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하는 이순간 지구에는 3명씩에 새로운 생명이 자꾸 태어나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율로는 우리나라가 어느나라보다도 앞써서 거의 포화수준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150만의 인구가 늘어서 100년 후면 6억 인구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살 땅도 똑딱하는 순간 자꾸 늘어나야 할텐데 그렇진 않을테고요,
이건 그저 만화라고 웃어 넘길 수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자녀들은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워 알뜰한 삶을 이륙해야 할 것입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가족계획 상담은 여러분의 가까운 보건소에서 무료로 합니다.
-대한뉴스 1964년 2월 4일자 중에서...-
가족계획... 그런거 모른다.
그냥 순풍순풍... 애 잘낳아 기르면 된다...
1960년대 정부의 가족계획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용두리에 현주가 찾아온다.
그녀는 가족계획 요원으로 이들의 밤일(?)을 막으러 온 처녀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란 말에도 믿지 못하는 주민들을 설득시키리란 힘든데...
마침 순박한 사내 석구의 도움을 받아 가족계획 이륙하려고 노력하는데 순탄치가 않다.
박정희 각하의 방문으로 활기를 얻은 사람들...
용두리는 졸지에 출산률 제로(0%)에 도전하게 되는데...
과연 용두리에 평화는 찾아올 것인가?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백년 살고싶어
봄이면 씨앗뿌려 여름이면 꽃이피네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멋쟁이 높은빌딩 으시대지만
유행따라 사는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님과 함께 같이 산다면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백년 살고싶어
-남진의 '님과 함께'(1972년 발표) 중에서...-
2006년을 보면 우리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
딩크족(아이를 낳지 않는 신세대 부모를 말함)이 생겨나고 농촌에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런데 1960년대를 보면 거꾸로 대를 이을려는 남아선호 사상때문에 무조건 낳고 보자는 식의 풍조가 생겨나게 되었고 가족계획은 이렇게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재미있게 푼 영화 '잘 살아보세'는 그동안 보았던 소재에서 탈피한 새로운 소재의 작품이다. 가족계획이나 인구문제를 다룬 사회 작품이 그동안 없었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풍자를 할 수 있는 시대에 그동안 살지 못했음을 인식하게 된다.
영화는 이 역사적 사실을 뒤틀고 또 뒤튼다.
물론 이런 역사 비틀기에 자주 이용된 대통령이 예상외로 박정희 대통령이 많다.
어느 평범한 이발사의 이야기를 다룬 '효자동 이발사'나 대통령의 암살 직전의 상황을 블랙 코미디처럼 이야기한 '그 때 그 사람들'도 있다. 박정희 정권이 이륙한 것들은 많은 것이 있다.
세마을 운동으로 나라가 부강해졌고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장본인이 되었다.
'무조껀 까라~!'는 우스겟소리 같은 일화를 가지고 있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도 박정희 정권이 이루어낸 성과이다.
그리고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도 있었고... (♪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몇마리~?)
위에 언급하지 않은 것... 바로 이 가족계획도 그 중 하나였다.
영화 속 용두리는 가상의 마을이지만 실제로 이 시대에는 정관수술을 한 남성들에게 입주권을 우선으로 주는 아파트가 존재했을 정도로 '아들 딸 구별 없이 하나만 잘 기르자'는 식의 가족계획은 널리,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영화는 가족계획만이 살 길이라는 그 시대 상황에 동감을 나타내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의 심하고 심한 남아선호 사상을 비판하고 있다. 종가집 며느리가 아들을 낳기 위해 아들 낳는 약을 먹고 또 딸을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 한 여인은 마을 언덕에서 자살 아닌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아들 아니면 안된다'식의 사고 방식으로 그 시대의 많은 여인들이 고통을 얻었으며 그 여인들은 나이가 들어 다시 지금의 젊은 기혼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인 것처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아이는 어쩌면 귀찮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요즘 드라마는 임신 몇 개월이라고 이야기나오면 바로 나오는 이야기가 '지워버리고 싶어~!'이다. 과거 같으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임신했다고 나오면 남편은 미친듯이 기뻐하고 아이를 가진 엄마는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 넣으면 구닥다리 취급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현실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어두운 우리의 가족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꾸며낸 감독의 발상은 대단하다고 보지만 콘돔과 관련된 일화를 보면 정말 과거 세대들은 그랬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너무 웃기지만 한편으로 영화를 같이 봐야할 어린 자녀들에게 이 장면을 어떻게 설명할지 부모들은 난감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12세 관람가이다.)
이범수나 김정은은 정말 이름만 들어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정말 코미디 영화계의 지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들이다. 이범수는 여기서 웃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눈물도 선사하는 인물이며 김정은은 웃음의 강도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그 파워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종가집 식구로 등장한 변희봉, 안내상 등의 감초 배우들의 악역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이들 집안의 바보 조카 창혁으로 등장하는 우현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감초배우를 잘못 이용하였다고 보여진다. 창혁 역은 사실 이 영화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분위기와 특성을 고려해 케릭터를 잘 이용했다면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울러 코미디 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계속 웃기다가 갑자기 우울하게 진행되는 우울모드를 이 영화 역시 극복하지 못했다. 사실 소재로 보면 심각한 소재이지만 부드럽게 이끈 감독의 솜씨는 뛰어나다. 하지만 계속 이 분위기를 이끌다가 자연스럽게 심각한 분위기로 가야하는데 너무 갑자기 우울모드로 가는 것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세상은 바뀌었다.
하지만 달라져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가족간의 정이 그것이다.
그것은 자녀가 하나이건, 아니면 열 명이건 마찬가지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가족간의, 자녀간의 애틋한 정이야말로 살 맛나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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