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바람 피기 좋은 날-짜릿한 불륜과 로드무비...

송씨네 2007. 2. 11. 20:39

 

지루한 일상...

여기 두 명의 여자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인터넷 체팅방에 있다.

대화명 '이슬'은 가끔 주부 합창단에 나가 일상을 보내는 것이 보통인 그냥 평범한 여자이고 대화명 '작은 새'는 형사 남편을 둔 역시 평범한 여자이다.

하지만 이 지루한 삶에 일탈을 꿈꾸는 그녀는 각각 체팅방에서 만난 남성들과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기로 한다.

작은 새는 증권맨인 대화명 '여우 두 마리'를, 이슬은 대화명과 직업과 똑같은 '대학생'이라는 사내를 사귀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러브 호텔에서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작은 새는 소심한 반면 여우 두 마리는 적극적이고, 반대로 이슬은 적극적인데 대학생은 또 소심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슬의 남편이 그녀의 불륜 현장을 포착하고 길을 나서면서 네 남녀의 관계는 꼬이고야 마는데...

 

 

 

이 영화는 199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가수 이지연의 히트곡인 '바람아 멈추어다오'로 시작해서 다시 이 노래로 끝을 맺는다. 영화 속에서의 두 명의 평범한 일상 속에 예전 히트곡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이 작품이 어떻게 이야기 될지를 미리 힌트를 주고 있었다.

사실 많은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매우 심각하고 영화의 끝도 대부분 우울하거나 암울하게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 뭔가 좀 이상하다.

 

데뷔작인 '행복한 장의사'로 장의사의 임무(숙명)을 이야기한 장문일 감독은 두 번째 작품 '바람 피기 좋은 날'을 통해 위험한 만남을 시작하는 두 여인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전작 '행복한 장의사' 만큼이나 판타지적이면서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여 자칫 애로물로 취급받기 쉬운 장르를 코믹한 '섹스 코미디'로 변화시켰다.

 

사실 불륜이라는 소재는 영화를 안봐도 아침 연속극에서 아줌마들이 늘 보던 소재이다.

그것을 굳이 영화로 만든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불륜 소재의 영화가 그렇듯 앞에도 이야기 했듯이 대부분이 우울한 결말을 맺는다. 물론 이 작품의 결말은 해피엔딩은 아니다. 하지만 우울한 기존의 불륜 영화들을 생각한다면 우울한 결말은 아니다.

 불륜을 아름답게 미화시키려는 마음은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존 작품의 우울함과 경직함에서 벗어나 마치 우리 실생활에서 있음직한 이야기를 만들어낼려고 한다.(물론 그게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작은 새'는 내숭 아닌 내숭으로 소심함을 술로 때우려고 하고 '여우 두 마리'는 콘돔도 사오고(비록 메이드인 차이나이지만...) 거기에 술 배달(?)도 자처한다. (도대체 몇 번을 술을 나르는 건지... 섹스 파트너인가? 룸 서비스인가?)

'이슬'은 그에 반해 도전적이다 못해 연하의 대학생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크기도 작다고 놀리고 기술도 없을 것이라고 놀린다. 

그러나 어쨌든 두 여인은 처음 뵙는 남정내들과 교감을 나누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여기 저기 나타나는 적들로 인해 두 여인은 어느 새 친구가 되고 협력 아닌 협력을 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메시지를 찾는다는 것은 힘들다.

그저 '멋진 인생을 이렇게 살면 어떻고 저렇게 살면 어떤가'를 이야기하면서도 '그러나 불륜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 작품이 이야기 하고 싶은 의도일지 모르겠다.

 인스턴트 사랑과 원조교제, 여기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이제는 너무 뻔한 사랑 방식이지만 이제는 그것을 바꾸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는게 우선인 것 같다.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 속에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작품은 섹스 코미디에서 로드 무비로 확장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남자들과 떨어지면서 두 여자는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지만 결국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그래도 내 남자라고 원래 남편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너무 쉽게 풀어지고 쉽게 끝맺음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새'의 경우 마지막에 자신이 결국 그를 차버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충분한 이별의 동기를 보여주지만 '이슬'은 대학생의 군입대로 성급히 끝맺음을 하려고 한다.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뭔가 기억에 남는 이별(추억)이라고 하기에는 그 마지막은 너무 심심하다.

 

 

김혜수는 시상식 의상 만큼이나 점점 영화에서 섹시한 이미지로 그 컨샙을 이어날 듯 하고...(물론 정윤철 감독의 신작 '좋지 아니한家'같은 작품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김혜수 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윤진서였다.

'올드보이'에서 신인으로써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그 이후 그녀는 순진하고 순수한 여인들의 역할만 주로 맡아왔다.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변화가 없는 배우로 느껴졌다.

이 영화에서 윤진서는 여전히 순진하다. 아니, 예전까지는 순수하고 순진했지만 지금부터 그녀는 순수한 '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바람난 유부녀이지만 가정을 지키려고 나름대로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오히려 그 모습조차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는 폭탄처럼 폭발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동안의 순수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예고편에서 윤진서가 기대가 되었는데 역시 내 기대를 지나치지 않았다.)

 

 

 

 

사랑을 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반대로 아름다운 이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 없듯이 불어오는 그녀들의 늦은 봄바람에 우리는 이런 그녀들을 이해해 줘야 할지는 의문이다.

아름다운 불륜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말이다.

 

 

PS. 이 작품은 두 가지 고정관념을 깨는 장면이 있다.

하나는 무조건 이 작품은 야할 것이라는 생각...

몸매로 애로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다른 영화들과는 분명 다르다.

두번째는 의외의 액션장면... 차량 폭발과 밥통 폭발...

액션영화에서만 그런 줄 알았지 의외의 코믹한 액션도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