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백두대간의 씨네큐브 포기 선언...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송씨네 2009. 8. 7. 01:15

이상한 일입니다.

제가 병실에 입원을 했을 때 한 줄 짜리 자막 뉴스를 보게 되었지요.

영화사 백두대간, 씨네 큐브 운영중단... 이라는 아주 짧막한 한 줄이었지요.

그런데 지금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씨네 큐브 광화문을 백두대간이 포기했다는 뉴스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뉴스인데 말입니다.

'똥파리', '워낭소리' 히트를 그렇게 떠들어대던 그 많던 언론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사실 퇴원하자 마자 몇 편의 영화를 챙겨보는 일도 필수 였지만 정말 궁금했던 것은 지금 씨네 큐브의 상황은 어떠한가라는 이야기였지요.

마침 광화문 광장도 열렸겠다, 간만에 영계백숙처럼 배에 반창고 가득 붙은 상태에서 서울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물론 광화문 광장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차차하기로 하고요. 그리고 워낙 많은 분들이 광화문 광장의 이야기를 한지라 오늘은 앞에 말씀드린대로 씨네 큐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영화사 백두대간은 지금은 감독직을 잠시 쉬고 계시는 이광모 감독이 운영하는 영화사입니다. 백두대간에는 많은 영화가 수입되었으며 인디영화를 알리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씨네큐브 광화문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2000 년 12 월 입니다.

물론 백두대간은 그 전에도 영화배급 사업을 충실히 해냈고 지금은 없는 당시 대학로에 위치한 동숭시네마텍에서 영화를 주로 수입배급하면서 백두대간이라는 영화사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요.

(개인적으로 제 인생의 영화로 동숭시네마텍에서 봤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꼽는 것도 제가 스폰지와 더불어 백두대간을 괜찮은 영화사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씨네큐브 광화문은 물론 백두대간이 그 운영주체가 되었지만 이 극장이 들어선 태광그룹의 흥국생명 건물이 주인이 되면서 흥국생명의 강력한 스폰서로 인해 극장의 운영은 충실히 운영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봅니다.

2009 년 9월에 백두대간은 씨네 큐브 광화문의 운영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만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운영을 포기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이화여대에서 아트 하우스 모모는 열심히 운영할 예정이니 백두대간이 수입한 인디영화들을 영영 못보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입니다. 9 월 이후 씨네 큐브는 어디로 넘어가냐는 것입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당분간은 이 건물의 주인인 흥국생명 측이 '씨네 큐브'라는 이름을 그대로 이어 받아서 이 극장을 운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계약기간 그 이후의 운영방침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대략 3 가지로 정리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서 좀 다른 의견도 나올 것 같습니다. 댓글로도 의견 부탁드립니다.)

 

 

1) 흥국생명(태광그릅)이 그대로 인디전용관을 운영할 가능성

사실 큰 가능성으로 놓고 볼 때 이렇게 운영될 가능성이 조금 있어 보이는 이유는 바로 홍대의 KT&G의 상상마당이 잘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상상마당의 운영은 단지 담배만 팔아먹던 KT&G의 이미지 혁신에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 서울 본사가 자리에 있던 씨넥스가 폐관된 경우처럼 기업이 오히려 그 극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과연 흥국생명은 기업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인디 전용관을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흥국생명이 그동안 씨네 큐브에 강력한 스폰서로써 쌓아온 이미지 상으로는 예술영화나 인디영화를 계속 만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상업영화만 가득한 극장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죠.

(씨네 큐브에서 디즈니 애니인 '업'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국가대표'를 상영한다는 의미는 어쩌면 스크린 쿼터도 지켜야 하고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상업영화도 틀어야 한다는 예술 전용극장의 딜레마처럼 보입니다.)

 

 

2) 소극장 형태로 운영이 될 가능성

이 경우의 대표적인 케이스라면 당연 명보 시네마가 있던 충무로의 경우를 예로 들을 수 있겠지요.

5개 관의 멀티플렉스인 명보 시네마는 결국 극장 사업을 포기하고 MTV와 닉 코리아로 2 개 층을 넘기게 됩니다. 3개 관이던 명보 시네마는 그러나 그마져도 실패하게 됩니다.

서울극장, 단성사, 대한극장 등의 대형극장들이 충무로에 들어온 상황에서 더 이상 운영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죠. 결국 현재 명보 시네마 자리는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새롭게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런 시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신촌의 아트레온 중의 1 개 관도 소극장 형태로 운영을 바꾸는 것 역시 같은 방식이죠.

따라서 흥국생명이 소극장 형태로 다른 업체에게 권한을 넘겨주거나 혹은 직접 소극장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크게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3) 생뚱맞은 다른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

씨네큐브 광화문 안에는 두 개 정도의 고급 레스토랑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이 곳도 다른 극장들처럼 푸드코트도 들어왔고 지금은 한몰간 하디스 같은 프렌차이즈도 이 곳에 있기도 했습니다.

건물의 특성상 이런 럭셔리한 건물에 레스토랑이 더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죠.

그러나 한 편으로는 학원이나 휘트니스(헬스클럽) 같은 편의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는 바로 옆에 휘트니스 센터가 있습니다. 언발란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죠. 아울러 스폰지 하우스 시네코아 지점이 폐관되면서 그 자리에 어학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선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쌩뚱맞은 건물이 입점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씨네 큐브는 다행히도 다른 극장들과 달리 '안녕'이라는 표현은 당분간은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것이 정말 'Good Bye'의 안녕이 될지, 아니면 'Hi!'의 안녕이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어떻게 될지는 흥국생명 본사의 헤머맨도 모르고, 이 곳의 건물 주인인 흥국 측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분명한 것은 씨네 큐브의 운영권이 넘겨지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닌 이른바 '광화문 인디영화 그린밸트' 구역이 깨어질까라는 두려움입니다. 현재 광화문과 종로에는 스폰지 하우스(중앙 시네마/광화문 지점), 씨네 코드 선재, 인디 스페이스, 미로 스페이스, 허리우드 클레식 등으로 하나의 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구역이 깨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씨네 큐브의 상황을 보면 그렇게 안심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워낭소리', '똥파리', '낮술' 등의 한국 인디영화가 성공하고 '원스'도 음악 인디영화로는 드물게 대박을 이루어 냈습니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들이 개봉한다고 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인디전용관이 없다면 실패한다는 것이죠. 운좋게도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만나 볼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운이 좋다면' 입니다.

 

이제 우리는 운으로 인디영화를 만들어서는 안됩니다.(물론 여태까지 그랬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인디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그 영화들을 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극장들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아트 플러스의 의존도 한계에 다다를 수도 있는 것이며 최근 서울 아트 시네마의 운영권 문제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디 전용관에 대한 생각을 그저 생각으로 그칠 수만은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과연 이에 대한 영진위의 생각도 궁금하고 인디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해집니다.

 

 

 

 

그건 그렇고 씨네 큐브에도 한 말씀 드립니다.

얼마전 아트 하우스 모모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올렸을 때도 직접 의견 주신 것처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시길 거듭 부탁드리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헤어지는 마당인데 홈페이지에, 극장 상영관 입구 하나에 작별 인사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입니다.

이광모 감독 님의 심정을 보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CQN이 문을 닫았을 때도, 중앙시네마가 쪼개어졌을 때도, 스폰지 하우스가 이사를 갔을 때도 그만한 작별인사는 있었으니깐요. 극장 어느 곳에도 운영권 이전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저 '백두대간이 선택한 씨네큐브의 마지막 작품'이라면서 신작 '디스이즈 잉글랜드'라는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성의없는 마지막 인사처럼 보이니깐요.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를 보는 것은 사치일까요?

비록 마지막이러다도 웃으면서 배웅할 수 있는 그런 인사한번 봤으면 합니다.

 

 

 

 

 

 

씨네큐브의 운영권 변경에 관한 글을 올리고 계신 블로거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광화문 사랑'이라는 닉네임으로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는 댓글이 있군요.

다른 분들 글을 추적하다가 변명을 하고 있는 쪽은 영화사 백두대간이 아닌 흥국생명 홍보팀이라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씨네큐브 측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백두대간 측과 흥국생명(태광그릅)과 분명 트러블이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렇지 않고서는 씨네큐브의 보도자료를 부정하는 글을 블로거들에게 보냈을까요?

흥국생명 홍보팀이건 백두대간(씨네큐브를 지금 운영하고 있는...) 쪽이건 어느 쪽이건 좋습니다.

변명이 아닌 확실한 두 곳의 의견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거듭 부탁드립니다.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때 마침 한겨레 신문의 서정민 기자의 블로그에 그 자세한 상황이 나와 있군요.

http://blog.hani.co.kr/westmin/25176

 

물론 이 글의 포스팅 된 내용 뒤에도 흥국측의 변명에 가까운 댓글이 여기도 보입니다. 

 

 

 

트위터 시작했습니다.

요즘 트위터가 대세인 듯 싶습니다. 짧막한 잡설을 자주 이 곳에서 해보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로도 해주세요.

 

http://twitter.com/songcine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