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새드무비

송씨네 2005. 10. 23. 08:24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차라리 비가 내렸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비가 오는 날보다는 맑은 날이 많습니다.
#1. 인테리어 디자이너 주영은 오늘도 아들 휘찬과 싸웁니다.
엄마를 항상 일기를 쓸때마다 못생기게, 불만 가득한 내용으로 쓰지만 이제 그런 아들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들도 그런 엄마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영의 몸이 심상치가 않는 군요.
#2. 진우는 소방관입니다.
불끄는 일이 자신에게는 보람이자 의무이지만 수정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수정은 방송국에서 수화 통역을 하는데 항상 불이 났다는 소식이 나올 때 마다 본인도 긴장하면서 수화를 합니다.
진우는 프로포즈를 하고 싶지만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3. 하석과 숙현은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죽고 못사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숙현은 자신은 여전히 할인매장 파트타이머 직원일 것이고 하석은 여전히 백수일 것이라면서 끝내자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석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별을 대신 시켜드립니다!
#4. 수정의 동생인 수은...
화제 사고로 인해 얼굴에 조금 보기 흉한 화상자국도 있고 말보다는 수화로 대화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녀는 놀이공원에서 못난이 공주 탈을 쓰며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그녀에게 한 남자가 눈에 띕니다.
그림을 그려주는 한 사내...
가면을 벗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아직 자신 없거든요.
 
 
이른바 '떼거리 무비' 신드름이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이 한 둘이 아닌 여럿이며 기존 영화 한 편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 것에 비해 다양한 에피소드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러브 엑츄얼리'를 시작으로 '묻지마 패밀리', '내 생애 아름다운 일주일', 그리고 '새드무비'까지...
'내 생애 아름다운 일주일'이 사랑에 관한 여섯가지 이야기를 이야기하였다면 '새드무비'는 정반대인 이별에 관한 네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어찌보면 '내 생애...'보다도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스토리로 혼란을 주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는 스토리를 줄이고 시간도 알아서 적당히 분배하는 방식이 옮은 방식인데 '새드무비'는 그런 점에서 더 안정적이다.
배우들 역시 '내 생애...' 만큼이나 화려하다.
차태현, 임수정, 염정아, 신민아, 이기우, 정우성, 손태영...
이런 초특급 호화 출연진을 한편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일이다.
여러 면에서 이렇게 '내 생애...'와 비교가 되는 만큼 두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1)가난을 이겨내는 커플 VS 가난에 무뤂꿇는 커플
'내 생애'에서 임창정과 하선애 커플이 보여주는 가난하지만 삶의 역경을 이겨내는 커플과 반대로 가난에 굴복하여 이별을 선언하는 차태현, 손태영 커플이 있다.
두 커플의 직업들을 보더라도 현실적이고 어려운 삶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 역시 두 작품 모두 좋았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가난에 굴복하는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 하석과 숙현 커플의 모습은 동의하고 싶지 않다.
사실 찢어지게 가난한 걸로 치면 어찌보면 '내 생애...'의 커플이 더 하다.
또한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이며 부인은 김밥장사로 간간히 먹고 사는 것이니 그나마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숙현과 체육관 복싱 스파링 상대에서 이별을 대신 통보해주는 대행 카페를 운영했던 하석의 모습이 어찌보면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능력이 없어서 서로 이별을 해야하는 그 상황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2)아버지와 딸 VS 어머니와 아들
'내 생애...'에서 김수로는 전직 농구선수이자 지금은 사채 대행 업체에서 상담원이자 빛독촉을 강요하는 사내로 등장한다. 아빠라고 부른 딸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미묘하게 발전한다.
'새드무비'에서 염정아와 이기우가 연기한 주영과 휘찬의 경우 진짜 친 가족이지만 서로 보이지 않는 벽이 발생하였고 휘찬은 엄마의 일기를 발견하면서 그동안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며 더욱더 열심히 효자노릇을 하게 된다. 또한 주영 역시 병원에 입원하면서 아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두 작품 모두 설득력있고 애뜻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면에서는 '새드무비'가 더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3)인기가수와 예비수녀 VS 말없는 놀이공원 여인과 거리의 화가
'내 생애...'에서 윤진서와 정경호가 연기했던 이 언발란스한 커플과 '새드무비'에서 신민아와 이기우가 등장하는 수은과 상규 커플...
현실성은 '새드무비'가 역시 있는 듯 싶다. 수녀와 가수의 관계는 그렇게 일상생활에서 찾기 힘든 커플이 아닐까 싶은데 반대로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놀이공원 캐릭터 도우미와 거리의 화가는 일상생활에서는 접하기 쉬운 사랑에 접근도가 더 유리한 커플이 아닐까 싶다.
화상때문에 놀이공원에서는 항상 대형 얼굴 가면을 벗지 않는 수은의 모습과 그녀의 모습이라도 조금더 보려고 애를 쓰는 상규의 모습은 애처롭고 한편으로는 재미가 있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상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마치 장 피에르 쥬네의 '아멜리에'식 접근방법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 영화는 인상적인 조연들이 있는데 이 못난이 공주를 지켜주는 일곱 난장이들이다. 물론 이 일곱난장이도 못난이이다.
때로는 상규의 접근을 막는 코믹한 모습도 연출하지만 결국 이들의 사랑을 돕는 결정적인 해결사 역활도 자처한다.
특히 실의에 빠져있는 수은에게 이들이 이야기하는 '백설공주'의 외전판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공감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4)사랑은 잘 모르면서 겁없이 달리는 커플 VS 사랑은 잘 아는데 행동이 약한 커플
'내 생애...'의 엄정화와 황정민이 연기하는 이혼녀와 강력계 형사는 사랑에 대한 법칙은 잘 모르면서 달려들기에 바쁜 커플이다.
진정한 사랑을 모르고 그냥 달리는데 열중하는 커플이라면 '새드무비'의 정우성과 임수정이 연기한 진우와 수정커플은 사랑은 하지만 일때문에, 용기가 없어 소심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런 커플이다.
물론 말미에는 진우가 수정에게 진심으로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참 애뜻하다.
그렇기에 반지와 마지막 진우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는 결국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게 만드는 충분한 도구들이었다.
 
 
분명 '새드무비'는 상업적으로 만든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눈물을 강요하면서도 이들은 영화에서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알아서 관객들이 울어주면 되니깐...
그러나 이 작품에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 이야기한 하석과 숙현의 커플의 이별은 내가 볼 때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가난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커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휘찬이 다니는 학교의 교복이다.
초등학생으로 등장한 휘찬의 학교의 학생들은 휘찬 포함해서 교복을 입는다.
교복은 일제의 되풀이되는 관습들 중의 하나인데 점점 교복을 우리식으로 만들거나 없애려고 하는 추세에 초등학생들이 입는 교복은 좀 거부감이 있다.
자유스러운 모습이 없으며 마치 잘사는 동네의 아이들임을 강조하려는 모습이 들었다.
그리고 생뚱맞게 자유시간에 소방관들이 휴식을 즐기는 장면에서 진우가 소방호스로 하트를 그리는 장면이라던가 불길 속에서 CCTV로 마지막 수정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좀 억지스러운 감이 있다.
수정이 볼 일도 없을 텐데 할 일 없이 하트를 그리는 장면이라던가 위험한 속에 꼭 그렇게 마지막에 사랑 표현을 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은 내 머릿속에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다.(보통 화염에 휩싸이면 살려고 하는게 당연한 생각들인데...)
이 작품이 소방관 분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좋겠지만 이런 장면 보고나면 소방관들도 저렇게 할 일 없이 저러고 다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진짜 소방관 분들은 그러지 않을텐데 말이다.)
 
영화의 앤딩크레딧은 차태현의 노래로 마무리 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왕 가수로 활동할 꺼라면 댄스 부르지 말고 발라드를 부르길 권한다.
댄스에서 버벅대던 차태현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 웃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랑을 모아놓은 영화와 이별을 모아놓은 영화...
어떤게 정이 갈지는 모르겠지만 두 작품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입맛대로 보던지, 아니면 둘 다 보던지...
역시 가을은 맬로의 계절임은 분명한가 보다.
 
 
PS. 극중 신민아가 먹은 야쿠르트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기우가 난장이 친구들에게 당하는 장면에서 얼마나 많은 야쿠르트에 몸을 맞았을까...
갑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하나 더, '얼마전 '내 생애' 리뷰를 쓰면서 어떤 분이 러닝 게런티 이야기는 너무 생뚱맞지 않았냐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런 변명을 하고 싶다. 이 작품도 러닝 게런티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많은 배우가 출연하면, 그것도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면 제작비의 대부분이 제작에 충실하기 보다는 배우들의 게런티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럴 경우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오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스텝들은 그만큼 찬밥 대우를 받게 된다.
배우들 만큼이나 더 수고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스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