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감독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시나요?
일단 괴짜라는 느낌이 강할테고 하나같이 소심한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하지만 홍상수 감독이나 우디 앨런과 다른 또 다른 소심한 캐릭터들의 모험담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드시리라 봅니다.
홍상수 감독이나 우디 앨런 감독이 찌질한 인물들이 단지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에 관해 큰실수를 저지르는 상황들이 대부분이라면 웨스 앤더슨은 한발 더 나아가 사랑 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건에 이 찌질이들을 투입시켜 더욱 더 골치 아픈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 아마 그의 영화의 특징이라고 보실껍니다.
물론 이들 찌질이는 점차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차츰 성숙하게 되는 것으로 언제나 결말을 맺게 되지만요.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한 홍보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웨스 앤더슨 영화라고 말합니다. 아니, 누가 이 영화를 거절한단 말인가요?
당연히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원제 The Grand Budapest Hotel/이하 '부다페스트...') 입니다.
영화는 한 벨보이의 추억으로 시작합니다.
중년의 한 작가(톰 월킨슨)는 오래전 젊었을 때 이제는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석에서 미스터 무스타파(F. 머레이 아브라함)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이 호텔의 주인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젊은 작가(주드 로)는 식사를 하며 자신의 젊었을 적 이야기를 꺼내놓게 됩니다.
바로 찬란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이름도 알 수 없는 그냥 제로(토니 레볼로리)라는 소년은 구스타프(랄프 파인즈)라는 이름의 지배인에게 운좋게 발탁되어 호텔 벨보이로 일하게 됩니다.
구스타프는 소문난 바람둥이였지만 일과 사랑은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지배인이었지요.
어느 날 그가 사랑했던 갑부집 노인이었던 마담(틸다 스윈튼)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그녀가 남긴 유산중 '사과를 든 소년'이라는 그림을 남겨주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지만 마담의 가족들이 그를 반가워 할리가 없습니다.
특히 그녀의 아들이었던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아주 분노한 상황이고요.
그런 와중에 의문의 사나이 조들링(윌램 대포)가 구스타프와 제로의 뒤를 쫓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살인범 누명을 씌운것도 모자라 탈옥한 죄로 구스타프는 헌병대장 헨켈스(에드워드 노튼)에게도 쫓깁니다.
과연 누명도 벗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도 평화도 찾아올까요?
웨스 앤더슨 영화의 최근 두드러진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아기자기한 세트와 소품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지 못했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Rushmore/1998)나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2001)만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그의 작품들에는 공통적으로 각진 공간, 네모난 여행가방, 네모난 이런저런 것들 등등의 소품이나 장소들이 등장했으며 이른바 영문 필기체로 된 글씨들을 영화 전반의 포스터나 크레딧 등에 사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동화적인 연출방식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영화 제작 스타일이죠.
이런 모습들은 <다즐링 주식회사>(The Darjeeling Limited/2007), <판타스틱 Mr. 폭스>(Fantastic Mr. Fox/2009/애니메이션), 그리고 최근의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2012)등 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이 작품 <부다페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이 작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없을 것 같았던 스릴러, 미스테리 추리가 결합된 것입니다.
동화적인 스타일과 아기자기한 소품과 유머를 보여주던 웨스 앤더슨이 이게 웬 바람난게 아닌가 싶겠지만 사실 그의 스타일은 크게 변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 미스테리 코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며 추가된 것일 뿐이니깐요.
영화는 마담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 함과 동시에 마담에게 물려받은 유일한 유산을 두 사람이 지켜야 하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시시각각 구스타프와 제로의 목을 조여오는 드미트리와 조들링에게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도 보여주고 있고요.
그러나 이런 상황을 그냥 단순하게 만든다면 웨스 앤더슨이 아닐 것입니다. 그는 추격전도 아기자기하고 코믹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가령 구스타프와 제로가 유일한 목격자를 찾아나서기 위한 여정을 보여주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죠.
그들은 유일한 목격자를 찾기 위해 그가 숨어있는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케이블카에서 접선하듯 평범하게 갈아타는 듯한 장면이 아닌 위험한 환승이 이어지고 곧바로 수도원 사람들로 위장을 합니다.
고해성사를 빌미로 목격자를 만나서 순탄하게 사건이 해결되나 싶더니 다시 쫓기게 되는데 하필 동계 스포츠 경기장으로 얼떨결에 도망치다가 온갖 종목들을 섭렵하고 옵니다. 이게 바로 웨스 앤더슨 식의 개그이지요.
<부다페스트...>가 눈여겨 볼 또 하나의 잔재미는 깨알같은 등장인물 찾기라는 것입니다,
컨시어지(호텔 전반적인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 즉 지배인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호텔 지배인 협회쯤 되겠죠.) 사람들 중에서 깨알같이 등장하는 빌 머레이라던가 드미트리 가문의 하녀로 일하고 있는 레아 세아두, 영화 시작하자마자 단명하는 틸다 스윈튼에 마티유 아말릭, 오웬 월슨, 주드 로, 에드워드 노튼 등의 저 수많은 배우들은 어떻게 다 소집을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더구나 그 역할이 상당히 미비한 부분도 있음에도 출연을 결심한 것을 보면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많은 배우들이 사랑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멘델이라 불리우는 빵집에서 만드는 작은 케익이 등장하는 장면도 환상이죠. 이 빵집 아가씨를 연기한 아가사 역의 시얼샤 로넌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뺨에 타투에 가까운 큰점이 인상적이죠.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평범했던 호텔 벨보이가 성공신화를 얻기까지의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으로 끝을 내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 1차 세계 대전으로 핍박받았던 어려운 시기를 웃음으로 풀어내려는 모습도 보였고 호텔 산업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오락영화로 생각하긴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이런 어둠을 밝음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감독의 재능이고 웨스 앤더슨는 이런 점에서 괴짜이자 재능있는 감독임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웨스 앤더슨의 동화로 위장한 스릴러.
늘 그렇듯 깨알 같은 유머와 각진 모양의 세트와 소품들을 사랑한다는 것이 이 작품에도 반영됩니다. 등장인물 조차도 깨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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