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가족의 탄생-오~! 아름다운 콩가루 집안이여!

송씨네 2006. 6. 12. 00:48

 

 

 

 

#1. 누나... 이 아줌마는 내 애인이에요!

분식집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여인 미라...

어느 날 5년전 집을 나갔던 남동생 형철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한다.

반가웠다... 그러나 형철과 세트로 찾아온 그녀...

무신은 바로 형철의 애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연상녀가 유행이라지만 이건...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그럭저럭 적응하고 잘 살아가려던 참에 이번에는 꼬마 아이가 찾아온다.

무신의 전 남편의 전 부인의 딸이란다...(복잡도 하여라~!)

졸지에 웬수 3종 세트를 집안에 들여야 하는 미라의 운명은...

 

#2. 엄마... 미우나 고우나 내 엄마...

선경은 일본인 전문 가이드이다.

그녀의 꿈은 지독한 세상에서 벗어나 바다가 되었던 어디가 되었건 잠시 이 나라와 바이바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은 그녀의 어머니 매자였다.

남자관계가 복잡했던 선경의 어머니...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어머니가 낳은 배다른 남동생까지 있다.

그 뿐인가? 어머니는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는 선경...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선경은 어머니가 남긴 007 가방을 어렵게 열고야 만다.

그리고 선경의 눈가에는 눈물이...

 

#3. 혜픈 그녀와 소심한 그 남자...

경석은 사랑에 소심한 남자이다.

그러던 그가 사랑을 시작했다.

채현이라는 그녀는 마음씨가 착한 여자이다.

하지만 정도가 심하다.

친한 선배 술값 대신 내주고 부인 상(喪) 당한 선배 음식도 대신 날라준다.

'채현아... 우리 그만 헤어져...'

그러나 이들은 정말 헤어질 수 없다!

그 이유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기존의 공포물과 다른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김태용 감독이 신작 '가족의 탄생'을 들고 나왔다.

필자는 이미 개봉되고도 한 달이 넘은 이 영화의 리뷰를 이제야 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였다.

하지만 아직 이 영화는 일부 예술전용관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아직도 버틸수 있는 이유가 있다.

아니, 이 영화는 계속 버텨야만 한다!

 

 

 

이 영화 속에는 세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이지만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이어져 있다.

바로 첫번째 이야기에서 비중이 없었던 채현과 두번째 이야기에서 역시 비중이 없었던 경석이 바로 그들이다.

바로 이 들은 피로 맺어지지는 않았지만 각각 미라와 무신, 그리고 선경의 가족의 일원인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얽혀서 다시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엇갈리고 엉켜보이지만 다시 만나게 되는 이 복잡한 관계는 많은 옴니버스 영화에서 보여준 방식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작품들이 뭔가 어설픈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 작품은 어떻게 보든 간에 이야기의 뼈대가 잘 이루어졌고 그것이 하나의 작품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구조물은 잘못 뼈대를 만들고 찰흙이던 점토이건 뭐가 되건 그 뼈대를 입히게 될 경우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뼈대가 허술해 그 조형물(구조물)은 허무하게 쓰러지고 만다.

미술시간에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내용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잘 만든 조형물이었던 것이다.

 

 

 

 

분명 이 작품은 어긋난, 절대 한핏줄이 아닌 가족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속에서도 가족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우나 고우나 정이 들고 결국 그 정은 또하나의 가족을 만들게 된다.

이는 얼마전 개봉된 독립영화인 안슬기 감독의 '다섯은 너무 많아'와도 닮아있지만 그 방식은 조금 다르다.

'다섯은 너무 많아'가 전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의 가족(구성원)이 되는 것에 비해 '가족의 탄생'은 관계는 있으나 벽과 벽으로 둘러싸인 절대로 화해하기는 힘들 것 같은 힘든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의 누나보다 나이 많은 올케를 거느릴 뻔한 동생의 애인 이야기를 보았다.

분명 첫째 이야기에 나온 상황은 당시 연상녀가 유행하던 시절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독특하게 상황을 만들었다. 바로 고두심과 엄태웅이라는 이 언발란스한 커플을 통해 말이다.

(물론 이 영화의 배경은 첫번째 이야기와 두번째 이야기는 과거이다. 구체적인 시대는 표시하지 않았지만...)

 

두번째 이야기는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는 엄마 매자와 독립하여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선경의 이야기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거기에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까지 보고야 말았던 선경으로써는 세상 탈출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철모르는 배다른 동생 경석을 아끼면서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또한 절정은 앞에 이야기 했던 007 가방을 여는 순간 더욱 강해지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에서 성장한 경석과 선경의 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이 찐한(진한도 아닌...) 가족애인 것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앞에도 이야기한 각각 어린 아이들이 성장한 후 이들이 어른이 되어 겪는 사랑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고통을 이겨내면 또하나의 가족이 형성되는 것이다.

감독은 아마 그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드라마적 구조이지만 세 가지 이야기 각각에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숨어 있다.

 

첫째 이야기에는 동생 형철을 기다리는 미라와 무신의 모습 속에 밖에서 철모르게 뛰어 놀던 어린 채현의 모습이다. 이들은 밥상이 계속 놓여져 있고 밤이 되건 낮이 되건 이들 앞에는 계속 밥상이 놓여져 있다. 더구나 반찬의 이동에는 변함이 없다. 그 속에서 채현은 계속 뛰고 있다.

그 속에서 두 여인은 뭔가 희망을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둘째 이야기에서는 선경이 007 가방을 열어보는 순간에 판타지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매자가 딸 선경을 아끼면서 가방에 보관했던 소지품들이었다.

선경은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그리워 한다.

그것을 하늘에 있는 매자가 알았는지 하늘에 선경의 어렸을 적 소지품들이 둥둥 떠다닌다.

 

세번째 이야기 역시 판타지 주인공은 선경이다. 경석과 채현의 가족들이 미라의 집에 방문하여 TV를 보고 있는데 경석의 누나 선경이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데 화면은 선경을 비추더니만 그를 하늘 위로 띄우고 있다.

그리고 하늘에는 폭죽이 터지고 있다.

이는 아마도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축하하는 하늘의 계시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세가지 황당한 판타지 장면은 가족은 희망이라는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 만든 감독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화려한 출연진이지만 출연진만 화려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모자람이 없는 배우들이었다.

문소리, 고두심, 봉태규, 공효진, 엄태웅, 정유미, 김혜옥...

거기에 정홍채와 류승범의 특별출연까지...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는 이 탄탄한 시나리오에 더 활기를 띄우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피를 나눠야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고 배다른 동생이건, 남의 자식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가족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이 왜 관객동원에 실패한 것일까?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이 아름다운 '콩가루 집안'(?)의 새출발을 같이 축하해 주는 것이 어떨까? 

 

 

 

 

 

 

 

★블로그로 들어오시면 들으실 수 있는 이 음악은 영화 '가족의 탄생'에서 선경이 합창단원과 부르던 노래입니다.

안양 여성 합창단의 노래로 '사랑은 멀리 있지 않아'라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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