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라스트 갓파더]영구에게 충무로는 정말 좁은 세상?

송씨네 2011. 1. 1. 02:47




어느 개그맨이 있었습니다.

그는 V가 그려진 스판에 가까운 옷을 입고 더워보이는 핼맷을 쓰고 연기를 했지요.

때로는 날라다니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어설픈 피아노 줄 때문에 느낌은 영 아니었지요.

그러던 그는 파란 한복저고리에 머리에는 큰 땜통이 그려진 가발을 쓰고 다른 연기를 하기 시작했지요.

1960,70 년대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여로'에 등장하던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과연 그게 뜰까 의심을 합니다.

고무신 악취로 악당들을 무찌르며 그의 곁에는 충견 땡칠이가 함께 동행을 하지요.

사람들이 그를 찾으면 그는 나타나 이야기합니다. 자신은 여기에 없다고 말이죠. 

그 후 그는 펭귄, 파리, 어설픈 복서 등을 연기했고 그러던 그가 공룡 영화에 집착하자 사람들은 그 사람을 또 비웃기 시작합니다. 

네, 물론 쫄딱 망했습니다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죠.

신지식인 상을 수상했지만 그것이 거품이라는 이야기도 많았고 공룡과 이무기를 소재로 한다고 할 때 그를 이해할 수 없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어느 덧 이 바보를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를 영구라고 부르며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심형래입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라스트 갓파더'입니다.




1950 년대 미국...

마피아 두목 돈 카리니는 고민에 빠집니다. 후계자가 필요한데 쓸만한 인간이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충직한 부하들도 많고 그중에서는 토니가 유력한 후계자이만 그는 의외의 인물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을 지켜준 한 여자의 아이... 그의 이름은 영구였지요.

수녀원에서 자란 영구는 그렇게 돈 카리니의 소굴로 들어왔지만 웬지 맹해보이고 바보같아 보이는 이 친구가 후계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한편 돈 카리니의 앙숙관계는 상대편 조직인 돈 본판데의 고민은 무엇보다도 돈 카리니 조직과의 자주 마주치는 것이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미모의 딸인 낸시를 각별히 아꼈기에 누군가 그녀를 공격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괴한들에게 공격당하고 얼떨결에 영구는 이 괴한을 물리칩니다.

그러나 사실 이 괴한은 돈 카리니 조직의 부하인 비니의 졸개들입니다.

낸시를 납치해서 조직의 일인자로 자리잡으려는 속셈이죠.

영구는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게 됩니다만 그러나 별 소득을 얻지 못합니다.

남는 것은 영구의 머리처럼 야구 방망이로 얻어맞은 영광의 상처들이죠.

낸시는 영구의 순수함에 반하지만 돈 카리니나 돈 본판데는 금지된 장난으로 생각합니다.

계속되는 신경전 속에 결국 타겟은 영구가 되어버렸지만 돈 본판데 조직도, 그를 가르치려는 돈 카리니 조직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영구는 진정한 남자로, 마피아의 후계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라스트 갓파더'는 영구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영구 시리즈와는 확실한 차별화를 두게 되지요.

우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저고리 한복이 사라졌고 머리의 땜통대신 2:8의 가르마와 고무신 대신 여전히 고약한 냄새를 자랑하는 구두로 글로벌하게 바뀐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그는 '영구 없다~!'를 외쳐야하는데...

 이거 어떻게 된 일이죠? '영구 없다~!'라는 대사가 없답니다.

하긴, 이걸 영어로 옮기는 것도 애매하고 아무리 외국 스텝진들과 작업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어로 대충 잡아떼고 연기하기에는 외국 관객에게 한국말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일테니깐요.



그런 점에서 '라스트 갓파더'는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모든 대사는 영구 포함 모두 영어이며 한국어 대사 찾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죠.

영어로 대사한다고요? 그거 '디 워'때도 그러더니만 사람들이 모두 이해해줄까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사람들은 그런 영구를 이해해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보 컨셉에 맞게 그가 내뱉은 영어는 거의 기초 영어에 가깝고 '오케이'를 외치기 시작하죠. 뭐든지 좋고 괜찮다는데 말이죠.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디 워'를 들고 나왔을 때도 그렇고 심형래 감독은 늘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으니 말이죠. 박찬욱, 김기덕 급의 논란을 몰고 온다는 것이 더 재미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디 워' 때 논란보다는 덜 받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일단 시나리오 부분에서도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를 기용한 것으로 생각한 것을 보면 '디 워'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의미이지요. 초반 말론 브란도의 CG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려고 했다가 '피아노'의 하비 카이텔을 기용한 것은 영구아트의 CG의 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면 캐스팅에 중점을 두자는 식으로 유턴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을 잠재우기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거기에 코미디 배우로 익숙한 존 피네트 같은 인물을 기용한 것은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임을 다시 인식시켜주는 것이지요. 심형래 씨와 그가 같이 등장하는 슬랩스틱이 많은 것도 아마도 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CG는 '디 워' 때 보다는 강력하지 못하더라도 시나리오와 코미디적 요소를 강화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미니스커트나 빅맥의 탄생과정에는 영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발상은 그래서 매우 유쾌한 장면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역시 논란은 논란이죠. 가장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코미디가 약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들입니다. 물론 심형래 씨는 국내에 있어서 슬랩스틱 코미디의 달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후 김병만 씨처럼 묘기가 결합된 새로운 슬랩스틱 코미디의 달인이 탄생하긴 했습니다만 단순히 개그로 슬랩스틱을 한다는 점은 심형래 씨가 독보적인 존재라는 겁니다.

영화에서 야구 방망이로 상대조직과 맞써기 위해 훈련하는 장면의 경우 '변방의 북소리'나 '동물의 왕국' 등 에서 보던 개그이고 체육관에서의 줄넘기 장면도 '내일은 챔피언'이라는 복싱을 소재로 한 코미디 코너에서도 보던 것입니다. 심형래 코미디를 보면서 자란 1980-1990 년대 생들은 상당히 익숙한 개그들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 그의 개그는 관객에서 상당히 먹힌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많은 것을 보여준 것 때문일까요? 예고편을 이미 보신 분들의 경우 예고편 이상의 개그를 볼 수 없었다는 생각을 많이 갖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간요.

더 적극적으로 개그에 임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미디 적인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사실 심형래 씨의 개그는 무술와 개그가 혼합된 성룡이나 주성치 식의 개그보다는 (미스터 빈의)로완 아킨스나 짐 케리류의 개그에 더 가깝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심형래 감독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여전히 작용합니다.

과연 스스로 국내 감독들 중에 헐리웃이나 세계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볼 생각들이나 제대로 해보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겁없이 헐리웃 진출에 문을 두르린 박진영 씨의 경우와 심형래 씨는 유사점이 보입니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갔다는 겁니다. 그런점에서 국내 감독들이나 제작사들은 아직도 우물안의 개구리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 영화에는 JYP 식구들 중 하나인 원더걸스가 깜짝출연을 합니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심형래 씨나 박진영 씨 모두 미국에서 고생했던 것을 알기에 이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어울리는 구석이 많다는 것이지요.




심형래 감독은 아시는 분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보수진영 쪽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끔 강연회 자리에서 분위기 띄운다고보 보수쪽의 지지발언이나 여성 비하 발언을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요. 어쩌면 '디 워' 개봉 시점에서 진중권 씨와 자주 싸움이 붙었던 이유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람이 보수적이라고 해서 영화까지 보수적일 필요는 없는데 소심하게 영화를 이끈 심형래 감독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은 됩니다. 가령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대표적인 보수계 인사임에도 영화에서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자주 선보인 것을 생각한다면 심형래 감독이 배워야 할 인물은 아마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 생각에는 그의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는 그렇게 비난을 받아야 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이 되어지네요. 또한 앞에도 이야기했듯 그런 그가 적극적으로 헐리웃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