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송씨네의 이런 뉴스, 저런 뉴스

뉴스는 거짓말쟁이?-전남 장성 무인 양심가게, CCTV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송씨네 2006. 11. 16. 21:24

POSCO 광고 중에서...

 

 

전남 장성에는 양심 가게가 있다.

계산은 자유, 대신 외상의 경우 외상장부에 기록하면 되며 상자 안에 돈을 넣으면 되는 방식이다.

옆에는 담배 자판기도 있고...

마을 이장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독특한 가게는 분실, 도난의 우려도 있었지만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적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그런 가게가 되었다.

 

 

몇 달전에 철강 기업인 포스코는 전남 장성의 무인 양심가게를 촬영하였다.

물론 그 전에 이 양심가게는 너무 언론에서 많이 알려진터라 유명세를 가지고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는 언론들의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대책으로 가게에 CCTV를 설치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진짜 문제는 몇 시간 후...

인터넷 언론 '오마이 뉴스'에서 'CCTV는 가짜다!'라는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이 기사가 나간 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이 많이 늘어났다.

가짜라는 것을 알리고 나면 가게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더 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검색도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한 네티즌이 이야기한 대목이 있었다.

MBC 뉴스 보도는 'CCTV는 진짜이며, 차단기를 내리고 범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가게의 실질적인 주인인 이장님 조차 손을 못쓴다'는 내용이다.

 

 

 

 

 

MBC 동영상 기사 보기

밑에는 MBC뉴스 시간에 나간 기사의 원고 일부분이다.

내용을 보면 CCTV를 설치해도 누눈가 CCTV의 전원을 끄고나서 물건을 훔치고 달아난다는 것이다.

 

 

 

 

뭐야?

CCTV가 진짜라는 건가? 아니면 정말 가짜인 것인가?

CCTV가 가짜라는 보도는 위와 같이 쿠키뉴스(국민일보)와 오마이뉴스만이 보도 되었으며 나머지 언론은 CCTV의 실체 여부를 보도하지 않고 대신 가게가 피해를 입은 뒤 CCTV를 설치했다는 기사로 대신하였다.

 

 

 

최근 언론들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곤역을 치루고 있다.

우리는 얼마전 '미국 만화판 <왕의 남자>의 이야기가 만우절 거짓말로 판명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음 TV 팟'에서 '위트(WIT)'를 진행하고 있는 미스코리아 출신 VJ 김수현 씨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기사 보기

 

진위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언론의 실수가 결국 많은 시민과 독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다시 CCTV 사건으로 넘어가서... 

사실 이 뉴스는 진실 여부를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가짜 CCTV라는 것을 굳이 독자들에게 알렸는가라는 기자의 생각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물론 이런 가능성이 있다. A 기자에게는 'CCTV는 가짜'라고 사실대로 말하다가 다른 언론의 B 기자가 오자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어 'CCTV는 진짜다'라고 말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진짜인데 가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말이다.

 

또한 의문은 이장 님이 사실대로 기자에게 '그것이 가짜이다'라고 이야기 할때 대신 어떤 조건을 이야기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다.

보통 취재 원칙에는 '오프 더 레코드'라는 것이 있다.

흔히 말하는 '우리끼리 하는 얘긴데요' 혹은 '기자 님만 알고 계세요', '이건 기사화하지 말아 주세요' 등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그런 조건 없이 'CCTV는 가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조건을 이야기하고도 기자가 이 사실을 보도했다면 기자와 의뢰인의 신의를 떨어뜨린 결과이다. 또한 특종에 눈이 멀어 의뢰인의 약속을 어긴 결과가 된다.

 

내 경우를 이야기하더라도 인터뷰 도중 '오프 더 레코드인데요...'라는 말이 나오면 물론 원고에는 적어놓지만 기사화 하지 않고 수정 후 지워버린다.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는 기억력이 나쁘므로 만약 나중에라도 '비하인드 스토리 특집'을 만들고 싶어도 '오버 더 레코드'를 요청한 부분을 아무리 생각하려고 하더라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금방 잊어먹는다. 그렇다보니 자동으로(?) 의뢰인과 약속은 지키게 된다.) 

 

만약 이장 님이 '오버 더 레코드'를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도 기자는 자신의 양심에 손을 얹고 과연 이 사실을 알림으로써 어떤 결과가 올 것인가를 예측해야 한다. 그것을 안 이상은 그 부분은 보도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뉴스는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또한 제보자(외뢰인)의 조건에 맞게 취재에 응해야 한다.

진실도 중요하고 특종에 대한 갈망 또한 어쩔 수 없다지만 

 의뢰인과의 약속도 중요한 것이다.

CCTV 사건이 자칫 또다른 범죄로 악용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충남 장성의 이 무인 가게가 문을 닫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포스코 CF의 결론처럼 '세상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