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파주'- 삶과 시대의 아픔, 그 종착역에 선 두 남녀...

송씨네 2009. 11. 9. 04:00

 

 

 

 

사람의 일생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정말로 알 수 없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지독한 사랑때문에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으로 평론가들과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박찬옥 감독의 두번째 영화 '파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질기고 질긴 인연 혹은 악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이 영화는...]]

 

한 여자가 택시에 타고 있습니다. 그녀는 오래간만에 파주에 왔습니다.

그러나 표정은 그렇게 밝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은모...

사실 은모의 표정이 그런데에는 이런 저런 사정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그녀가 중학생이던 시절로 돌아갑니다.

한 남자가 그녀의 언니인 은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파주에 사는 아는 선배이자 목사인 분의 집에서 교회차 자원봉사공부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중식이라는 사내입니다.

젊은 시절 데모를 비롯한 학생운동 등을 하다가 수배를 받고 있었고 결혼한 아는 여자 선배의 집에서 살다가 그 선배의 갓난 아기를 다치게 한 주범이 되어 스스로 파주로 내려온 것이죠.

중식은 은수를 사랑하지만 그 모습을 은모는 유쾌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은모는 팔리지도 않던 부모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이던 오래된 집은 쉽게 팔릴 생각을 하지 않고 사정상 그 집에서 살지 못하고 중식이 살던 집에 중식과 은수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 집에서 살게 됩니다.

하지만 가난의 끝은 보이지 않고 은모는 결국 가출을 결심하며 그 곳을 나와버립니다.

그러나 그 뒤 언니 은수는 불의 사고로 세상을 뜨고 중식 홀로 남게 되지요.

은수는 재개발 예정이자 폭격이라도 맞은 듯한 곳의 집에서 새롭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주위에서 재개발의 압력은 자꾸만 그녀를  위협하지요.

그렇다고 여러 곳에서 사겠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그녀는 거부를 하지요. 나이트 클럽의 조폭들이 다가와도 말입니다.

언니의 죽음을 뒤늦게 안 은모는 언니 은수의 죽음이 심상치 않은 죽음임을 알게 되지요.

중식은 뱅소니 사고라고 이야기하지만 웬지 석연치 않은 느낌만 듭니다.

수억의 보험금이 그녀의 앞으로 왔지만 여전히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웬수 같은, 그래서 형부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던 중식에게 은모는 마음을 열어보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열리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두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지금도 남아있을지도...

 

 

 

 

 

'파주'는 사실 리뷰로 정리하기가 좀 어려운 것이 자막으로 언제의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잘 묘사되어 있긴 하지만 그 시대별 순서가 워낙 뒤죽박죽으로 나열된지라 이것을 어떻게 풀어서 설명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많은 궁금증이 걸려 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은수, 은모 자매의 부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냐는 물음부터 시작해서 왜 그들은 어차피 이사를 할 것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그 부모님이 살던 집을 포기하고 세를 주느냐는 것이 의문이죠. 더구나 초반에는 중년의 남성이 집주인이 아닌가 의심스러운데다가 몰래 몰래 그 집을 다니는 것이 이 집의 집주인이 아닌 세들어 사는 입주자인지 아니면 정말 집주인인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등등 상당히 애매한 의문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중식이 은수를 사랑은 하고 있으나 섹스는 왜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으려고 하죠.

오로지 이 영화는  관객이 알아서 추리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어떤 점에서는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라고도 보여집니다.

하지만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 이유는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나가게 되지요.

 

은수, 은모 자매의 부모는 교통사고 혹은 화제로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중식은 왜 은수에게 성관게를 맺지 않는가에 대한 이유 역시 앞에 등장했던 중식의 대학 선배이자 지금은 결혼한 여인인 자영과 잠시 동거중 그녀의 아이가 화상 사고가 나면서 벌어진 일에 대한 죄책감에 섹스를 거부한 것으로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렇게 추리를 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은수의 뒷통수의 상처의 비밀 역시 화제 사고로 인해 생긴 사고가 아닐까라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추리가 가능하지만 섣불리 추리하기 역시 쉽지가 않습니다.

마치 중간중간 사라진 퍼즐을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유쾌한 영화는 아닙니다.

 

더구나 영화 속에서는 은모 역시 그 퍼즐 조각을 부여 받게 되죠.

중식은 분명 그 사고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일부러 은모에게 그 사고의 원인을 뺑소니 사고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은모 역시 언니 은수의 사고를 일으키게 만든 장본인(피의자)이자 피해를 당한 피해자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이 사건을 일으켰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니라는 것이죠. 만약 그 사고의 원인을 자세히 설명했더라면 어쩌면 은모는 더 큰 죄책감에 시달렸는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 사고가 은수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중식은 사건을 덮고 은모를 용서하게 되는 것이죠. 대학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그리고 은모가 폐가에 가까운 철거 주택에서 살고 있을때 대책위 주민들과 같이 싸우는 이유 역시 어쩌면 그가 이런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이겠지만 은모를 지켜주려는 것도 하나의 방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중식이라는 인물을 묘사한 장면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부분 구속 당하거나 쫓기는 상황들이 대부분이죠. 자영과 동거중인 상황에 중식은 수배중이었고 몇 년후 중식과 자영이 다시 만나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다가 구속이 되었을 때가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는 철거 대책위와 합심하여 싸울때 위기를 겪는데 그러나 진짜 그가 구속된 이유는 엉뚱하게도 다른 이유로 구속이 됩니다. 이것이 그의 세번째 위기이죠.)

 

 

 

 

 

 

 

불친절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사실 중식과 은수의 사랑을 어떤 사랑으로 이해해야 하는가의 생각부터 듭니다.

단지 남녀의 사랑을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처재와 형부의 가족을 아끼는 마음에서의 사랑인지가 그것이죠.

제가 볼 때는 초반의 부분은 후자에 더 가깝지만 후반으로 가까울 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전자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이 되어집니다.

하지만 분명 두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사랑해서는 안되는 관계라는 것을 말이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런 이야기는 최근들어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고 있는 소재입니다.

조재현, 공효진 씨 주연의 드라마 '눈사람'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고 이병헌, 이미연 씨 주연의 영화인 '중독'도  물론 빙의로 인한 점이긴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다른 가족의 형제나 자매가 살아남은 이를 사랑한다는 사랑한다는 점에서 이런 소재의 영화는 많았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런 영화들은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편하게 볼만한 이야기들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난감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것도 감독의 재능이라면 큰 재능이라고 보여집니다.

 

 

 

약간의 우스겟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한편으로는 현 정권이 싫어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극중 중식이 국가보안법이나 다른 죄로 구속되는 경우를 보더라도 흔히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좌파(빨갱이)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라는 것입니다. 너무 적극적으로 위험한 사회 운동들을 벌이고 있는 점에서 이 작품을 정치적인 쪽에서 본다면 과연 즐겁게 볼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두번째는 재개발 장면인데요. 사실 가장 리얼했던 장면이라면 재개발 주택 주민들이 경찰과 용역요원(용역깡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만...)들과 싸우는 장면은 그야말로 실감나는 장면으로 꼽히는데요. 이 장면을 보고 용산 참사를 떠올린 것은 아마 저 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힘없이 무너지는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는 듯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폭력이 정당화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듯한 장면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이 영화의 출연진들도 은근히 화려하지만 예상 외의 출연진이라는 점에서 더 놀라게 되지요.

첫 생예 배드씬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선균 씨의 모습도 그렇고 '미쓰 홍당무'와 드라마 '탐나는 도다'에서 깜찍한 모습을 보여준 서우 씨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는 것은 의외의 일입니다.

더구나 서우 씨의 경우 기존의 코믹한 캐릭터에서 벗어나서 젊은 나이이지만 은근히 굴곡 많은 삶을 지닌 여인으로 등장했다는 점도 의외라는 것이죠. 서우 씨를 최근 충무로(영화계)와 여의도(방송계)에서 동시에 주목하는 이유도 아마도 여러 배역을 넘나드는 그 모습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서우 씨는 앞으로도 분명 지켜볼 배우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겠지요.

 

아울러 특별출연이지만 분량은 매우 컸었던 의외의 특별출연도 있습니다.

'친구', '하얀거탑'의 김보경 씨라던가 '상사부일체' 이후 조금씩 작품에 출연중인 이경영 씨의 모습도 볼 수 있었죠.

이경영 씨의 경우 사실 불미스러운 사고로 자숙하는 기간으로 오래 있긴 했지만 조금씩 출연하면서 다시 연기 감각을 되살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는 역시 불미스러운 일로 자취를 감췄던 송영창 씨와도 비슷한 경우로 보이는데 송영창 씨 역시 연극과 영화에 복귀하면서 다시 재기하려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과 박찬옥 감독...

한 끝 차이이지만 두 감독은 성별만 다를 뿐 그렇게 쉽게 관객들에게 쉬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감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객의 의견들도 중요시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는 점에서도 두 감독은 은근히 공톰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과 용서, 화해에 대한 이 난해함이 고루 들어간 영화 '파주'...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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