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우아한 거짓말-살아있는 자의 슬픔, 남겨진 악몽을 말하다.

송씨네 2014. 3. 17. 01:26

 

 


우아한 거짓말 (2014)

Elegant Lies 
8.3
감독
이한
출연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유아인
정보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4-03-13
글쓴이 평점  

 

 

 

 

 

착하고 순하던 내 자식이 갑자기 이유모를 자살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모의 마음은 자신의 뭔가를 잃은 그것 만큼이나 가슴아프고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입니다.

왕따는 끊임없이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주 진지하게 접근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우아한 거짓말>(영문원제 Elegant Lies)입니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일하는 현숙(김희애)는 남편을 잃고 두 딸을 키우고 살아가지만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입니다.

그녀에게 두 딸은 매우 소중한 존재이지요. 중학교 1 학년인 천지(김향기)와 2 학년인 만지(고아성)은 그런 존재입니다.

어느 날 천지는 현숙에게 MP3를 사달라고 조르지만 없는 형편에 싸구려 MP3를 구입하는 것임에도 고민이 될 정도 입니다.

그리고... 천지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남편을 잃은 것도 모자라 딸을 잃은 현숙은 슬픔을 참아내며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쥐가 들끊는 낡은 아파트에서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공무원 고시를 준비중인 추상박(유아인)이라는 옆집 총각과도 첫대면을 합니다.

만지는 동생 천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수소문 하던 도중 천지와 친하다고 알려진 화연(김유정)을 만나게 되고 어딘가 모를 수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한편 천지의 또 다른 친구이자 만지의 절친인 미란(천우희)의 동생인 미연(유연미)로부터 천지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천지와 친하게 지냈지만 자신의 아버지인 만호(성동일)가 현숙과 만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그녀와 친해질 수 없었다는 것이죠.

 

 

 

 

김려령 작가는 많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런 가운데 '완득이'에 이어 이한 감독은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인 '우아한 거짓말'를 영화하기로 결심합니다.

물론 <완득이>(Punch/2011)로 큰 재미를 봤기에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인 '우아한 거짓말'을 영화로 옮긴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이 작품을 영화화 하려고 했던 것은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완득이'가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꿈과 희망을 이야기했다면 이 작품 '우아한 거짓말'은 아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빛과 희망을 보여주었으니 다음에 보여줄 것은 어둠과 절망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왕따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더구나 요즘은 그 방식이 더 지능화 되었지요.

제가 보냈을 학창시절을 더 수십배 능가하는 악날한 아이들이 죄없는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천지의 모습이 과거 내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별난 성격때문에 일부 아이들과 친해졌고 덩치가 큰, 그리고 이기적인 아이들을 저를 놀리고 못살게 구는데 여념이 없었지요.

오죽하면 저는 몰래 학교폭력 고발센터에 해당 아이를 고발해서 그 아이를 확실히 엿먹인(?) 적도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것조차도 두려워서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심지어는 눈물이 흘러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억지로 참느리라 힘들기도 했고요.

이렇게 저같이 피해 경험이 있거나 피해자로 살아가는, 혹은 그 어느 것이 아니더라도 요즘 아이들의 실태를 한번이라도 이해하고 알고 있다면 이 영화에 공감을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분은 가해자이거나 학교 폭력과 왕따의 심각성을 모르는 아마도 철없는 어른이거나 아이들일 확률이 높지요. 

 

김려령 씨의 원작을 읽은 분들은 원작만큼 잘 만들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일부 연기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는데 일부 아역출신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했다는 부분이 있고 반대로 김희애 씨가 오히려 연기가 어색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김희애 씨는 <101번째 프로포즈>(101st Proposal/1993)로 거의 20년만에 영화로 컴백을 하셨고 그동안은 드라마에 집중을 했던터라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어머니가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또한 잘 자라준 세 명의 여자 아역출신 배우들의 활약도 좋았지요. <괴물>(The Host/2006), <설국열차>(Snowpiercer/2013)의 고아성 씨(이제는 '양'이라고 부를 수 없죠.),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의 김유정 양, 드라마 <여왕의 교실>(2013)의 김향기 양까지 모두 자신의 맡은바 최선을 다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만지-미란-미연의 관계에서 어쩔줄 몰라하던 연기를 보여준 미란 역의 천우희 씨의 연기도 좋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친구인 만지가 동생을 잃은 슬픔도 이해가지만 동생인 미연의 마음도 감싸줘야 하는 복잡한 내면을 보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이미 그녀는 영화 <써니>(Sunny/2011)에서 강렬한 모습의 약역 이른바 '본드걸' 상미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더라 그녀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 했을 분들도 많을텐데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배우인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아울러 단역이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유아인 씨나 성동일 씨도 인상적이고 자신의 딸 만큼은 지켜야 했던,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화연의 어머니로 등장한 김정영 씨도 짧지만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급히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빨간 털실이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지만 그것에 담겨진 뭔가를 찾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남겨진 두 사람이 어떻게 그 아픔을 봉합하느냐의 문제일 것이고 화연과 미연은 친구의 죽음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들이 남은 해결과제라고 보여집니다.

이는 우리가 왕따에 대한 대책 없이 빨리 봉합하려는 어른들의 이기심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진정으로 어떻게 이해를 하냐가 해결 방안의 열쇠 중 하나일 것이고 이제는 피해자에서 스스로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저같은 사람들에게도 남겨진 숙제라고 보여집니다. 

 

140자로 말해봐!

침묵의 폭력, 방관의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왕따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작품입니다.

'완득이' 이후 왜 이한 감독이 또 김려령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 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네요.

이쁘게, 멋지게 성장한 아역 삼인방의 연기도 일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