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스탠리의 도시락]이건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인도의 현실이다!

송씨네 2012. 3. 11. 16:24

 

 

 

인도는 참 독특한 나라입니다. 인구도 많고, 음식도 많고, 해마다 찍어내는 영화도 많죠.

못사는 나라로 우리에게는 인식되어 있지만 인도 개발의 속도는 미친 듯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도는 여전히 여러 부분에서 취약한 점이 많죠.

인도의 오늘과 내일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탠리(파르토 A. 굽트 분)라는 소년입니다. 교복 주머니는 터져있고 얼굴은 늘 멍투성이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활발하게 살아가며 웃음을 주는 친구이죠. 삭막한 교실에서도 엔돌핀 역할을 하는 그의 유별난 행동에 일부 선생님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글짓기나 말재주 등의 실력이 뛰어난 스탠리는 국어 교사인 로지 선생님(디브야 두타 분)에게 늘 칭찬을 받습니다. 맛난 사탕과 초코바는 덤이고요.

 

하지만 스탠리의 천적은 바로 식탐 대마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베르마 선생님(아몰 굽트 분)입니다.

그는 도시락을 절대 싸들고 오지 않는 이상한 성격의 선생님입니다. 동료 선생님들의 도시락을 몰래 먹는 것은 물론이요, 도시락 냄새는 개코같이 알아냅니다.

아이들의 도시락도 위태롭죠. 아예 선생님들은 그에게 도시락을 살짝 건네주며 포기선언을 할 정도이니깐요.

그런 베르마 선생의 앙숙이 스탠리라는 것입니다. 스탠리는 늘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물로 배를 채우는 적이 더 많은 이 친구에게 같은 반 아이들이 온정과 의리를 보여주지만 그것을 베르마가 유쾌하게 볼 리가 없지요.

 

영화는 '도시락을 사수하라'라는 소제목을 집어넣으며 이들의 유쾌한 전쟁의 서막이 오름을 이야기합니다.

돼지 콜레라로 학교의 수업이 중단되고 이를 대체하는 방안으로 성탄절 이후 보충수업을 하기로 학교는 결정을 내립니다.

보충수업으로 인해 도시락을 싸야하는 부모들의 부담은 크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일이죠. 더구나 3첩, 4첩 도시락을 보게 될 베르마 선생에게도 즐겁기만 하죠.

원형극장으로, 학교 중앙계단으로, 운동장으로 장소를 옮기며 베르마 선생을 피해 스탠리를 위한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이들...

하지만 베르마 선생님의 분노는 극에 다다르고 스탠리에게 도시락이 없으면 학교를 등교할 생각도 말라고 경고를 하지요.

 

한편 '놀라운 나라 인도'라는 주제의 콘서트 공연 소식이 들려오면서 오디션에 참가할 아이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냅니다.

스탠리는 실력이 뛰어났지만 등교하지 못하는 그에게 학교 대표로의 참가는 꿈도 못 꿀 일이죠.

아이들은 베르마 선생님에 분노하고 로지 선생님을 비롯한 이들도 베르마 선생님의 방식에 불만을 제기합니다.

 

 

 

 

배경이 인도일 뿐이지 이 영화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도 물로 배를 채우는 경우가 많았고 그 가난은 현재 진행형인 경우가 많죠.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선 넘어오면 가만히 안 놔둔다는 짝과의 싸움도 비슷하고요.

스탠리처럼 왼손잡이가 창의력과 개성이 있음에도 이런 그들의 개성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도 우리와도 비슷한 점이죠.

어느 한 반에나 있는 부잣집 아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인상적인데 이 영화에서는 아만(누만 쉐이크 분)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보시다시피 식욕을 자극하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도시락을 준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미각을 생각하기에 충분하지요.

스탠리도 결국 도시락을 준비해 베르마 선생님에게 나타나 음식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음식의 비밀은 후반부에 등장해 오히려 슬픈 느낌을 전해줍니다.

스탠리의 부모들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삼촌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길러집니다.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고 식사도 거르기 일쑤입니다. 식당에서 같이 일하는 주방장 아크람(지텐트라 라이 분)은 결국 스탠리를 위해 저녁에 식당이 영업을 종료하고 남은 음식을 스탠리의 4첩 도시락에 싸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충격적인 장면은 그 후에 등장합니다. 베르마 선생은 결국 학교를 떠나고 스탠리에게 미안함과 더불어 다시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어쩌면 이런 코미디 영화에서는 떠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고 해피엔딩을 생각했겠지만 그것을 보기 좋게 이 영화는 비웃고 있습니다.

베르마 선생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스탠리는 아무것도 나아진 것도 없이 영화는 끝나게 됩니다.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스탠리가 도시락을 싸오게 된 것이 전부라는 것이지요. 스탠리는 삼촌의 구타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도 이 영화가 기존 영화와 다른 엔딩을 선택한 것입니다. 결코 이 영화는 완전한 해피엔딩이 아닌 현재 진행형 엔딩을 선택한 것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으로 끝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감독이자 바로 베르마 선생으로 등장한 아몰 굽트는 크레딧 속의 몇 줄의 단어로 인도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빈곤층은 여전하며 결식아동도 여전하다는 것이죠. 거기에 임금 착취에 폭력으로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스탠리의 도시락>은 도시락이라는 유쾌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알고 보면 정말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즐겁게 웃으면서 보기에는 인도의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모습이 왠지 남같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전직 서울시장이라는 분은 무상급식 반대에 목숨 걸고 시장직을 거는 어리석음을 보여주었고 결국 정치 인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는 먹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잖아요... 먹는 데에는 개도 안 건드리고 먹는 거로 장난치는게 가장 몹쓸 짓이라고 이야기하니깐요.

 

이 영화의 배경은 Holy family high school라는 곳으로 인도에 실제 존재하는 학교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이 학교 전교생과 일부 선생님들이 이 작품에 투입되어 연기하였고, 연기를 이유로 수업에 지장이 줄 것을 대비해 촬영시간을 정하고 촬영해 임했으며 휴식 시간도 보장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영화의 스탠리 역을 맡은 파르토 A. 굽트는 아몰 굽트 감독의 실제 친아들이라고 하네요. 얼마 전 소개한 <씨민과 나테르의 별거>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지요. 감독인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자녀인 사리나 파르허디가 바로 이 영화에 출연한 것도 비슷한 예이죠.

 

인도 영화에서 음악은 필수입니다. 몇 시간이 거뜬히 넘겨지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국내 관객들이 보기에도 상당히 적당하죠.

하지만 최근 인도영화의 특징이라면 뮤지컬 적인 상황이 들어간 영화가 있는가 하면 영화 안에 그냥 삽입만 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탠리의 도시락>에서는 스탠리의 상황과 심리상태 등을 노래로 대신한다는 점이 특이한 점입니다. '여기 또 한 명의 스탠리가 또 있을까?'라고 부르는 노래가 등장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노래는 영화의 내용을 압축시키는 역할과 심리상태, 감독의 의도 등이 모두 포함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도영화에서 음악은 다른 나라보다도 상당히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탠리의 도시락>은 참으로 경쾌한 영화입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코미디 영화로만 규정하기에는 슬픈 인도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고 경제적인 혜택을 받는 아이들은 그 중의 소수입니다.

분명한 것은 스탠리 같은 아이들이 인도에만 수많은 아이가 있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나라의 미래이고요.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도 제공할 수 없는 이 나라에서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