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박경희 감독(이공, 미소 外)/정은혜, 신인숙 外
음악 시험시간... 풀룻을 부는 시험을 보는 데 한 아이가 있는 힘껏 불어보지만
소리는 잘 나지 않는다.
은혜는 다운증후군 장애우이다. 하지만 세상이 뭐라하건, 아이들이 뭐라하건 상관할
바이가 아니다.
은혜는 힘들지만 그래도 격려해주는 어머니와 이웃집 아주머니 때문에라도 힘을
낸다.
하지만 그 외침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나보다...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남자니까 아시잖아요?/류승완 감독(아라한 장풍대작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外)/김수현, 안길강 外
네 남자가 포장마차에 왔다.
얼큰하게 취한 이 네 친구 중 특히 심각하게 취한 친구가 있으니 인류대학에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우식이 바로 그렇다.
그냥 곱게 취하면 좋을 것을 포장마차 종업원도 건드려보다가 외국인 비판을 하다가
결국엔 커밍아웃 한 친구 흉보고, 고졸출신 친구까지 흉을 보게 되니... 정작 남는 것은 자신 혼자 뿐이요.
옆테이블에 역시 얼큰하게 취해서 주무시고 계시는 분들에게 이야기
한다.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베낭을 맨 소년/정지우 감독(사랑니, 해피엔드
外)/이진선, 오태경 外
진선은 탈북소녀이다. 북에서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 공안경비대와 어린 나이에
충돌을 하게 되고 어렵게 남한에 정착하게 된다.
같은 학교 아이들이 묻는다. 김정일은 어떻고, 대학교는 어떻게 다니냐는
등...
되돌아오는 대답 대신 수화와 매모지 몇 장으로 남기는 말이 전부인
그녀...
어느 날 한 소년을 보게 된다. 현이도 북에서 온 탈북
소년이다.
마음이 맞은 두 사람... 하지만 북에서 왔다면 무조건 경찰 찾고 112
신고하는 사람들을 그들은 이해 할 수 없다.
자유를 위한 그들의 질주는 계속 된다.
*고마운 사람/장진 감독(박수칠 때 떠나라, 킬러들의 수다
外)/류승룡, 이지용 外
한 대학생이 취조를 받고 있다.
물고문, 전기고문... 불으라고 해도 죽어도 불지않는 이
청년...
취조하는 주중은 답답하기만 하다.
위에서는 당신은 비정규직이니 월급은 보장되긴 힘들고 상여급도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취조를 해도 대답은 없고, 막상 먹고 살려니 비정규직이라서 힘들어 답답할
노릇이고...
"어이... 학생,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에 대한 데모는
안하나?"
*종로, 겨울/김동원 감독(송환, 상계동 올림픽
外)
2003년 한 중국인 동포가 종로의 한 거리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들은 도망자 신세였고 돈한푼 받기 힘든 조건에서 일하며 아무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故 김원섭 씨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왜 그들은 죽음을 선택하며 외국인과 조선족
동포 등은 왜 핍박 받는 삶을 사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조선족 마을 현지 상황을 통해 이들이 직면한 어려움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작년 봄 이들 구제를 위한 재외동포법이 일부 변경이 되었다지만 그들은 아직도
살길이 막막하다.
그리고 제 2의, 제 3의 김원섭 씨는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도...
서울시청 건너에는 새의 모양을 형상화한 한 기관의 건물이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
이들은 소외받은 사람들을 구제하고 도와주기 위하여 만든
기관이다.
그러나 뉴스에서 떠들고 형식적인 이야기로는 인권이라는 단어는 다른 이들에게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몇 년전부터 인권위에서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이미 우리는 "여섯개의
시선"을 통해 여성 차별, 장애우 차별, 외국인 차별, 범죄자 차별, 어린이의 인권무시 등의 여섯가지 이야기로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거기에 작년에는 여섯개의 시선의 애니메이션 버전인 "별별 이야기"가 선을 보여
역시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년에 여러 영화제에서 선을 보였으나 완성된 작품은 올해 이제서야 보게
되었디.
"여섯개의 시선"의 경우 임순례(그녀의 무게), 정재은(그 남자의 事情),
여균동(대륙 횡단), 박진표(신비한 영어나라), 박광수(얼굴값), 박찬욱(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이들 명감독이 총줄동하여 인권의 문제를 이야기하였는데 비록 전편보다 에피소드
하나는 줄어들었지만 1편 만큼의 많은 노력과 명감독들의 활약, 배우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었던 작품임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박경희 감독의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는 여균동 감독의 "대륙횡단"과
닮아 있다.
실제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이며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겼다.
외출의 자유조차 박탈당한 장애우의 반격이 "대륙횡단"의 특징이라면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는 단지 다운증후군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는 이 사회를 정면으로 꼬집고 있다.
답답해하는 은혜는 어머니에게 소리를 질러보지만 은혜의 어머니도 답답한 것은
마친가지...
정말로 스페셜하게 태어난 것이 죄라는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마지막에 은혜는 풀룻을 재도전하는데 앤딩 부분에서는 화면에는 담겨 있지 않지만
마치 은혜가 성공한 것처럼 묘사가 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관객들의 판단에 맡겨야 옮은 것이며 감독 역시 그것을
노리고 아마 이 장면을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머니 외에는 유일한 말동무는 컴퓨터의 VOD 서비스와
마을에서 조금 먼 이웃집 아주머니가 전부이다.
하지만 그래도 은혜는 영화에서는 모르겠지만 다른 장애우들에 비하면 축복받은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우를 좋지 않은 면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류승완 감독의 "남자니까 아시잖아요"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뿌리깊게 박혀있는
고정관념화 된 차별의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무리 없이 다 이야기 하고 있다.
포장마차라는 폐쇄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잘난 사람이기에 남은 그러건 말건
무시하는 풍조를 우식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반말로 종업원을 무시하고, 외국인(노동자들)은 가만히 돈이나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여자들은 밤늦게 술먹고 다니면 안되며, 친구라 할지라도 호모(동성애자)는 안되며, 고졸 특히 공고나온 사람은 안된다는 식의
막말들...
일본의 고위층들이 망언을 일삼는 것 만큼이나 지저분하고 기분나쁜
행위들이다.
이 것 역시 뿌리 깊게 박힌 것이라 이것들을 모두 부셔버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류승완 감독은 한 장소에서 단 두컷으로 영화를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한번에 롱테이크로 나가는 것은 힘든일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색함 없이 한번에 감독은 그것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물론 류감독의 패밀리들을 볼 수 있다.
안길강 씨는 물론이요, 류 감독의 영원한 무슬감독이자 명배우로 인식하고 있는
정두홍 씨 역시 이 작품에서 간간히 모습을 들어낸다. 그리고 우식이 나중에 혼자서 북지고 장구치는 장면에서 나오던 두명의 취객에 대한 놀라운
반전(?)이 준비되었으니 이것도 눈여겨 보길 바란다.
정지우 감독의 "베낭을 맨 소년"은 인권보다는 이들의 소외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 두 소년 소녀는 북에서 온 사람들이다.
북에서 내려왔다고 그러면 대부분이 간첩에 대한 이미지가 인식이 되어 있어 이들을
바로 보지를 못한다.
아니, 바라볼 생각조차도 갖지 않는다.
북에서 왔다는 현이의 말에 차를 세워 파출소로 달려나가는 택시기사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진선은 노래방에서 알바를 하면서 꾸준히 돈을 모으지만 주인의 무시와 더불어
사람들의 모멸감은 결국 현이와 같이 노래방에서 캔콜라를 대량으로 훔치는 장면으로 묘사가 된다.
벙어리인 줄 알았던 진선이 말을 하고 콜라도 돌려주자고 다시 이야기하는데 그것을
이해 못하는 현이에게 진선은 분명 노래방 주인은 "북한 사람들은 다 도둑놈으로 볼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처럼 씁쓸한 우리의 자회상을
보게 된다.
이들은 통일을 기다리지만 아직 통일에 대한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현이가 남조선 애들보다 그래도 잘하는 것은 오토바이 운전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무시하고 괄시받는 이 사회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북에서 귀순한 이들 중에서도 범죄율이 증가하는 것도 어찌보면 그들의 인권과
더불어 복지개선이 허술함에 따라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본다. 물론 우선 중요한 것은 이들의 복지가 개선되는 것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진 감독의 "고마운 사람"은 운동권 학생과 취조하는 사람을 그냥 그저 평범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아닌 최근 사회에서 많은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집어넣어 코믹하게 풀고 있다.
작은 단칸 취조실에서 이들은 지칠 때까지 취조하고 취조를 받고 있지만 결국 그들
모두 피해자이며 특히 주중의 경우는 아무런 보상과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분노하게된다. 하지만 옆어버리고 난리를 쳤다면 이 작품은 참으로
무서운 스릴러 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진 감독 답게 조절을 잘하여 장진식 블랙코미디를 만든 것이다.
이들의 통함은 결국 오목으로 승화가 되었으며 얼떨결에 취조에 응해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물론 절대로 쉽게 취조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목과 더불어 취조를 잘받는 부분을 주중이 이야기하는 장면은 여기저기서 폭소가
이어졌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제 잘릴지도 모르며 상여금(보너스)는 꿈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며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함은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간에
마찬가지라는 생각임에는 나도 동의한다.
마지막은 항상 무겁게 끝나는 것이 "시선"시리즈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것 같은데
전작에서 박찬욱 감독이 만든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정말로 실제 일어났던 어이없는 사건을 다큐와 재연을 고루 섞어가면서 외국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다루고 비판하였다.
이것을 생각할 때 마지막 "다섯개의 시선"의 마지막 다섯번째 에피소드인 김동원
감독의 "종로, 겨울"은 앞전 영화들과는 달리 절대로 웃을 수 없는 영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과는 달리 거의 대부분이 실제 한국에서 거주하는 불법 체류자들, 특히
조선족 동포들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하였으며 재연이라고 해봤자 故 김원섭 씨가 119와 112에 신고하는 과정의 목소리 상황 재연이 전부이다.
카메라는 종일 그의 행적을 취재하고 있고 이들과 함께 했던 동료들을 통해 조선족 동포를 동포가 아닌 같은 외국인으로 동급취급하고 그것도 모잘라
무시하고 돈을 주지 않는 등의 상황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동원 감독의 특기가 역시 다큐영화라는 점에서 볼 때 이 작품 역시 범상치 않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이런점에서 볼 때 김 감독의 다음 다큐는 어떤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지 더 궁금해진다.
아무쪼록 故 김원섭 씨의 명복을 빌며 같은 동포가 외국인으로 취급방고 더구나
이들의 목소리까지 외면하는 상황은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살길은 보장해주고 나서 이들을 추방을 하던지 돌려보내던지 했으면
한다.
사실 추방이라는 단어는 참 무서운 단어다.
자진 추방보다도 본인들의 형편이 좋아지면 알아서 이들을 보내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라고 본다.
세상은 알게 모르게 인권의 사각지대로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슬픔에
잠기고, 분노하며 심지어 죽음을 결심하고 그 무시당한 인권을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이들을 거리로 내몰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하고 정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가
더불어 사회에서는 이들의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상 홍보로만 끝나지 말고 정말
소외된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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