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기도
제가 업무에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만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주소서.
2006년 11월 14일...
부산 금정구 서동의 한 2층 주택가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있었으며 소방관 한 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故 서병길 소방장은 정년퇴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 들었다가 순직하게 되었다.
위의 동영상과 함께 소개된 시는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로 미국에서 전해내려오는 시로 작자미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내용이 소방관의 기도라는 제목에서 보았듯이 어느 한 소방관이 쓴 시로 추측이 될 뿐이다.
금정구 화재 사건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소방관들의 삶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바로 위의 동영상을 보고나서 였다.
위 동영상은 서울 영등포 소방서 소속의 백우정 상방과 이인우 수방이 만든 동영상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이 실제 화재현장을 촬영했다는 점이었다.
이 동영상을 보고나서 정말로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故 서병길 소방장의 순직 후 1주일이 지난 지난 11월 24일...
영등포 소방서를 찾았다.
그리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제작을 도운 백우정 상방과 이인우 수방을 직접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부터 소방관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백우정 상방은 홍보소속이며 이인우 수방은 상황실 소속이다.)
songcine : 동영상을 만들게 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타 소방서 동영상을 보고 만들 결심을 하셨다던데... 그리고 이인우 수방 님이 작곡 및 이 노래에 맞게 계사를 하셨다는데요. 음악을 전공하셨는지요?
백우정 상방 (이하 '백 상방') : 꼭 그런 것은 아니고요, 만들 당시에는 옆에 계신 이인우 수방님께서 군복무를 하면서 '소방관의 기도'라는 음악을 군복무를 하면서 뭔가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겨보자는 의미로 음악을 만들게 되었는데 음악 자체가 그냥 음악으로 남으면 전달하는 메시지가 약한 것 같아서 거기에 대한 메시지를 부합하고자 했고 저 역시 화재 현장을 찍으면서 느꼈던 것을 남기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것이고요.올리게 된 계기가 울산에서 올린 동영상(울산 소방서 그릅사운드 '피닉스')을 보고 우리도 올려도 되겠구나 싶어서 올린 것이지 저희가 그 쪽이 올리니깐 우리도 올린다는 의미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또한 홍보이다 보니깐 시민과 대중에게 알리는 입장에 서 있다 보니 안타까운 점이 언제나 그 사건만 매체에서 다루고 나머지 헌신적인 봉사를 하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는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순직을 하거나 극단적인 상황이 되어야만 크게 보도를 하는 상황이지요. 화재나 구급 등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명감을 다하는데 영화나 이런 것에 간접적으로만 알려지지 제대로 알려진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음악이 대중들에게 느낌을 전달하고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소방관들의 노력을 대외적으로 알려주고 싶었고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제작을 하였습니다.
이인우 수방 (이하 '이 수방') :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고요, 제가 밖에 있으면서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요. 원래 전공은 정치 외교학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악기 다루고 작곡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소방서에 들어오면서 혼자 쓸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생기면서 그런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의무 소방으로 근무를 하다보니깐 소방이라는 조직에서 음악을 통해 뭔가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소방관의 기도' 시를 본 순간 '아, 이거구나' 싶더라고요. 곡을 이렇게 하여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소방서에서 작곡을 처음 해본 것이라 처음에 만들었을때 좀 부족했었어요.
좀 미숙하고 그러다가 영상전(소방 영상전)에 출품하자고 백 상방이 제의를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다시 없던 것을 넣고 편곡도 새로 하고 녹음도 깔끔하게 하고 보니깐 처음 했을 때 보다는 그동안 쌓인 노하우가 생기면서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songcine : 영상의 대부분이 실제 화재사고인데요. 주로 언제 촬영한 것인가요?
백 상방 : 때가 정해진 것은 아니라도 항상 저희가 출동을 하면은 화재랑 구조 이런 인명 구조를 하면서 나오는 인명 피해라던지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서 저희가 출동을 하게 되는데 그 출동을 나갔을 때 저희가 그 모든 데이터를 기록하게 되어 있습니다.
songcine : 어떻게 보면 자료 화면, 증거화면 혹은 방송국으로 나가는 제공 화면이겠지요?
백 상방 : 예, 일종의 증거화면이라고 하겠고, 소방관들이 활약하는 활약상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의미도 있고요. 저희가 방송국으로 보내는 화면도 이런 경우입니다. 사건이 크거나 홍보의 필요성을 느낄 경우, 사건 전달이 필요한 경우 방송국에 화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백우정 상방
songcine : 의무 소방대원이라고 하셨는데 지원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백 상방 : 일단 의무소방 들어온 첫번째 계기는 집근처에서 근무를 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다른 이들은 거의 끌려다니는듯한 군생활을 하는 방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지원하게 되었고, 다른이들과 똑같이 2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이상 다른이들과 좀 더 다른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보자는 생각에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songcine : 의무 소방대원으로 지내면서 좋은 점과 나쁜점, 혹은 보람있는 일을 뽑으라면요?
백 상방 : 출동나가서 안타까운 장면도 목격을 하지만 누굴 도왔다는 점과 현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런 것을 홍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songcine : 화재 현장을 직접 보며 촬영하시면서 느낀 점은?
백 상방 : 생각보다 불이 엄청 많이 난다는 것...
저는 정말 소방서에 오기 전까지 불이 이렇게 많이 하룻동안 일어나는지 몰랐습니다.
한달에서 여기 저기 한건 정도로 생각했는데 쉽게 불이 나며, 안전사고 역시 생각보다 쉽게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안전에 대해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고 여기서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인우 수방
songcine : 화재 현장이나 사고 현장을 처리하시다 보면 웃지 못할 에피소드라던가 긴박한 상황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소개를 해주신다면?
이 수방 : 여기 상황실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영등포구 지역의 모든 신고를 접수 받게 되는데 정말 불이 나서 신고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119 이미지가 많이 친숙해지다보니 굳이 신고 안해도 되는 것도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지가 안빠진다고 하거나 문따는 것은 기본이고요,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한강에서 모형 비행기를 띄우다가 비행기가 물에 빠지고 그것을 건져달라는 신고를 받은 적도 있고 그런 것 때문에 튜브나 보트를 띄우는 경우도 있었고 하수구에 핸드폰이 빠졌다고 신고하시는 분도 계시고 그렇습니다.
백 상방 : 현장 자체를 돌이켜 보면 항상 출동이라는 것이 누군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저희가 출동하는 것인데 항상 현장을 나가면 긴박감이 돌면서 긴장을 하게 됩니다. 저는 사고가 크건 작던 간에 그것에 게의치 않고 긴박감을 가지고 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위험이 많은데 화재 진압 후 재진입 과정에서 건물이 붕괴되거나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는데 촬영을 하다 기왓장이 무너져 다칠 뻔한 경우도 있었고 새벽 출동의 경우 올림픽 대로나 노들길을 갈 경우 차량이 새벽인지라 빨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안에서 촬영과 구조를 해야하기 때문에 저희에게 알게 모르게 돌발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어떤 대원 분이 들어오셔서 그 날 사고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식당에서 벌어진 사고였는데 손가락이 고기 써는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 였다. 다행히 인근 봉합 수술을 하는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어 큰 사고는 면했지만 이 정도로 119 구조대는 항상 긴박감의 연속이다.)
songcine : 영화를 보면 소방관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증을 많이 받는 편인가요?
'새드무비' 같은 경우 불길이 쌓인 사고 현장에서 CCTV에 대고 부인에게 유언을 남긴다는 설정이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백 상방 : 많이 떨어지죠.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미되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여기가 가지고 있는 인식은 항상 긴박하다는 것이며 목숨을 다해 인명구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songcine : 백 상방 님께 묻겠는데요, 소방대원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시게 되면 하시고 싶으신 일은?
백 상방 : 저는 사실 영화를 좋아했었고 편집공부를 하던 터라 너무나 운이 좋아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여기서 하게 되었습니다.방송이라던지 언론 매체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밑거름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상식 몇 가지...
Q. 보통 화재 사고가 날 경우 얼마나 많은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할까?
A. 주택이나 작은 상가의 화재의 경우 출동되는 구급차와 소방차 수는 12 대~13 대로 일반 소방차, 펌프차, 특수차, 구조대 차량, 고가차, 굴절차, 물탱크차, 구급차 등이 출동한다.
그런데 이 사고가 작은 상가나 주택가 아닌 큰 아파트의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21 대에서 최대 28 대까지 출동을 할 수 있다.
Q. 소방관들의 하루 근무시간은 얼마나 될 까?
A. 알고 있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소방관은 24 시간 근무채제를 갖는다.
다만 하루 24시간 근무이며 다음날은 교대로 근무한다.
하루 종일 대기하고 일하며 다음날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 출근한다.
이인우 수방처럼 상황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체 근무표로 움직인다.
다소 편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터뷰 도중에도 이인우 수방의 경우 사고 소식이 무전이나 팩스 등으로 접수되므로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외에 내근직원은 일반 직장과 비슷하게 출퇴근을 하고 있다.
Q. 소방관은 얼마나 많은 월급을 받는가?
A. 이번 故 서병길 소방장 님의 순직으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그들의 월급...
일부 네티즌은 이들 유족이 받는 연금에 대해 '로또가 터졌다'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의 월급 수준은 일반 공무원 수준이라고 이야기한다.
월급에 위험수당이 같이 포함되며 출동수당도 지급받는다.
하지만 새벽의 경우에 한하며 그것도 천 원 단위로 지급받기 때문에 매우 많은 돈은 아니다.
그리고 낮에는 아예 출동수당이 없다.
(이 대목에서 나 역시 안타까웠으니 말이다.)
Q. 요즘도 설마 119에 장난전화 하는 사람이?
A.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전화 접수와 동시에 접수자의 위치가 바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의 장난전화인 경우 확인후 차후에 부모님 귀가 시간대에 다시 직접 전화를 하여 주의 조치를 준다고 하니, 이 글을 보는 어린 학생들은 119에 장난전화는 그만!
영등포소방서 1일 출동건수는 평균 52건 정도로 화재 2건, 화재오인 1건, 구조출동 4건 구급출동 45건으로 확인되었다.
화재 사고가 늘고 있는 추세로 역시 방화 범죄가 늘고 있다.
사회적 불만이나 경제적 불안으로 생기는 화재가 대부분인데 통계에 따르면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과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서울시에서 집계한 지난 10월의 화재들은 어떤 모습, 어떤 유형을 보이고 있을까?
다음에 할 이야기는 가장 뻔한 소리인 예방 및 화재시 대처 방법이다.
뻔한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은 '설마 나에게도 그런일이...'라고 생각하는 부주의 때문이다.
못이 박히도록 이런 주의 사항은 꼭 알아두어야 한다.
앞에도 이야기 했듯이 故 서병길 소방관 님의 순직 후 많은 이들이 그를 애도하였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내 아버지이고, 내 형이며, 내 오빠라면 절대 그런 소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유가족들을 두번 울리는 것이니깐 말이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소방관들은 바쁘게 출동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철이다.
추운 만큼 화재나 기타 사고에 큰 대비를 해야하는 시기이다.
화재 사고만 에방한다면 이들 소방관들과 구조요원들은 편하게 하루를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말자...
화재 사고, 인명 구조에는 바로 가까운 우리들의 영웅 119 구조대원과 소방관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인우 수방, 백우정 상방 님에게 감사드리며 자료 조사를 도와주신 영등포 소방서 조민정 반장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원활하게 인터뷰와 자료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신 영등포 소방서 측에 감사드립니다.
전국의 모든 소방대원 님... 모두 건강하시고 수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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