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티켓(tickets)-로마행 희망 열차로 떠나는 여행...

송씨네 2006. 6. 26. 22:14

 

 

 

▶1 등석 에피소드-나홀로 독수공방...

 

한 노교수가 1 등석에 있다.

그는 손자의 생일잔치를 위해 연구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비행기는 연착되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탑습한 로마행 열차...

그런데 돌아가는 길이 왜 이리도 서글픈 이유는 뭘까?

따뜻한 미소로 그에게 다가왔던 그녀가 자꾸만 떠오른다.

잡념과 추억이 계속되는 사이 저만치 입석으로 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 중에 갓난아기가 자꾸만 울고 있다.

노교수는 그녀에게 쓸 편지를 집어치우고 이들에게 다가가는데...

 

 

 

▶2 등석 에피소드-누가 이 여인좀 말려줘요!

 

한 여인이 도우미로 보이는 사내와 함께 열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군인인 남편을 잃고 추모식에 가기 위해 열차를 탔다.

그런데 이 여인... 고집불통에 막무가내이다.

비슷한 휴대폰으로 인해 한 남자와 실갱이가 벌어짐은 물론이요 2 등석에 있으면 안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그녀는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이 여인과 동행한 도우미인 필리포라는 청년은 정말 대략난감이다.

더구나 같은 동네 사는 아는 동생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하면 왜 그리도 자주 호출은 하는지...

누가 이 여인 좀 말려달라니깐요!

 

 

 

▶3 등석 에피소드-축구냐, 추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사내 아이들 세 명이 열차에 올랐다.

지독한 셀틱 팀 팬으로써 제임시, 프랭크, 스페이스 맨 이들 세 친구는 열심히 수퍼마켓에서 알바를 하여 모은 돈으로 로마에 도착하여 신나게 자신들의 팀을 응원할 희망에 부풀어 오르는데...

한편 알바니아에서 온 한 소년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이들 세 친구는 이 소년에게 호의를 배푼다.

하지만 이들의 표를 검사하던 도중 맴머 하나의 표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유력한 용의자는 방금전 이야기를 나눈 알바니아 소년...

더구나 이 소년의 가족은 다섯...

갓난아이 포함하면 4명인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표는 세 장...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결국 이들의 소행으로 밝혀지지만 기구한 사연을 듣고 나서 이들 삼총사는 고민에 빠진다.

이들 가족에게 표를 주고 축구도 못보고 추방을 당하느냐? 아니면 이들을 도둑으로 신고하느냐?

그들의 결정은?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중인 '티켓'은 독특한 옴니버스 영화이다.

주무대는 로마로 향하는 열차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장면은 이 열차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세가지 이야기로, 그리고 1 등석부터 3 등석까지 각각 다른 감독들이 연출을 하고 있다.

 

1 등석부터 3 등석의 등급의 열차 객차의 모습은 다양한 우리의 삶과도 연관이 있다.

1 등석에 있는 노 교수, 2 등석의 미망인 노인과 그녀의 도우미, 3 등석의 알바니아 난민 가족과 축구광 3총사...

 

감독들은 세가지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우리들의 인간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경우 노 교수의 짝사랑 이야기가 에피소드의 중심이다.

이테리 감독 에르마로 올미가 연출한 이 작품은 계속 앞전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다시 앞으로... 앞으로 이야기가 거꾸로 진행되다가 다시 현재 노 교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회상이 자주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다.

 

하지만 생뚱맞게도 이 작품은 노교수의 짝사랑 속에서도 그와 관계없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기적인 군인의 모습, 신문을 읽고 계속 찢기만 하는 중년의 남자, 어디서 본 듯한 한 소녀의 뒷모습, 지휘자로 보이는 남자, 열차 입석 대기 통로에서 계속 울고 있는 갓난아기와 어쩔줄 몰라하는 이들 가족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어찌보면 노교수와 관계없는 사람들을 계속 비추고 있고 그렇다고 이들에게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첫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집중하기 힘든, 이해가 가지 않는 에피소드였다. 결국은 이 노 교수는 자신에게 호의를 배푼 그 여인에게 이 메일 쓰려던 것을 포기하고 앞에 이야기 했던 계속 울어대던 갓난아기에게 우유를 가져다 줌으로써 이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가장 이해 가지 않는 에피소드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도 이 갓난아기에게 호의를 배푼 사람들은 없었고 저마다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의 이기심과 거만함에 대한 문제를 노 교수와 관련 없는 인물들을 쭈~욱 비춰주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의문점은 노교수가 이야기하던 피아노 치는 여인의 정체가 발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더 관객들은 궁금하지 않았을까 싶다.

 

 

 

 

두번째 에피소드의 2 등석 이야기는 예상외로 이란의 감독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연출한 작품이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가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루함에 있어서는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감독이라서 아무래도 앞에 이야기한 첫번째 에피소드의 연출을 그가 맡은게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였다.

 

2 등석 이야기는 고집불통 노인의 이야기이다.

군인인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이 여인은 자기 고집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도우미와도 친밀감이 없고 사람들에게도 짜증섞인 말투와 행동 뿐이다.

결국 도우미 필리포는 이 여인에게서 벗어난다.

노인은 뒤늦게 후회하고 필리포를 찾으러 열차를 구석구석 찾기 시작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앞에 휴대폰 때문에 실갱이를 벌인 사내의 도움으로 어렵게 짐을 내리고 만다.

마지막 세번쩨 에피소드에서 결국 필리포의 모습이 나오는데 어떻게 숨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마까지 잘 버틴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2 등석 이야기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앞의 첫번째 이야기인 이기주의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와도 연관이 있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데 마치 나 혼자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매우 큰 착각이다. 바로 이 노인처럼 말이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세번째 에피소드인 3 등석 이야기일 것이다.

영국 감독 켄 로치의 세번째 에피소드는 선택의 갈림길이 핵심이다.

자신들의 표를 훔친 알바니아 가족들을 용서하고 이들의 아버지를 만나게 하느냐, 아니면 자신들이 힘들게 고생하면서 왔던 이 길을 포기하고 감방과 벌금과 추방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일 것이냐는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힘들게 수퍼마켓에서 알바를 한 이 세 소년은 축구 경기를 보기위해 로마로 향한다.

하지만 딱한 처지에 있는 알바니아 출신 가족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린다.

영화는 결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회한다.

 

결국 표를 알바니아 가족들에게 넘겨주고 이들은 도주를 감행한다.

하지만 이들은 세 소년들은 괴롭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들의 상봉을 지켜봤고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갈등하고 고뇌한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모'아니면 '도'라고 생각하면 쉽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런점에서 세번째 에피소드는 재미와 더불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작년 베를린 영화제에 상영되어 큰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당초 이 작품은 키아로스타미가 다큐 형식으로 만드는 것을 제안하였으나 나머지 두 감독이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 구조로 바뀌게 되었다.

 

'티켓'은 열차 여행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다.

자신의 탑승을 알리고 댓가를 지불했음을 알리는 표시수단이다.

하지만 여기서 티켓은 희망이라는 열차에 올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이제 여름이 다가온다.

사람들은 열차로, 비행기로, 자가용으로 이 도시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리 많은 것이 들지 않은 여행가방 하나와 티켓 한 장...

그리고 가볍게 기차에서 먹을 수 있는 도시락 혹은 삶은 달걀과 사이다 하나...

 

어느 개그맨이 이야기한 것처럼 삶은 '달걀'이다...

우리는 달걀처럼 둥글게 살아야 한다.

네모처럼  각지게 살아가는 것은 너무 무섭지 않은가?

뾰족한 각에 찔려 상처받는 것처럼 둥글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S.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데...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하는 이 작품은 영화 상영후 달걀과 요구르트를 주는 이벤트가 있다.

기차에서 먹는 간식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생각한 이벤트라는 점에서 나다의 센스가 느껴진다.

다만 사이다는 값이 비싼관계로 요구르트로 대신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이 두 개로도 충분히 배는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