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삼거리 극장-헐리웃에는 '록키 호러 픽처쇼'가 있다면 한국에는...

송씨네 2006. 9. 29. 23:13
(2006/한국)
장르
코미디, 공포, 뮤지컬
감독

"소단아... 이 할매... 활동영화나 보러 가야겠다..."

"할머니! 이 밤에 어딜 가시겠다고..."

할머니가 사라졌다.

소단은 사라진 할머니를 찾으러 홀로 밤거리를 나간다.

할머니는 오래된 '삼거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나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삼거리 극장에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도 없다.

그런데 사장실에 한 남자가 자살을 하려고 한다.

삼거리 극장의 우기남 사장...

밤마다 나타나는 혼령 때문에 못살겠다는 심정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소단...

 

아무도 없는 객석에 담배를 피려던 그녀...

그런데...

그런데...

그녀 앞에 나타난 4인조 강도... 아니, 4인조 유랑 극단(자세히 말하면 유령 유랑 극단이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뭐길래... 소단은 두려움에 떤다.

삼거리 극장의 비밀은 과연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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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부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전계수 감독의 데뷔작 삼거리 극장...

이 영화는 본격적인 한국형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일단 주목할 점이 있다.

 

물론 얼마전 개봉한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라던가 추석 극장가에서 상영중인 이형곤 감독의 '구미호 가족'도 뮤지컬 성격이 있는 한국영화이다.

하지만 삼거리 극장은 앞에도 이야기 했듯이 부천영화제에서 먼저 첫선을 보인 작품이니 원조는 아니더라도 한국형 뮤지컬 영화의 불을 당긴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단관극장 '삼거리 극장'의 이야기이다.

삼거리 극장에는 유령 4명이 살고 있다.

이 원령들은 극장의 저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극장 내부를 떠돌고 있다.

4명 모두 소단의 할머니와 젊었을 때 유랑극단에서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것.

그러나 이들은 이 극장의 사장이자 감독이었던 기남이 만든 영화로 인해 저주 받은 영혼으로 남게 된다.

낮에는 평범한 청소부, 매점주인, 경리, 영사기사이지만 밤이 되면 이들은 확~ 바뀐다.

 

 

춤과 노래가 있는 뮤지컬은 참 매력있는 장르이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는 많은 노래도 있어야 하고 안무도 있어야 하기에 두 배로 고생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CG가 필요한 영화 만큼이나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느낌은 '헤드윅'(2000) 같은 경쾌함과 '록커 호러 픽처쇼'(1975)의 마니아적 중독성, '비틀쥬스'(1988/우리나라에서는 '유령수업'이란 제목으로 개봉) 같은 엽기성, 그리고 '라스트 액션 히어로'(1993) 같은 판타지가 골고루 섞여 있는 기분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경쾌하다.

혼령들이 부르는 노래 하나하나는 경쾌하고 신난다.

'록커 호러 픽쳐쇼'와 같이 흥얼거리 좋을 만큼말이다.

 

거기에 '비틀쥬스' 같은 엽기적인 혼령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가령 소단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대한 유령들의 논의 장면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모습은 괴기스럽고 엽기적이며 뭔가가 속에서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다.

그들의 만찬 장면 중 완다가 자신의 음식물을 오바이트 하는 장면은 더욱 그런 느낌을 받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장면만 보고 관객들이 자리를 떴다면 그 사람들은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더 화끈한 노래와 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속 장면과 실제 상황이 공존하는 스크린의 모습에서는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가 나온 '라스트 액션 히어로'를 떠오르게 만든다.

 

 

 

이 작품은 영화 그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가지를 확장시킨 이야기이다.

 

삼거리 극장은 점차 쇠퇴하고 있는 한국의 단관 극장들의 자화상이며, 기남이 만든 영화 속의 영화 '소머리 인간 미노수'('소머리 국밥 미노수'가 아니다~!)는 이제는 찾을 수 없는 무성영화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삼거리 극장'은 얼마남지 않은 단관극장의 하나로 상징된다. 

부동산 업자가 오고 불도저가 그 자리를 밀어버리면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고 멀티플렉스 등이 들어오는 들어 올 것이다.

무성 영화 역시 우리나라에는 많은 필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초반 퇴마사로 등장했다가 알고보니 잘나갔던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였던 변선생의 등장은 이런 무성 영화 쇠퇴의 아쉬움을 밖으로 들어낸 장면중 하나이다.

 

 

 

그런데 사실 여기 주목할 점이 있다.

 

왜 과거 유랑극단과 젊은 시절 영화를 함께 만든 기남은 늙지 않고 젊을 때의 모습으로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다.

그러나 그 의문은 저주 받은 기남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개되면서 풀리게 된다.

삼거리 극장이 폐쇄될 위기를 겪고 거기에 기남은 자살과 스트레스로 쓰러진다.

소단은 유령들과 함께 과거 소단의 할머니가 출연하고 이들 4명의 유랑극단 배우들이 출연한 '소머리 인간 미노수'의 원본 필름을 찾기 위해 동문서주하고 그 필름을 관객들에게 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에 관객들은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한다.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그 저주의 내용은 스포일러이다!)

기남은 자신의 영화가 공개되면 저주가 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그 두려움에 자신의 영화를 오랜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영화속 배우들이 혼령이 되어 나타나면서 그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된 것이다.

유령은 늙지 않는다. 젊었을 때의 모습을 유지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남은 살아있지만 어쩌면 삼거리 극장의 또 한 명의 혼령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주가 시작되고 기남은 늙은 노파로 변해있던 것이다.

 

 

 

영화는 앞의 '비틀쥬스'와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에 죽은 아담과 바바라가 살아 있는 리디아와 함께 'Jump in the Line'에 맞춰 춤을 추는 것처럼 말이다.

원혼들이 소단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남도 그 춤에 동참하고 있다.

그렇다면 궁금할 것이다. 소단의 할머니는 과연 찾았는가라는 의문말이다.

사실 소단의 할머니는 소단의 또다른 자아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이 역시 스포일러이다.)

 

 

사실 앞전에 '구미호 가족'의 시사회도 있었지만 솔직히 나는 '삼거리 극장'이 더 끌렸다.

베테랑 영화 배우들이 뮤지컬을 한다는 것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삼거리 극장'에서 천호진을 제외한 처음듣는 이름들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영화의 기대감은 이상하게 더 크게 작용을 했다.

 

그런데 그 기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소단 역을 맡은 김꽃비를 비롯해, 에리사 역을 맡았던 박준면, 히로시 역의 조희봉, 모스키토 역의 박영수, 완다 역의 한애리까지 이들 모두 연극을 전공하거나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온 베테랑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박준면의 경우 뮤지컬 쪽에서는 알아주는 베테랑이라고 하니 풍만한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노래에 귀를 귀울여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아울러 기남 역을 맡은 천호진의 노래 솜씨를 궁금해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드라마에서만 보다가 최근 스크린에서 정말 물이 오를때까지 오른 천호진도 이 영화에서 한 곡을 부른다.(그의 노래 실력은 관객들의 평가에 맡기기로 하고...)

 

천호진에 대한 또다른 의외의 모습...

엔딩 크레딧에는 배우들의 이름과 더불어 배우들의 소속사와 메니저의 이름이 올라온다.

(우리나라의 앤딩 크레딧에는 이제는 절대 빠지지 않는 모습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천호진에게는 메니저가 없다.

국민배우 안성기의 경우 역시 불과 몇 년전 메니저가 없었다가 생긴 것을 생각하면 사실 인기 많은 배우들은 자신의 스케줄을 자기 혼자 처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천호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또하나 의외의 출연진...

바로 육봉달 박휘순의 등장이다.

사실 영화의 감초노릇을 하는 배우는 꼭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4명의 혼령을 맡은 배우들이 주연이자 감초 역할이다. 하지만 진짜 감초는 조연들에게서 보여질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조연이라고는 박휘순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단을 짝사랑하면서 영화를 사랑하는 청년으로 등장하는 박휘순은 의외로 영화의 균형을 맞추는 배역으로 등장하였다.

(홍춘이의 이런 모습... '이건 압구정 스타일... 아냐~')

 

 

 

그러나 이 영화는 칭찬만 할 수 없다.

 

상업영화로 이 영화를 상영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너무 마니아적인 느낌과, 컬트적인 느낌 때문에 이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 영화는 오히려 예술전용관에서 먼저 상영을 해보고 반응이 좋을 경우 상영관을 확대시키는 방식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이 방식이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인디영화 '사이에서'가 반응이 좋아지면서 기존 4개 인디 상영관 외에 일반 상영관 두 곳을 확대 개봉시킨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최악의 상황은 분명 아니다.

작년 컬트 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2005)가 필름포럼에서 메가박스로 이전하여 상영된 경우도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삼거리 극장' 역시 CJ가 배급하였다.

과연 CJ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배급할지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