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희망을 찾는 사람들, 해피 투게더~!

songcine의 희망 인터뷰(1)-행복한 나그네 장수명 씨...

송씨네 2006. 4. 20. 23:59

 

 

 

 

 

이번주 부터 앞으로 꾸준히 기회가 되는 한 '희망 인터뷰'를 시도할 예정이다.

희망 인터뷰란 어려운 삶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을 직접 만나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오늘 그 첫시간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버스 가판대의 시인 장수명 씨를 만나보았다.

 

장수명이란 이름을 이야기하면 잘 모를지 몰라도 '나그네 쉼터'와 장수명이라는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아주 인상적인 검색결과가 나온다.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았던 장수명 씨는 지금 소아마비 3급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이다.

어느 누구보다도 성실했던 그는 다니던 직장이 IMF로 망하면서 실직자 신세가 된다.

약 1년 8개월을 고생하던 그는 노숙자 자원봉사 센터인 '희망의 나눔터'를 통해 버스 가판대일을 제의 받는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걸려 있는지라 누구나 버스 가판대를 설치, 운영할 수 없었던 그는 구청에 수시로 찾아가 탄원서를 내밀고 그 나름대로의 시위도 벌였다.

하늘이 도왔는지 그는 1999년 즈음 매표소를 만들 수 있게 승인을 받는다.

매표소의 이름은 '나그네 매표소'...

 

모르는 사람들은 몰라도 부천 중동 시민들은 웬만큼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소는 기본이요, 지친 시민들에게 음악과 가벼운 농담으로 활력소를 주는 장수명 씨...

작은 매표소의 주인이자 시인인 장수명 씨를 통해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들어보았다.

 

 

 

매표소 창문에서 바라본 밖...

밴치와 로또 OMR카드만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 밖은 알고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songcine : 나그네 매표소가 생긴지 7년이 다 되었는데 감회가 새로우시겠어요.
7년을 돌아보면서 느낌이 어떻던가요?
 
장수명 씨(이하 존칭은 생략합니다.) : 느낌이요? 지금은 행복해요.
 
songcine : 행복해요?
 
장수명 : 너무 행복하고 예전에는 변화가 너무 많았어요.
무슨 변화냐 하면 처음에는 사람들을 만날 때 쩔쩔매고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의 농담... 농담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니깐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요.
말그대로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가 아닌 '행복한 나그네 사랑방'이라고 느껴요.
오늘도 열 다섯명... 저 옆에 열 여섯명... (인터뷰 한 자리에는 필자 이외에도 옆에 손님이 한 분더 계셨다. 그리고 필자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그리고 열 일곱명...
오늘 할 것도 못하고... 그래도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것 너무 행복하고요, 전에는 나에게 사람도 없어 말도 못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말을 안하면 내가 먼저 말을 꺼내요.

 

 

 

 

 

songcine : 7년전에 처음 매표소가 생겼을 때 찡그린 얼굴들의 시민들에게 다가가기가 가장 힘들었다는데 가장 힘들던게 뭔가요?
 
장수명 : 초기에 문 열때 말을 건내야 하는데 내가 좀 소심해서 그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 생각하다가 시를 쓰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이게 뭐지?' 하고 지나가면서 보면 '제 글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제 마음을 먼저 보였어요.
그러니깐 사람들이 점점 다가오고, 점점 말도 걸고 그렇게 되었어요.

 

 

 

 

거울을 보고 시를 읽을 수 읽은 여유... 이 곳만의 장점이다.

 

 

songcine : MBC 느낌표, KBS 아침마당, YTN 등에서 많은 취재를 했던데 본인이 생각하시기에는 왜 사람들이 자신을 취재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달라진 점은 있으신가요?
또한 여전히 육교를 청소하고 계시는지? (그는 MBC 느낌표 '찰칵찰칵'의 찰칵 특공대가 발견한 인물 중 한명이기도 하다.) 
 
장수명 : 육교는 기본 아닌가요?
이건 TV 나왔다고 해서 반짝으로 하는게 아니고 내가 할 도리라고 생각만 하면 됩니다.
TV 나오는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어떻게 되다보니 이렇게 나오게 되었는데 이것은 겨우 하나에 불과하고 나는 내 소신껏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면서 사람들도 느끼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장수명 씨가 아침마다 청소하는 육교... 그는 아침 7시 항상 이곳을 청소한다.

 

 

 

songcine : 장수명 씨는 행복한 시인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있는데 한달에 얼마나 많은 시를 쓰시는지 시를 쓰시면서 즐거운 점은?
그리고 최근에 쓰신 시 한 편 소개해 주세요.
 
장수명 : 시는 한 달에 몇 편이 아닙니다.
그건 자기 느낄 때 있잖아요, 그 때 쓰는 거지 기간이 없어요.
기간에 두고 쓰는 씨는 졸작이나 다름없죠. 그냥 생각이 날 때 오늘도 생각하면서 '맞아, 이거야...' 느끼면서 쓰는 것이 시이죠. 저는 생활 속에서 시를 쓰려고 해요. 누구나 부담없게 읽을 수 있는 시,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시... 그걸 원합니다.
 
songcine : 오늘 쓰신 시는 없나요?
 
장수명 : 오늘 한 편도 없습니다! (웃음) 사람이 너무 많이들 찾아오니깐...
나홀로 고독을 느끼면서 써야되는데 말이 많아지다보니 시를 쓰지 못했내요.

 

 

 

대신 그가 필자에게 1999년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를 처음 문 열면서 섰던 시를 보여주었다.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은

장수명

 

하루에 몇 번이나 웃으십니까?

또 몇 번이나 찡그리십니까?

타고난 용모는 부모님을 탓할 수 있지만

표정이 어두운 건 자신의 책임입니다.

 

표정이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얼굴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거창 하지는 않지만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조금 이라도 밝게 만드는 미소....

그 미소야말로 자신의 마음을 가꾸는 화장법이며,

진정 남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는지요.

 

마음까지 환해지는 화장법, 세상이 밝아지는

화장법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미소입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songcine :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이밴트를 준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육교에서 자선 바자회를 여신다고 하는데 매표소 옆에 '아름다운 가게' 수거함이 걸려 있는 것도 그 이유인가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
 
장수명 : 이밴트는 우연히 작년 송년회 때 얘기를 했어요.
중흥중학교 학생 중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도 있고 이런 좋은 일도 있다고 해서 우선 제가 홍보대사가 되고 또한 지인(친한사람)들과 함께 이런 것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모여서 4월 30일 그 날 엄청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필자 주-당초 이 행사는 장수명 씨의 가게와 중흥 중학교가 있는 육교에서 진행하려고 했으나 뜻밖에 인근 GS 백화점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백화점 야외 행사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홍보를 하고 이 날 얻은 수익금은 제가 가져가도록 하고 그 것을 다시 그 어려운 형편에 있는 학생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1월부터 홍보를 시작했고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필자에게 아파트에 붙일 전단지를 보여주었다.) 아파트에 붙일꺼에요. 부녀회장 다 불러서 홍보를 시작했고요, 이 날 행사는 풍물패, 시낭송을 할꺼고요. 7년동안 여태까지 쓴 시 중에서 12편을 뽑아 한 편은 제가 읽고 나머지 11편은 제 지인들에게 읽히게 할 예정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뒷풀이도 준비중인데 술만 먹는 뒷풀이는 아닙니다. 술만 먹는 뒷풀이... 착각입니다.
여기에도 큰 이밴트가 준비중인데 동영상을 한 편 준비했습니다.
뒷풀이 때 퀴즈를 내어 맞추신 분들에게는 뭔가가 있을 예정입니다.
20문제를 출제하는데 이른바 '장수명의 사랑 엿보기'... 기대해 주시고요.

 

 

 

사진 속의 전단지 안내에 적혀 있는 행사는 다음과 같다.

 

1부 행사

행복한 나그네의 벼룩시장

4월 30일(일) 오전 11시 ~ 4시

장소 : GS 백화점 후문 1층 야외무대

 

2부 행사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7주년 기념 작은 문화제

4월 30일(일) 오후 4시 이후

장소 :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앞

행사 : 풍물패, 시낭송 "나누면  행복합니다" 및 팝콘하모니카 연주회, 통기타노래 등

 

 

 

 

 

 

 

 

 

마지막 질문은 원래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주문이었다.

마침 이 날(4.20)이 장애인의 날 인만큼 뭔가 특별한 메시지가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장수명 씨는 자칫 많은 장애우들에게 본인의 말한마디에 많은 이들이 심려를 끼칠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메시지 만큼은 필자에게 정중히 사양을 하였다.

 

대신 동영상으로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의 앞으로 발전방향과 각오를 들어보았다.

 

 

 

 

 

 

 


 

 

 

그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목요일 저녁 8시가 다가오면서 서둘러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성당에 갈 시간이라면서 마지막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성당가면 그 바자회 홍보 역시 잊지 않고 챙길 듯 하다.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필자는 장애인에 관해서는 참 무감각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장수명 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가 있는 Daum 카페를 가입하고 미니홈피에 들어가 그에게 1촌 신청을 했다.

인터뷰를 한 블로거 기자로써가 아닌 정말 친구가 되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장수명 씨의 건강과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의 번창을 기원해 본다. 

 

 

 

 

 

PS. 장수명 씨에게 시집을 낼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많은 출판사에서 그에게 접촉을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는 돈벌이가 되는 시집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준비중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의 이야기를 서점에서 볼 날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