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열혈남아-조폭, 어머니를 만나다...

송씨네 2006. 11. 12. 23:23
(2006/한국)
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이 영화는 이런 내용이야!

재문은 건달이다.

악날하고 온갖수법을 동원해서라도 조직에 충성하는 건달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동료를 월드컵 현장에서 잃었다.

그래서 그는 복수를 하러 자신의 동료를 죽인 상대편 조직원 중 지금은 은퇴하여 사업에 뛰어든 대식을 만나러 간다.

대식의 고향 벌교에는 그러나 대식은 보이지 않고 국밥집을 하는 그의 어머니 김점심만 보인다.

잘나가던 태권도 선수였던 치국을 이끌고 벌교에서 체육사(체육 관련 물건을 파는 가게)로 위장하여 대식의 동태를 살피지만 치국은 한편으로는 악날한 재문이 부러우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밥을 먹으면서 점심에게 접근한 재문...

하지만 이상하게 점심과 재문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 속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그녀의 아들을 죽여야 하는데 말이다.

일주일... 그리고 벌교 체육대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이 영화... 난 이렇게 봤어!

별님의

생각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먼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때만 피는꽃 백만송이 피워오라는
진실한 사랑을 할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수있다네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러시아 민요 번안곡) 중에서-

 

 

또 조폭 영화다.

몇 달 사이에 조폭영화가 많아진 것을 느낀다.

그런데 요즘 조폭 영화는 뭔가 달라지고 있다.

억지 웃음을 유발시키는 조폭 코미디이거나 폭력으로 남자의 의리를 이야기하는 영화들과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얼마전 장진식 조폭 코미디도 보았고, 박기형 식의 살벌한 조폭 영화도 만나보았다.

그리고 장편으로 첫 데뷔를 하는 이정범 감독의 영화도 조폭 이야기이다.

조폭 영화의 특징인 조직의 복수와 배신은 여전히 이 영화에서도 들어가 있지만 이 영화는 다른 것이 하나 더 첨가되었다.

 

바로 '모성(母性)'이다. 어머니의 사랑...

더구나 자신의 아들이 아닌 남의 아들에게 배푸는 사랑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부분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왜 점심은 재문을 아꼈는가라는 의문말이다.

 

점심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한 명은 건달 아들이고 한 명은 원양어선을 타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행방불명된 둘째 아들이다.

(영화의 마지막을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좀 미안하지만...)마지막 장면에서 재문이 마지막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국밥집 손님이 재문을 가르키며 점심에게 저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점심은 자신의 둘째 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종된 둘째 아들말이다. 

다시 의문이 생긴다. 왜 점심은 재문을 둘째 아들이라고 이야기 했는가라는 의문이다.

 

영화속 재문과 점심은 비슷한 점이 있다.

성격이 괴팍하고 절대로 말을 빙빙돌려 이야기하는 편이 없는 직설적인 성격을 갖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점심은 알고 있었다. 그가 왜 자신의 국밥집에 나타나 행패아닌 행패를 부리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점심은 자신의 직설적인 성격에서 일보 후퇴하고 오히려 그런 재문을 아끼고 있다.

자신의 아들도 조폭이며 재문이 왜 여기 왔는지라는 이유는 대충 알고 있는데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 점심은 괴팍한 자신의 성격을 잠시 버리고 자신의 아들을 죽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 사준 꽃무늬 남방 역시 같은 의미라고 생각된다.

거기에 갯벌 장면에서도 재문에게 점심이 어머니에게 효도하라고 제안을 하는 것 역시 '자신의 아들을 죽여서 철장신세를 지고 그것이 어머니(재문 어머니)에게 불효가 될 수 있으니 그 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아주 복잡하지만 알고보면 단순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는 초반 재문의 아주 괴팍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치국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태권도 도장에서 비신사적으로 구타하는 장면이라던가 성적인 농담과 비속어를 남발하는 것, 그리고 아이이건, 말못하는 개이건 간에 매우 공격적이라는 모습이다.

그런데 치국은 정작 웃어른에게는 공격적인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

(조직의 두목의 어머니 환갑(혹은 칠순)잔치에서도 어른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에서도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재문이 비록 조폭이지만 심성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여기서 영화가 이야기하는 모성애는 의외로 큰 빛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조폭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시종일관 칼을 쑤셔대는 음향이 오히려 피를 보는 장면 보다도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이렇게 잔인한 장면이 많음에도 영화는 15세 관람가이고 심지어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관객도 보게 되었다.(오히려 이 작품은 18세 이상 관람가가 더 적당하다.)

 

설경구는 너무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강철중의 이미지가 강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서 어색함은 없었지만 새로운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의외로 나문희와 조한선이 많은 활약을 했는데 역시 큰 활약은 점심 역의 나문희였다.

드라마와 영화, 시트콤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포스는 어느 중견 연기자 못지 많다.

부산영화제 무대에서 '돌리고... 돌리고...'를 자연스럽게 외치거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여주는 수다쟁이 시어머니 역할도 훌륭하다.

그녀는 어느 영화에 집어넣어도 자신의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낼 명배우이다.

 

조한선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소년 이미지에 치우치던 연기에서 더 나아가 나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연기는 어색하다는 평이 많다. 

강동원처럼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에도 이야기하였듯이 이 영화는 마지막에 재문이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에서 그냥 보통의 조폭영화로 끝맺음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모성애 코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조폭영화는 많은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정범 감독의 신작도 은근슬적 기다려 진다.

 

 

PS. 미령 역할을 맡은 김진아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에서 티켓 다방 여성들은 하나같이 몸파는 여자로만 표현이 되었다. 그런데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라디오 스타' 등의 작품에서 티켓녀들도 순박한 우리의 이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령이 마지막에 재문을 기다리는 장면이 '비트'에서 로미가 민을 기다리는 장면과 겹쳐보였는데 그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