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송씨네의 이런 뉴스, 저런 뉴스

아슬아슬 구름다리, 아슬아슬 낙서장!

송씨네 2006. 12. 3. 22:25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한국인이긴 하지만 내 생각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낙서문화'가 아닐까 싶다.

 

미디어 다음의 블로거 기자단은 최근 우리 문화제, 야산, 그리고 심지어 외국 유적지까지 올라온 한국인의 낙서문화에 대해 고발한 적이 여러번 있다.

네티즌들은 나라 망신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오늘 본 것은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부천...

원종동에서 작동으로 가는 방향에는 얼마전 구름다리가 생겼다.

그리고 그 구름다리를 잇는 산과 산사이에는 작은 공원이 만들어졌다.

이 공원의 이름은 은데미 공원...

은데미는 원종동의 옛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2006년 1월에 완공한 이 구름다리는 낮보다는 밤에 야경이 기가막히다.

 

사진 실력이 좋지 않은 나로써는 이 정도 밖에 야경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지만...

 

 

 

 

사실 이 다리를 건널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거기를 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시간이 남아 이 다리를 건널 일이 생겼다.

 

 

 

그런데 이 다리가 좀 이상했다.

다리 곳곳에 낙서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난간, 기둥, 그리고 심지어 바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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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머릿돌의 낙서들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기둥과 나무 바닥에 낙서를 한 사람들은 강심장이란 말인가?

 

나보고 겁쟁이가 아니냐고 물을 것이다.

물론 겁이야 많다.

하지만 군대에서도 활차도 탄 몸이다.

설마 이런것까지 두려워 하랴?

밑에는 얼마나 바닥일까?

 

 

의외로 밑은 좀 아찔하다.

구름다리를 이용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구름다리 특성이다.

더구나 바닥이 대부분 나무를 이용해 만든 것을 생각한다면 더 무섭기도 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 다리를 건넌날 바람도 조금씩 불어오고 있었다.

 

이 다리에 대한 주의 사항이 있지만 낙서 금지는 미처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누가 이런 난간에 낙서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웃기는 것은 낙서에 적힌 것을 보면 연예인을 험담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달듯 연예인 이름을 거론하면서  'OOO 짱~!' 식의 낙서가 올라오면 'OOO! 웃기고 있네, △△△가 최고다~!' 라는 식의 댓글 낙서가 올라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장실 낙서의 수준을 뛰어 넘은 낙서들이다.

물론 '영희 ♡ 철수. 넌 내꺼야~!' 식의 유치찬란(?)한 낙서들도 보인다.

그런데 정말 이런 곳에서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들의 배짱이 궁금해진다.

 

 

얼마전 산에 세겨진 낙서를 지우러 다니는 한 산악동호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TV로 본 적이 있다.

도저히 낙서를 하기 곤란한 난간이나 낭떨어지 부근에 낙서를 하는 이들도 있다.

낙서를 하는 사람이나 낙서를 지우는 사람들이나 모두 산을 좋아하는 이른바 '꾼'들이다.

그러나 잘못된 애정으로 산이 더럽혀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분명 위의 구름다리 낙서들도 누군가는 지워야 한다.

일반인이 지우기에는 좀 위험한 낙서도 보이는지라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시와 구청은 나서는 사람이 없으며 대책없이 두번째 구름다리를 인근 작동의 야산에 하나 더 설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구름다리는 현재 추락사를 대비한 난간 설치만을 남기고 거의 다 완공된 상태이다.

부천에는 이 두 구름다리가 명물이 되겠지만 지속적인 단속과 대책이 없다면 이 구름다리는 명물이 아닌 애물단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 낙서들의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의 소행이라고 생각된다.

감히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구름다리 하나하나가 시(市)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피땀흘려 낸 세금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그런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에 낙서를 해야만 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사랑타령, 연예인을 사모하는 것...

물론 나는 그들을 말릴 자격은 없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당신의 아들 딸이 미래에 뛰어놀 공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낙서는 집어치우고 영양가 있는 일을 찾았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