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아치와 씨팍-발찍한 상상의 즐거움!

송씨네 2006. 6. 28. 19:51

 

 

 

아주 아주 먼, 혹은 가까운 미래...

석탄과 석유가 모두 고갈되고 천연자원이라고는 사람의 똥 이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는 세상...

미래의 정부는 에너지 고갈을 막기 위해 정책을 내놓는다.

공중화장실이건 집의 화장실이건간에 똥을 싼 시민들에게 하드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하드는 계속 먹으면 환각작용과 중독작용을 일으켜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바로 보자기 갱단이 그 부작용의 결과이다.

보자기 킹이 이끄는 보자기 갱단은 하드를 약탈하고 도시를 엉망으로 만드는 주범들...

한편 하드 밀거래로 재미를 보고 있는 두 친구들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아치와 씨팍...

이들 두 친구는 하지만 오인용 파에게 습격을 당한뒤 보복을 하려고 투입한 덜떨어진 감독 지망생 지미를 투입하는데 마침 보자기 갱단과 마주치고 얽히고 섥히던 중 이쁜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런데 이 여인... 배변 능력이 너무 뛰어나 하드를 왕창 지급받는다.

이쁜이에게 뿅간 씨팍과 이 여인으로 돈 좀 벌어보려고 이용하는 아치...

그리고 이쁜이를 노리는 보자기 킹 까지...

똥 도시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조범진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이 약 8년의 공백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1998년... 인터넷 사이트 시네포엠에서 발표한 두번째 프로젝트는 바로 이 작품이었다.

첫번째 프로젝트였던 '디지털 3인 3색 단편 프로젝트'가 대박을 거두면서 두번째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듯 했다.

물론 필자가 당시 고 2 시절에 본 이 작품은 정말 놀랍고 엉뚱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가 튀기고, 주인공의 대사는 대부분 욕과 비속어로 이루어진 이런 황당한 작품을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빠른 스토리 전개와 당시 웹 플레시를 이용한 기술치고는 발전된 기술로 선을 보였던지라 그 기대는 무척이나 컸다.

2002년 개봉을 앞두던 이 작품은 그러나 많은 국내 장편 애니들이 쪽박을 차게 되면서 흐지부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4년을 또 매달리고 기다렸다.

당시 웹 플레시 기술은 지금 보면 좀 엉성한 감도 있지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2D와 3D를 사용하였고 출연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아치 역의 류승범은 계속 고정이었으나 그 외에는 인물들이 변화하였다.

씨팍 역은 당시 웹 플레시 버전의 임원희 대신 임창정이 투입되었고 웹 플레시 버전에는 대사가 비명 지르는 것이 고작이었던 이쁜이 역할에 현영이 케스팅되었다.

그리고 신해철이 보자기 갱단을 이끄는 보자기 킹으로 등장하면서 주요 인물의 케스팅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8년...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은 것들이 변했다.

우선 단편을 보자면 이들의 주무대에는 거의 변함이 없으나 장소가 많이 고정된 것에 비해 장편 버전에서는 다양한 공간이 등장한다. 보자기 갱단과 일심파 맴버들, 똥 도시 경찰들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과거 웹  플레시 버전에서는 호텔이 주 무대였고 지하 탄광 장면 다음으로 격렬한 액션이 등장한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편 버전은 볼꺼리가 매우 많아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로봇 형사 개코의 액션이 더 늘어나고 앞에 이야기 했던 지하 탄광에서의 장면은 롤러코스터를 탄듯한 기분이 들정도로 많은 신경을 쓴 장면이다.

(사실 이런 장면들은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어드벤처 무비에서는 흔히 보게 되는 장면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런 장면들을 보면 박진감이 든다는 생각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듯 하다.)

 

또한 패러디가 많이 늘었다는 것인데 삼류 감독 지미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포스터를 보더라도 '에일리언',' 슈퍼맨' 등을 우스광스럽게 패러디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들장미 소녀 캔디', '가을동화' '파리의 연인' 등의 드라마 대사 비꼬기라던가  보자기 킹 역할의 신해철이 내뱉는 자신의 히트곡 모음은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그러나 가장 핵심이 되는 패러디는 따로 있다.

바로 보자기 킹을 나타내는 벽화들인데 보자기 킹은 여기서 북한의 김일성이나 김정일 같은 절대 권력자처럼 묘사가 된다.

벽화의 그림이라던가 문자들을 보면 마치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착각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 사회를 비꼬는 듯한 감독의 생각이 깔려 있지 않을까 싶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조범진 감독은 신해철의 케스팅에 관해 말을 아꼈고 대신 정치적 성향이라는 약간의 힌트를 주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두번째로 인상적인 케릭터는 똥도시의 국장과 부관으로 등장하는 성우 서혜정과 이규화를 들 수 있겠다. 이 들은 미국의 TV 시리즈 '엑스파일'을 통해 멀더와 스컬리라는 이미지로 각인이 된 스타급 성우들이다. 그런데 왜 이들이 이 역할에 등장했을까?

이 역시 이런 해석을 할 수 있다.

사실 '엑스파일'을 볼 경우 시즌 별로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품을 번역하는 번역가들이 각각 달랐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스컬리가 멀더에게 존댓말로 이야기하고 멀더는 스컬리에게 반말투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우 이규화는 여기서 부관으로 등장하며 성우 서혜정은 국장으로 등장한다. 상하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따라서 부관은 국장에게 존댓말을 해야하며 반대로 국장은 반말로 모든 것을 지시 내린다.

감독은 이런 상하관계의 변화를 두 성우를 통해 꼬집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성우 양정화 씨에 대한 언급도 하고 넘어가자.

필자의 집에는 케이블 체널인 투니버스가 나오지 않지만 양정화라는 성우의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로 알려진 양정화 씨는 이 작품에서 보자기 갱단 역할을 맡고 있다.

한 명이 아니다. 여러 명의 보자기 갱단 목소리를 오직 그녀 혼자서 다한다.

이는 팀버튼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움파룸파 족 역할을 홀로 해낸 딥 로이 만큼이나 대단한 것이다.

 

 

 

'아치와 씨팍'은 젊은이들에게는 충분히 어필이 되는 작품이다.

미국의 TV 시리즈인 '사우스 파크' 만큼이나 엽기적이고 황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이 18세 이상 관람가이며 과연 기성세대들은 이 황당, 엽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 영화를 홍보하는 마케팅 홍보 회사는 타겟을 정하는데 매우 난감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18세 이상 30대 후반(35세 이하)의 젊은이를 공략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과연 어떤 식으로 홍보가 진행될지도 궁금해진다.

 

아무쪼록 이 작품은 별 생각없이 봐도 되는 작품이다.

앞에 필자가 많은 가능성을 이야기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생각일 뿐이니깐...

한국 애니가 많이 죽었다고 이야한다.

8년동안 공들여 만든 작품이 관객의 외면을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애들이나 본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었으면 좋겠다.

'블루시걸', '누들누드' 같은 작품들이 성인들을 공략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