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늘 내가 써오던 방식에서 좀 탈피하려고 한다.
줄거리를 쓰지 않고 이 작품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기억하고 줄거리를 다 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1976년 제작되어 당시 대한극장과 세기극장(지금의 서울극장)에서 개봉된 '로보트 태권 브이'의 첫번째 복원판이 개봉이 되었다. 영화를 보기전 예매 사이트들을 둘러보았는데 예상외로 이 작품이 박스 오피스 1, 2위를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다.
1976년은 내가 태어나지 않은 해이다.(참고로 나는 1981년 생이다.)
아주 오래전 이 영화를 접했던 꼬맹이들은(그들의 나이를 6,7세로 가장했을 때) 30대 중반이 되었고 한 가족의 가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이제는 자신의 자식을 데리고 극장을 다시 찾았다.
과연 그 때만큼의 감동과 환희를 느낄 수 있을까 해서 말이다.
이 작품을 만든 김청기 감독은 이제 일흔을 달려가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가 한국영화계 기여한 공로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영화라면 전무후무한 상태였기에 그가 처음 선보인 '로보트 태권 브이'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고 하더라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후 많은 '태권 브이' 시리즈와 '우뢰매' 시리즈, 그리고 '슈퍼 홍길동' 시리즈를 만들었다.
지금도 태권브이 시리즈(모두 7개)를 비롯한 우뢰매(총 9개의 시리즈)와 슈퍼 홍길동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고 심심치 않게 추억을 되씹으면서 관련 UCC나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김청기 감독은 바로 어린이들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다.
'마징가 제트'의 표절이라는 이야기도 많았고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1979년)처럼 짝퉁 태권브이를 다른 사람에게 졸지에 넘겨준 사건도 있었다. 김청기 감독은 나름대로 맘고생이 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네이버 영화의 제작노트와 FILM 2.0의 인터뷰) 태권 브이의 모델은 광화문 세종로의 이순신 동상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새로 복원된 태권브이는 우선 디지털 복원화를 하였다.
주제가는 최대한 살리되('세월이 가면'의 최호섭이 어렸을 적 직접 주제가를 불렀다.)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로 일부 수정되었으며 성우들의 목소리도 변경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철이 역을 맡은 성우가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알려진 배우 김영옥이었다는 사실이다.
전원주와 성우로써 당시 쌍벽을 이루었던 그녀는 의외의 남자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남성의 목소리를 여성이 꼭 하지는 않는다. 미소년(훈남)의 목소리의 경우 지금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 '날아라 슈퍼보드'의 미스터 손, 짱구는 못말려'의 신짱구의 목소리로 알려진 성우 박영남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한 70년대의 경우 오프닝 타이틀에 배우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반대로 이런 영화들은 앤딩 크레딧이 없었다.) 앤딩 크레딧이 생략되고 '안녕!' 혹은 '끝'이라는 아주 (당시에는 당연했으나) 당황스러운 자막이 올라가는 대신 복원판은 1976년판 스탭진과 2007년 복원판의 스탭진들을 엔딩크레딧에 같이 올리는 특이한 방식이 취해졌다.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1976년판과 2007년판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태권 브이는 재미있는 점이 우리가 알고 있는 만화의 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꼭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권선징악의 스토리는 디즈니에서 가지고 있는 방식이지만 디즈니의 만화에는 없는 것이 개과천선이다. 인조인간 메리가 잘못을 뉘우치고 사람들을 돕는 것은 디즈니 스토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또한 깡통 로봇처럼 평범한 소시민을 등장시켜 영웅은 꼭 힘세고 능력이 있는 사람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강한 무기가 없어도 생활속의 소품도 충분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깡통 로봇은 더불어 심각한 장면에서도 해학을 줄 수 있는 즐거운 케릭터로 이야기화 되고 있는 것이다.
'로보트 태권 브이'는 이제 하나의 회사가 되었다.
앞으로도 또다른 복원판이 개봉될 수도 있으며 새로운 태권 브이가 나올 것이다.
시나리오가 완료되면 극장에서 TV에서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
오늘도 태권 브이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아니, 태권 브이 같은 무적의 영웅들이 이 로봇을 대신 해 줄 것이라 믿는다.
PS. 2007년... 어린이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냐고?
환호 반, 울음 반...
환호하는 어린이들도 있지만 지루해서 우는 아이들도 있다.
모두를 호응시킬만한 만화는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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