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방황하는 칼날-피해자... 피의자의 운명을 살다! 허술한 법의 테두리의 희생자들.

송씨네 2014. 4. 9. 21:23

 


방황하는 칼날 (2014)

8.9
감독
이정호
출연
정재영, 이성민, 서준영, 김대명, 김현
정보
스릴러 | 한국 | 122 분 | 2014-04-10
글쓴이 평점  

 

 

 

저도 남자이지만 사람을 분노하게 만드는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여성들을 성폭행한 남성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뉴스이지요.

어쩌다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분노도 크지만 뉴스가 뉴스로 끝나는 것이 아닌 피해자들의 소식과 더불어 솜방망이로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버린 피의자들의 재판 결과를 보고나면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다시한번 묻게 됩니다.

다시한번 물을께요... 왜 이렇게 된 거죠?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소설 원작 영화 추천 작품...  영화 <방황하는 칼날>(영문원제 Broken)입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상현(정재영)은 그냥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입니다.

아내를 잃고 딸인 수진(이수빈)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딸이 사춘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 제외하고는 그냥 평범하고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정이죠.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공장에 야근이 많아지는 바람에 늦어질 것 같다는 문자를 보던 상현...

그러나 전화도, 문자 답장도 없습니다. 비는 오고 있고 집에 오지 않은 딸에 걱정만 앞써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형사 억관(이성민)과 준영(서준영)은 영업하지 않는 낡은 목욕탕 건물에서 시체 한 구를 발견합니다.

그렇게 수진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상현에게 왔습니다.

범인들의 수사가 이루어질 쯤 수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던 피의자 민기(최상욱)은 죄책감에 상현에게 수진을 죽인 사람은 두식(이주승)과 철용(김지혁)이라는 사실을 알립니다. 약골이었던 민기는 동영상 촬영만 억지로 강요받았기 때문이죠.

상현의 분노는 커가고 철용을 비롯한 자신의 딸의 동영상을 유출한 이들까지 모두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리고 남은 한 사람... 두식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키장 주변의 낡은 모텔로 향하게 됩니다.

 

 

 

 

사실 새로울게 없는 소재일 수 있습니다.

성폭행 당한 딸을 복수하는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는 최근들어 많이 제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영화는 엄마의 관점에서 이야기들이 진행이 된 영화들이 많았다는데 특징이 있습니다.

<공정사회>(Azooma/2012), <돈크라이 마미>(Don't Cry, Mommy/2012), <오로라 공주>(Princess Aurora/2005) 등의 작품에서 이런 모습들이 보여졌으니깐요.

오히려 남성(아버지나 오빠)이 성폭행 피의자를 복수한다면 이야기가 강렬하고 멋있을 것 같은데 영화들은 갸날프고 소시민인 여성들이 같은 여성인 딸을 괴롭힌 악마들을 처단한다는 점에서 의외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갸날퍼 보이지만 결코 그들의 복수는 남성 못지 않는 강렬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죠.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2005)를 생각해본다면 남성보다 왜 여성이 더 무서운지를 이해가 가실지도...

하지만 이 영화는 복수를 하는, 그러니깐 집행자의 노릇을 하는 것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강렬한 상황들이 묘사될 수 있고 모성애와는 또 다른 부성애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작품은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따라서 시나리오는 탄탄하다는 것인데 이 시나리오를 일본 원작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각색하느냐가 우선일 것입니다.

이미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Into The White Night/2009)과 <용의자 X>(Perfect Number/2012)가 영화화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강풀의 웹툰이 영화화 소재로 단골로 사용되었다면 일본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노의 작품 역시 우리나라에서 영화화된 경우이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떻게 각색하느냐가 문제인데 (원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영화화 된 버전에서는 형사와 피해자의 아버지의 관계 두가지를 모두 균형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원작만큼은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의 영화들은 계획적으로 성폭행범을 처단하는 모습들이라면 <방황하는 칼날>의 상현은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고 전혀 무계획이라는 점이 보인다는 것이죠. 살해 방식이 우발적이었다는 것인데 마지막 두식의 경우도 그냥 무작정 폐가 팬션을 찾아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애처롭다는 느낌마져 듭니다. 추위에 떨면서 오로지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죠.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만 이 영화를 단지 복수극으로 생각하기에는 씁쓸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앞에도 이야기드렸듯이 여성에 관한 성폭행 범죄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고 그 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들의 연령들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이들에 대한 죄의 형량이 상당히 낮다는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초범이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것이 정상참작이 되어 무기징역을 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합의로 끝내버리려는 피의자 가족들의 모습도 보이는데 그 중에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피해자 가족을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지요. (곧 개봉되는 영화 <한공주>(Han Gong-ju/2013)에서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되며 오히려 상황은 더 기가 막히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영화였죠.

딸을 잃은 아버지로 등장한 정재영 씨는 그동안 불량 형사의 이미지가 강했고, 터프가이 이미지도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덜 성숙된(그게 꼭 나쁜 의미만은 아닙니다.) 남자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지요. 그런점에서 정재영 씨는 더욱 강해졌지만 딸을 잃은 상황에서는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성민 씨도 만만치 않지요. 이 분은 드라마와 영화의 내공 모두 만만치 않는 분이며 자신만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분이죠. FM으로 사건을 진행하는 형사로 등장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친 외모와 얼굴 속에 숙직을 밥먹듯이 하며 세탁기의 자신의 옷을 돌리는 평범하지만 한편으로는 절대로 그냥 평범하지만은 않는 형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기려고 하지만 딸을 잃은 상현을 이해하려고 최대한 노력하지요.

이와 약간 반대로 열혈 형사인 현수로 등장하는 서준영 씨는 의욕은 앞써지만 현실사이의 벽에서 사실상 방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억관과 크게 의견 충돌을 하지는 않지만 약간은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지요. 피해자의 가족이 오히려 범죄자로 낙인찍혀 쫓기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소극적인 방관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민기 역의 최상욱 씨의 연기도 괜찮았고, 세상에서 완전히 격리시켜야할 파렴치한 인물로 등장하는 두식 역의 이주승 씨의 악역 연기도 일품입니다. (이주승 씨는 영화 <셔클콕>(Shuttlecock/2013)에서도 방황하는 소년으로 등장하지만 <방황하는 칼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누구를 위한 법이며 누구를 위한 보호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요즘입니다.

오히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피의자들은 아무일도 없었듯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숨기며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성범죄자의 개인신상을 공개하고 전자발찌까지 차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들 청소년 성범죄자의 처벌은 거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한 상황입니다.

과연 이 세상은 누굴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는 세상입니다.  

기대되는 영화,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방황하는 칼날>(http://if-you2014.interest.me)입니다.

 

140자로 말해봐!

피해자와 피의자가 뒤바뀌는 무서운 세상. 우리는 과연 정당한 집행자로써 그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담은 영화입니다.

정재영과 이성민 두 배우의 분량도 군형이 있었고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보여준 것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