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 히틀러, 유태인, 독일...
요즘들어 많이 사용하는 소재입니다.
그만큼 이 시기에 치열했던 전투는 21 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으니깐요.
거기에 히틀러의 동반자였던 괴벨스는 요즘들어서 히틀러 만큼이나 같이 등장하는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영화를 포함한 미디어를 장악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니깐요.
히틀러와 괴벨스는 자살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만약 이 두 사람이 정말 미군에 의해서, 그리고 암살을 통해 죽음을 당했다면 과연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얼마전 톰 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키리'가 상영이 되었습니다만,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나타냈었습니다.
실패한 쿠데타를 영화로 옮기다보니 박진감과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는 브라이언 싱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기 힘든 이야기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입니다.
타란티노의 생각대로라면 아마 이런 식의 이야기가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영화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입니다.
[이 영화는...]
제 1 장이 시작되는 곳은 프랑스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군인인 남자가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자신은 유태인을 잡아 죽이는 사냥꾼인데 좋게 협조만 한다면 목숨만큼은 살려줄테니 유태인들이 있는 곳을 말하라는 이야기였죠.
물론 대범하게 화끈하게 한번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좀 빙빙돌려서 이야기를 하게 되죠.
유태인의 존재를 알려준 그 사내, 그리고 군인들이 떼로 몰려와 지하로 보이는 나무바닥을 향해 총을 쏩니다.
당연히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겠지만 한 소녀가 구사일생으로 도망을 치지요.
2 장으로 넘어가면 콧수염을 기른 한 남자가 또 등장합니다.
그의 이름은 알도 레인으로 유태인이지만 유태인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와서 군인이 된 사람입니다.
당연히 나치당원들을 좋아할리가 없죠.
그는 이른바 '개떼들'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나치 소탕 작전을 펼칩니다.
당연히 괴벨스와 히틀러는 1 순위가 되겠지요.
한편 세월이 흘러 앞에 이야기 드렸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소녀는 젊은 나이에 극장을 운영하는 여인이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쇼사나로 그녀 역시 나치 조직들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 학살 주범인 한스 란다라는 장교를 죽이는 것도 포함이 되지요.
프랑스의 한 영화관 그렇게 알도 레인을 비롯한 개떼들과 쇼사나는 각자 극장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최후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타란티노의 작품들은 B 급 감성의 영화들입니다.
몇 년전 개봉된 '데쓰 프루프'는 B급 영화임을 아예 작정하고 만든 프로젝트였고요.
'킬 빌' 이후 다시 복수라는 테마가 이어졌고 총 5장으로 된 소제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킬 빌'을 비롯한 타란티노의 영화에 오래간만에 등장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노란바탕의 글씨로 대문짝만하게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대목이나 불어로 대화나누는 장면에 등장하는 장면속 영어 자막에 줄을 그어주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노련함도 보여줍니다.(참고로 그 장면은 당시 영화필름이 니트로라는 재질로 만들어져 화재에 무방비하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는 대목에 등장한 자막이자 부가 설명이었지요.) 심지어는 암살 인물들을 묘사하면서 손글씨 자막으로 일명 '돼지꼬리 화살표'로 표시한 장면도 이 영화가 일반 영화와는 다른 영화임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타란티노 표 영화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알려주는 대목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제 2차 세계 대전과 히틀러의 암살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른 것이죠.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혈투가 벌어지고 더구나 목표는 같으나 각자 서로 다른 두 개의 암살계획이 진행되는 과정도 그렇고 그 과정에서 두 사건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해간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두 사건에서 알도와 쇼사나는 아예 만나지도 않고요.
사실 두 가지 예상을 했습니다.
두 사건이 맞물리면서 사건이 꼬여서 히틀러 암살에 실패했거나 혹은 오히려 이 꼬임이 도움을 주어 암살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그 첫번째이며, 오히려 두 사건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 합심해서 히틀러를 무찌를 것이라는 가능성이 그 두번째였지요.
하지만 타란티노는 의외로 관객들에게 너무 많은 상상을 하도록 유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건은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약간의 엇갈림이 있었지만 큰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아울러 이 영화는 독일 혹은 세계 제 2차 대전시기의 영화사를 살짝 들춰내고 있습니다.
가령 알토 레인이 영화 평론가로 활동했다고 이야기하는 대목도 그랬지만 당시 나치 정권에서는 히틀러를 찬양하고 나치 정권을 정당위 하는 괴벨스의 미디어 정책이 상당히 먹히고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쇼사나가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리고 쇼사나에게 집적대는 전쟁영웅인 한 젊은 군인의 모습에서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더구나 그 전쟁영웅으로 등장한 군인은 사람을 많이 죽인 공로로 훈장만 받는 것이 아닌 괴벨스의 선전도구에 그 선전도구의 하나인 영화에 주연배우로 출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분명 자신을 전쟁영웅이라고 인정을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많은 이들을 사살하는 장면에서는 도저히 영화를 보지 못합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것이죠. 비록 자신이 출연한 전쟁영화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젊은 군인은 괴벨스에 이용당한 또하나의 피해자이자 피의자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늘 그렇듯 폭력의 미학은 여기서도 아름답게(?) 연출됩니다.
물론 폭력이라는 것이 아름답게 묘사될 수 없는 것이지만 머리가 날라가거나 피가 분수처럼 나오는 등의 잔인한 장면은 최대한 억제했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나치의 상징을 나타내는 문자를 이마에 세겨주는 장면이나 나치 관련자들을 잡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머리가죽을 베는 장면은 살짝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게 타란티노의 영화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것입니다. 원래 그런 묘사를 즐겨했던 양반이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면서 브레드 피트의 모습만 생각 하시겠지만 이 영화는 각나라의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중 첩자이자 여배우 브리짓으로로 등장하는 다이앤 크루거를 비롯해 분노의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니면서 악날한 모습을 보여준 알라이 로스라던가, 성깔있는 독일장교로 등장한 틸 슈바이거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죠.
그러나 가장 제 눈에 띄었던 배우는 쇼사나 역의 멜라니 로랑과 한스 란다 역으로 악날한 장교 역을 보여준 크리스토프 왈츠입니다. 멜라니 로랑의 경우 청순미와 더불어 강인함을 보여준 모습이, 그리고 크리스토프 왈츠는 악역답게 누구에게도 절대 꿇리지 않는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는 인물로 기억되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프 왈츠의 경우 '007 골든 아이'에 출연한 경력과 더불어 '바스터즈...' 이 작품으로 2009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개성이 강한 배우들을 타란티노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겠지요.
만약 이 영화처럼 히틀러의 암살이 성공한 쿠테타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전세계의 역사는 다시 쓰여졌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독일은 더 그렇겠지요.
이렇듯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실천에 못 옮길 수도 있는 기발하고도 이 위험한 상상을 타란티노가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유쾌한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영화에서 쥐를 묘사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쥐는 세균을 옮기는 주범이다, 하지만 그런 세균은 다람쥐도 옮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쥐를 더 싫어하는 것은 그 인식 때문이다.' 라는 대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처럼 들리고 웬지 무섭게만 느껴집니다.
누가 세균을 옮기고 누가 말썽을 부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쟁 같은 이 삶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이 행복한가를 자꾸만 묻게 됩니다.
그리고 괴벨스와 히틀러를 보면서 과거 나치 정부에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시대에도 괴벨스와 히틀러는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무서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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