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지겨우시죠? 저도 그렇답니다!

송씨네 2006. 9. 24. 14:23
장르
코미디, 액션
감독
이 영화 대략 이렇다...

영광을 얻고 위기를 겪고 마침내 부활을 꿈꾸는 집안이 있다.

백호파 집안은 검사 진경을 며느리로 맞으면서 조직을 해체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백호파 두목인 홍덕자 여사는 조직 정리와 더불어 다른 사업을 생각해 내야하는데 바로 식품사업에 뛰어드는 것...

그렇다면 간장게장? 그럴리가!

그녀는 김치를 만들기로 한다. 바로 '엄니손 김치'!

하지만 이들 사업을 탐탁치 않는 이가 있으니 진경에게 사랑을 빼앗긴 전직 검사 명필이 바로 그 주인공... 명필은 더 치밀한 방법으로 엄마손 김치를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과연 위기를 겪은 이 조폭 집안... 아니, 이제는 CEO 집안은 어떻게 이 위기를 이겨내고 부활을 할 것인가?

별 들에게 물어봐~!
별로네요별로네요별로네요별로네요별로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본다면...

3편이 나왔다.

바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겠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이다...

 

1편의 성공으로 2편이 만들어지고 2편은 1편과 전혀 다른 인물로 구성하였음에도 성공적이었다.

'명절 시즌에는 성룡영화'라는 공식을 깨고 이번에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추석 시즌 개봉을 하였다.

 

2편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말한다는 것은 그렇지만 예고편이나 주된 내용을 보면 2편에 비해 폭력의 강도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여전히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그들은 조폭이었다는 것과 개과천선 한다는 사람들이 또 싸움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라는 것이다.

 

김수미, 신현준, 탁재훈은 세 편의 영화를 같이 찍으면서 호흡이 딱 들어맞기 시작했으며 신이와 임형준의 코믹 연기도 절정에 다다르렀다. 그리고 양념처럼 등장하는 정준하와 박희진의 장면들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조폭이라는 코드를 벗지 못했다.

 

엄니손 김치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미모의 스파이(?)를 고용한 장면에서 유혹하는 장면이라던가 호텔로 끌고가는 장면, 촛농과 얼음을 이용하는 장면은 웃기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선정적인 영화들의 컨셉들과 다를바가 없다.

 

한마디로 재미는 있으나 여전히 폭력적이고, 여전히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달라지려는 모습은 보여주려고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전혀 어필이 될  것 같지 않다.

 

가령 2편에서 보여주었던 복고풍 의상과 춤장면은 매우 관객들의 눈길을 주었고 3편 역시 촌스러운 헤어 스타일과 패션을 보여주었다. 왕자파스와 승마바지라는 독특한 컨셉은 웃음을 주기에 좋은 소재이다. 하지만 모텔 장면으로 전환되면서 그 재미는 반감되었다.

 

그러나 정말 인상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다.

석재와 경재가 새 집을 구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들은 무척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찰리 체플린이 보여주었던 슬랩스틱 코미디의 완벽 재연이라고 해야할까?

상당히 낮은 높이 천장의 집에서 벌어지는 연속적인 에피소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슬랩스틱 코미디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형래가 보여준 슬랩스틱 코미디 그 이상이라고 보여진다.

 

 

영화는 중반에 명필의 음모가 밝혀지면서 급물살을 타는데 문제는 싸우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왜 마지막에 다시 싸우는가라는 의문이다. 물론 조폭이 몰려 나와 떼지어 싸우지는 않는다.(마지막 장면에서...) 하지만 그들은 싸우고 있었다.

격투 장면이 아니더라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명필 일당을 물리치는 장면으로 전환하면 좋았을 것을 그들은 또 싸우고 있었고 3편은 가족적인 이야기로 진행하겠다던 감독의 말은 결국 또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 작품은 전편에 비하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편에 나오지 않았던 장회장을 회상하는 덕자와 세 아들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대화로 아들과 부인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조직의 두목이었고 싸움꾼이었다.

이들의 대화장면은 너무 적다. 인간적인 가족들의 모습이 아닌 엽기가족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억지이다.

 

 

 

다음은 영화의 패러디를 생각해보자.

순남이 명필의 아지트를 침입하는 장면에서 많은 이들이 '엔트랩먼트'(1999)를 생각했다고 한다.  

거기에 쇼트트렉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장면에서 그 패러디는 곱절로 웃겨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나 드라마적 패러디가 아니 자기 자신을 패러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홍덕자 여사가 김치를 파는 장면은 배우 김수미가 간장게장을 파는 장면과 겹쳐보인다.

이는 어찌보면 자신의 기억하고 싶은 과거를 자신들이 들춰내는 결과를 보여준다.

웃기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좀 안타까운 장면이기도 하다.

(김수미 그녀는 정작 간장게장 사업은 실패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는 2편의 '가문의 위기'에서도 볼 수 있는데 화환들을 둘러보던 석재가 '에스파파'라고 써진 화환을 보면서 누구네 아빠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에스파파'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탁재훈이 솔로로 데뷔했을 때 만든 자신의 또다른 예명이다.

 

김수미가 간장게장이 아닌 김치를 팔고 탁재훈히 자신의 또다른 분신을 코미디적으로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패러디는 다른 영화의 패러디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의 엔딩은 석재의 새 애인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막을 짓는다.

보통 에필로그와 엔딩 크래딧을 같이 삽입하는 경우가 최근 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에필로그와 크래딧을 똑같은 시간에 배치하여 사실상 영화를 엔딩 크레딧까지 보도록 유도시키게 만든다. 보통 두 개가 동시에 올라온다면 에필로그가 먼저 끝나고 나머지 주요 스텝진들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 모든 두 개가 동시에 올라와서 동시에 끝난다.

 

항상 나는 영화 리뷰를 쓰면서 엔딩 크레딧까지 보자는 운동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매우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영화는 소재를  크게 전환시고 코미디의 비중을 높였더라면 '이 영화는 쓰레기이다'라는 식의 악평을 얻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S. 이 작품에도 옥의 티가 있다.

첫째로, MRI(자기 공명 영상법)의 등장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재(임형준)이 입은 교련복은 1980년대 후반까지 존재했으나 MRI는 그보다 조금 늦은 1988년에 처음 서울대 병원에 생겼다고 전해진다.

두번째로 노래방에서 김원희와 신현준이 부른 노래인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는 1992년에 발표된 음반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80~90년대의 상황에 맞게 시대적 구성을 한다고 하였지만 교련복 하나가 역사를 뒤죽박죽 만드는 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