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전만 해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욕을 먹기 쉬운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트렌스젠더들이 늘어나고 동성애에 관한 편견들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동성애 관련 영화들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왕의 남자'나 '브로크 백 마운틴, '메종 드 히미코'등의 작품들이 의외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사실 이 남자 이송희일 감독을 빼놓고는 동성애(퀴어) 영화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실수이다.
'나는 게이이다' 라는 선언은 이미 했음은 물론이요, 그의 영화에서는 남성과 남성의 사랑은 당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영화 '동백꽃'에서도 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영화는 빈부의 격차가 심한 두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드라마들이 그렇듯 빈부 격차의 차가 심한 두 남녀가 나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는 것은 너무 자주 보아와서 지겨울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같은 설정이지만 그것이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수민과 가족들만이 그의 비밀을 알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결혼을 시키려는 재민의 가족들의 모습은 동성애가 쉽지 않는 그들의 장벽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브로크 백 마운틴'을 보다가 놀란 장면이 있었는데 잭과 에니스가 텐트에서 성기를 가지고 섹스를 하는 장면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잠시 나온 장면이지만 그 장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후회하지 않아'는 이보다 더 심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흐느끼고 울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동성애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이 작품은 동성애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중간에 자리를 뜰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그들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운명이 그렇게 타고나서 그런지도 모른다.
게이바에 일하는 남자들 중에는 물론 양성애자도 있다.
영화 속 재철은 애인도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개이바에 들어온다.
하지만 여자는 도망가고 빛쟁이들만 달려오는 신세가 된다.
가람의 경우는 신참으로 들어온 게이이지만 은근히 수민을 좋아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마지막 사고로 사망을 하지만 그것이 서울 지리를 몰라서 사고가 났다기 보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슬픔이 자살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들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렇게 우리가 보는 게이는 '변태'라는 이미지가 강하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으로 살아가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감독은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 서울영화제에서 상영된 '프로듀서스'의 게이들처럼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하지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게이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손가락질 받는 존재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더 음지로 숨어들기도 하고 게이바에서 같은 남자들을 접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소재는 사실 매우 어둡지만 영화의 재미를 충족시키게 만드는 대사들도 상당수 있다.
특히 수민과 과거 룸메이트로 지내던 환선의 대사는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수민이 접시를 못닦는다고 레스토랑 지배인에게 혼이 나자 환선의 대사가 인상적인데...
'지들은 눈에서 퐁퐁이 나오나 보다! 눈으로 접시 닦게...'와 같은 대사나 환선이 병실에 입원했을 때 재민이 베지밀 'A'를 건내주자 하는 대사였던 '베지밀은 B가 맛있는데...'와 같은 대사들은 좀 엉뚱하고 돌발적이지만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조금 부르럽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외에 재민과 수민의 대사들 가운데에서는 일반 상업영화나 드라마 뺨치는 명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 이야기 만큼 재미있는 것은 지금 이 작품이 개봉된 방식이다.
CJ 엔터테인먼트가 이번 작품을 배급하였는데 얼마전 상영한 다큐 '사이에서' 처럼 기존 4개의 인디 상영관 이외에 일반 상영관 몇 곳을 선정하여 같이 개봉을 하고 있다.
이는 퀴어 영화계에서는 인정받은 이송희일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배급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 그 주된 이유이지만 '사이에서' 처럼 소외된 계층들의 이야기를 배급하고 상영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살이를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번 CJ와 상영관을 확대한 CGV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예술영화마저도 독점이 되고 독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상영관이 늘어난 만큼 '후회하지 않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디, 예술영화가 상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일부 예술영화들이 하루 달랑 1회 그것도 심야에 상영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 점은 고쳐저야 한다고 본다. 자신들이 배급한 영화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봐야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하루 1회가 아닌 교차 상영을 통해 다양한 예술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동성애 혹은 게이에 대한 발언에 대해 나는 좀 어느 정도 말을 아끼려고 한다.
같은 남자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사랑이 '잘못되었다' 혹은 '잘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여전히, 또 여전히..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