과 여러 상황을 적게 된다.
이 영화의 시점은 바로 이 로어셰크의 시점으로 시작해서 그 끝도 역시 그의 일기장을 비추면서 끝난다.
그러나 그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방관자의 입장이 아닌 그 사건을 바라보면서 해결을 하려고 했던 해결사의 노릇도 하게 되었다.
물론 실크 스펙터와 나이트 아울, 그리고 마지막까지 방관하고 고민했던 닥터 맨허튼까지 합류하게 된다.
이 영화의 배경은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닉슨이 재임한 1970-80 년대의 모습이다.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것 까지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후 부터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닉슨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그는 몇 년을 재임하게 된다.
그 가운데 러시아 핵미사일의 공격이 예고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립이 벌어지게 된다.
제 3 차 세계 대전의 위협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 전쟁은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뿐이다.
그러니깐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던 히어로들의 잘난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뇌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배트맨 시리즈의 또 다른 스핀오프 시리즈가 되어버린 '배트맨 리턴즈'나 '다크 나이트'에서의 배트맨(브루스 웨인)의 고뇌하는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배트맨'이 고담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싸우고 있다면 이 영화는 실제 미국의 LA, 워싱턴 등의 모습을 비추고 있으며 닉슨이라는 실제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실제 역사 속에 가상 애피소드를 삽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심지어는 월남전도 이야기되고 있다.
총으로 갈겨대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닥터 맨허튼이 한 번 지나가면 상황 종료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을 하나의 행사로 느낄 뿐이며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 또한 자신의 책임이 아닌 것이다.
방탕한 행동을 하던 코미디언의 활동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나는 이 작품의 원작 만화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작품을 보았지만 전혀 재미없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복잡한 인간(혹은 슈퍼히어로)들의 관계를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부 관객은 이 영화에서 화려한 액션들만 기대를 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액션 영화라고 해도 틀린 말도 아닌데 뭘 그렇게 바라나 싶었다. 잔인해서, 섹스 장면이 거북해서 나가는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들 관객들에게 '300'이나 잭 스나이더의 전작인 '새벽의 저주'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진다.
(심지어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보다가 뛰쳐나온 관객들이 많았는데 그러실 바에는 왜 아깝게 연인 데리고 16,000 원 이상의 돈을 날리셨는지 되묻고 싶다. 연인과 헤어지기 딱 좋은 영화, 친구에게 보고나서 왜 보자고 했냐고 싸움나기 쉬운 영화?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호기심으로만 이 영화를 보신다면, 액션장면으로만 이 영화를 보실 것이라면...
그냥 요즘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 많이 나왔으니깐 그거 보시면 된다.
사실 이 영화는 오바마 시대에 만들어지기 보다는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의 부시 정권 때 개봉했어야 옮은 영화였다.
닉슨과 부시는 알게 모르게 비슷한 점이 많은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각은 뒷전인, 그리고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갔다가 굴욕을 당한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차라리 닉슨의 얼굴 대신에 부시의 얼굴이 붙었으면? 그래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왓치맨'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다.
지금 현재의 미국, 과거의 미국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혹은 지금 앞으로 벌어질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박스오피스 순위만 보시고 영화를 보시지는 말아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영화가 뜨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깐...
사실 수 많은 케릭터들도 좋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좋은 것은 이 영화들의 음악들이었다.
'왓치맨' OST는 컴피네이션 혹은 옴니버스 앨범이라고 부를 정도로 손색이 없는 음반이다.
70-80 년대의 대표적인 올드팝이 총 출동했기 때문이다.
가령 영화의 시작을 알리던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을 시작으로 사이먼 & 펑클의 ' The Sound Of Silence '1, 그리고 오히려 심각한 상황에서 더 위력이 컸던 넷 킹콜의 'Unforgettable'도 있다. 아, 그리고 Leonard Cohen의 'Hallelujah'2와 같은 예상 밖의 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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