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헬로우 고스트]충무로 새 공식-명절엔 성룡, 새해에는 차태현!

송씨네 2011. 1. 3. 23:30





국내영화 배우들 중에 코미디의 지존은 누구라고 생각되십니까?

물론 많은 배우들도 있습니다만 서서히 흥행반열에 서 있는 남자가 있습니다.

바로 차태현 씨 입니다. 그는 많은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였으나 그가 관객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영화라면 '복면달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후 차태현 씨는 승승장구를 하게 되는데요.

이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듯 '과속 스캔들'은 연말/새해를 맞이한 영화들 가운데 좋은 평가를 얻은 작품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작품성은 중간적이라고 하더라도 흥행성에는 이제 웬만한 배우들의 반열에 꼈다는 것이죠. 

'과속 스켄들' 이후 몇 년이 흐르고 이번에도 그들은 또 다른 가족들과 만납니다.

전의 영화가 오붓한 세 식구라면 이번에는 좀 식구가 많습니다. 과연 이들 식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요?

영화 '헬로우 고스트'입니다.




상만은 고아입니다. 그는 이제 죽을려고 준비중입니다.

수면제인지 독약인지도 모를 알약을 한 입에 털었건만 들려오는 전화 한 통에 완샷하고 싶어도 물이 없어서 죽는 것을 포기하죠. 한강 다리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그에게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남들은 못보는 그것... 그렇습니다. 그는 귀신이 보였던 것이죠.

파란 양복에 담배만 피워대는 골초 귀신에,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는 울보 귀신, 좀 밝히시는 변태 어르신 귀신에, 식신에 가까운 식성을 자랑하는 먹보귀신에...

사람은 한 명인데 자꾸 자신의 몸에 들어가는 귀신들 때문에 여간 불편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호사 연수를 만나게 되지요.

변태도 되었다가 식신도 되었다가 하는 모습이 우수꽝스럽지만 그런 그에게 매력을 느끼지요.

상만은 귀신들에게 원한(소원)을 이야기하면 모두 풀어주겠노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이 식구들이 상만에게 낯설지가 않습니다.

도대체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야기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한 남자 곁에 네 명의 유령이 기거하면서 그와 동거하는 이야기입니다.

상당히 간단한 이야기를 초반에는 별볼일 없는 이야기구조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 초반은 마치 캐릭터 쇼 같은 다양한 인물로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소원을 풀어주는 상황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골초귀신 낡은 택시에 집착하고, 변태 귀신은 카메라에 집착하며, 울보 귀신은 계속 울기만하는 것은 물론이요 요리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초딩 귀신은 먹을 것에 집착하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음식을 권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당히 연관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을 괴롭히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낯선 이야기는 아닐껍니다.

유렁과 얼떨결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팀 버튼의 비틀쥬스'도 있을 것이고 장서희 씨가 새침한 귀신으로 등장한 '귀신이 산다'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귀신가 기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코미디 보다 공포물이 더 많은게 사실이죠. '비틀쥬스'의 엔딩처럼 놀자판으로 끝나는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죠.

공포가 아닌 코미디로 유령 이야기를 만들려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필요하고 그 속에 희노애락과 웃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초반은 왜 그들이 유령이 되었는가라는 이유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말에 해당되는 관객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은 물론이요.

그들이 그냥 '가족'이 아님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는 것이지요.

그럴듯 아닌듯한  이들의 관계를 확실히 밝힘으로써 일반적인 가족이 아닌 그들이 왜 상만의 가족이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차태현 씨의 전작인 '과속 스캔들'과 닮아있고 전혀 다른 엔딩이지만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이야기한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유사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영화에서 가족의 의미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마도 마지막 장면에서도 울컥하지 않는 분들은 없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영화안에 등장하는 소소한 소품들(가령 대형 잉어엿, 카메라, 시금치 없는 김밥, 노란 택시 등)은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이 소품들이 엄청찬 결말과 반전을 주는 대단한 소품으로 변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허접하지만 그 허접이 완벽으로 바뀌는 순간이라는 겁니다.

저도 요즘 눈물이 매마른데 마지막 반전을 향해가는 장면에서는 살짝 눈물이 나올뻔하더군요.

많은  평론가가 이야기하는 허접한 스토리임에도 마지막 반전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더나을 뻔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상당히 공감이 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객을 배반할 정도의 허접함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다양한 귀신들이 등장하는 캐릭터 쇼이지만 어떻게 보면 차태현 씨가 다양한 인물을 다중적으로 연기해야 하는 차태현의 캐릭터 쇼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특성, 시나리오의 특성을 관찰하지 않는한 빙의 연기는 상당히 힘든 연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차태현 씨의 본인을 포함한 1인 5역은 어설픈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차태현 씨 만큼이나 고생한 배우들이야 많죠. 고창석 씨는 넉넉한 몸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진 골초귀신으로, 장영남 씨는 눈물많은 귀신으로 등장하는데 사실 의외로 반전의 열쇠를 지니고 있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영화 '해운대'에서 당돌한 모습을 보여준 천보근 군은 강예원 씨와 더불어 같이 영화에 출연하는 영예를 안았고요. 장영남 씨 만큼이나 장진 감독이 사랑하던 이문수 씨 역시 또 다른 코믹 연기를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해운대'와 장진사단의 묘한 만남인데 그것이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이 영화는 영화 외에도 의외로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카툰으로 제작을 한 것이 그 경우인데요. 보통 영화와 소설이 연계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 형식이 아닌 카툰 형식으로 준비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이색적으로 다가옵니다.

 카투니스트 '와루'라는 분이 그리셨다고 하는데 전혀 다른 이미지에 전혀 다른 이야기로 영화와는 다른 버전으로 만화 & 다이어리로 등장한다는 군요. 부가컨텐츠를 단지 영화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방법은 매우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부가 컨텐츠 면에서는 좋은 방식을 취했으나 영화 면에서는 약간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한 반전이 이 영화를 살려줬다는 표현은 그래서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차태현의 캐릭터 쇼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남은 4 명의 배우들의 캐릭터 쇼로 만들어야 했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네요.

어쨌거나 차태현 씨는 이번에도 연말/새해 관객과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다가는 차태현 씨가 명절 전문 배우 혹은 연말 전문 배우로 거듭나는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