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아포칼립토-멜 깁슨의 '도전, 지구 탐험대'?

송씨네 2007. 1. 26. 22:06

 

 

마야 문명 시대의 한 부족...

평화롭게 산짐승을 잡아먹으며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이 부족에는 '표범 발'이라는 사내가 살고 있다. 그 역시 아름다운 부인과 똘똘한 아들을 두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하지만 저 편에서 흉직한 모습으로 어디론가 떠나는 다른 부족 사람들을 보면서 '표범 발'은 불길한 징조와 더불어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런데 역시나... 상대 힘있는 다른 홀캐인 부족에서 이 평화로운 부족 사람들을 단체로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강제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표범 발'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말라버린 우물가에 임시로 피신 시키고 그 와중에 본인도 이들 부족에 잡히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잡힌 이들은 신에게 받칠 재물로 쓰여진다는 사실에 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개기월식...

운좋게 살아남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그리고 '표범 발'은 복수의 칼을 갈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영화배우들이 감독으로 진출하는 일도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그렇고 멜 깁슨도 그렇다.

전작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그것도 모자라 인종차별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작품도 그럭저럭 미국 박스오피스에 오르기는 했지만 역시 그렇게 평판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초반 이 작품은 멧돼지로 보이는 산짐승을 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늘 TV에서 자료화면으로만 보던 윈시 부족들처럼 부위별로 분배하고 피가 철철 넘치는 고기를 나눠먹고 있다. 이 것은 이 작품의 잔인함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재물로 받치는 신전장면에서는 목이 잘려나가고 그 목이 높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그 옆에는 목이 없는 사체가 가득하다. 이 작품의 시사회가 있기전 홍보팀 관계자는 잔인한 장면이 많을 수도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런 잔인한 장면은 한도 끝도 없다.

 

초반 평화로운 생활상을 시작으로 해서 재물로 받치는 순간까지의 장면은 솔직히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너무 지루했던 장면들은 주인공인 '표범 발'이 부캐인 부족을 피해 도망치는 장면에서 급속도로 빨라진다. 갑자기 지루해졌다가 빨라지니 그 기분은 좀 이상했지만 보통 영화들이 전반부에 강하고 후반부에 약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은 그 반대였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원시 부족은 미개한 사람들로 비춰졌고 장면 장면의 모습들은 마치 '도전 지구 탐험대'나 '내셔널 지오 그래픽'에서 본듯한 화면들 뿐이었다.

스팩타클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또한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잔인한 장면이 의외로 많은데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주인공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는 마지막 장면은 솔직히 의외이다.

바로 신대륙을 찾으러 온 듯한 탐험가의 방문장면이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마지막 끝까지 살아남은 홀캐인 부족 두 사람은 아무런 이유없이 이 탐험가들이 탄 배로 향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미개인들이 이들 배를 향해 간다는 소리는 호기심도 물론 작용하지만 순순히 항복(순종)하겠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멜 깁슨이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개인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미국 혹은 백인 우월주의 때문이다.

자신들의 나라가 최고이고, 자신들이 가장 잘났다는 것이 이들 영화의 특징이다.

'인디팬던스 데이'의 예를 들어도 사건의 발달은 외계인의 지구 침략이고 특히 미국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나온다.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하지만 결국 외계인 소탕은 미국 대통령이 하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반대로 미국의 우월주위를 비꼰 팀 버튼의 '화성 침공'을 볼 것 같으면 미국이라는 나라 뿐만아니라 국가의 원수라고 하는 대통령도 힘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렇게 다양한 시선의 영화가 나와야 하지만 헐리웃 영화들의 대부분은 미국 우월주위나 백인 우월주의의 작품이 많다.

 

멜 깁슨은 바로 이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지만 신념이나 이념을 강제로 심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PS. 딱 하나...

맘에 들었던 장면은 '표범 발'의 아내의 활약이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자식에게 헌신하고 출산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은 보기가 좋았다.

그래서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강하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