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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파리-열 여덟가지 진수성찬으로 만나는 파리!

송씨네 2007. 2. 19. 12:50

 

영화 리뷰를 쓸 때 항상 줄거리부터 시작하는 내 리뷰 스타일이 있지만 옴니버스 영화는 그럴 수가 없다.

워낙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짧은 줄거리를 갖는 작품이다보니 옴니버스 영화들의 리뷰에는 줄거리를 쓰지 않는다.

 

더구나 얼마전 개봉된 옴니버스 작품인 '사랑해 파리'는 더욱 더 그렇다.

열 여덟 편의 작품에 20명의 감독, 그리고 주연이라고 말하기도 조연이라고도 하기 힘든 배우들이 30명 이상이 등장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급(?) 옴니버스 영화가 되겠다.

 

면적 2,723㎢, 인구 약 993만 명(2006년 현재)

프랑스 전체의 0.25%에 이르는 면적에 전인구의 약 6분의 1이 집중해 있는 ‘대파리’는 해마다 10만∼15만 명씩 인구가 불어나고 있다. 재정지출이나 상업거래량도 전국의 반 이상을 차지. ‘수도에의 집중현상’은 프랑스의 특징이며, 파리는 세계 제4위의 인구밀집 지역. 연평균기온은 10℃, 1월 평균기온 3℃, 7월 평균기온 19℃로 생활하기에 적당. 강우일수는 연평균 189일, 강수량은 600mm...

 

이 대도시 파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모든 테마는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보통 남녀 연인간의 사랑만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스무명의 감독들은 그 함정을 피해갔다.

자식과의 사랑, 낮선 사람들과의 사랑도 있고 엽기적인 사랑도 있다.

과연 우리에게 다가오는 열 여덟가지의 사랑이야기는 어떨까?

 

 

※밑의 부분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몇 개의 화면이 분할되면서 시작되는 첫번째 이야기(구역)은 몽마르뜨 언덕이다.

몽마르뜨 언덕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려는 작업남의 이야기인데 예쁜 여인들에게만 호감을 보이는 이 작업남은 극심한 주차난에 시달리는 몽마르뜨 언덕의 주차장에서 어렵사리 주차를 한다. 그러던 와중 자신의 차 옆에 쓰러져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하고 나름대로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그녀를 안전하게 차안으로 데려간다.

 

두 번째는 세느 강변... 역시 여자에 환장하는 세 명의 젊은 사내들이 등장하고 세느 강변을 지나가는 여자들을 이 세 남자는 유혹한다. 하지만 어설픈 작업맨트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듯... 그러던 와중 이슬람 소녀가 길을 걷다가 돌뿌리에 넘어지게 되고 세 남자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달려간다. 그런데 의외로 그녀의 첫인상에 반해버리고 그녀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슬람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에 옆의 두 친구는 그 친구를 비난한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 그들의 만남은 해피엔딩이 된다.

 

세 번째 마래 지구는 한 인쇄소에서 시작된다. 작품 인쇄를 의뢰하러 온 한 중년의 여성과 젊은 남자...

그런데 이 젊은 프랑스 남자는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미국인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것 저것 묻는데 미국 남자의 표정이나 말투가 영 시원치가 않다. 어렵사리 전화번호를 건내주고 자리를 떴지만 알고 보니 미국남자는 불어에 약한 남자였던 것. 당연히 불어를 모르는 이 남자는 엉겹결에 프로포즈를 받은 것!이런 대략 난감...


튈트리 역으로 가면 이번에는 한 미국인 관광객이 의자에 앉아 있다.

저 편에서는 격렬한 스퀸쉽을 하는 커플이 보이고 무심코 본 관광 가이드에는 '상대방을 쳐다보지 마라'라는 경고문이 있었던 것... 하지만 그것을 뒤늦게 본 이 미국인은 어처구니 없는 봉변을 당한다. 거기다. 거기다 기습 키스도 당하게 되는데... 그러나 어리둥절 한 상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섯번째 16구역에는 한 이민자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새벽에 일찍 일어난 그녀는 분주하게 전철을 수 십번 갈아탄 끝에 한 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우는 아이를 달래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자신이 키우는 아이에게 불러주던 자장가가 파리에 사는 아기에게도 통했다는 것... 말은 통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진리를 보여준 작품이다.

 

이제 차이나타운으로 넘어간다. 차이나타운에는 한 중년의 세일즈맨이 자신의 회사에서 팔고 있는 미용용품 판촉을 위해 말도 안통하는 차이나타운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첫만남부터 웬지 과격하다. 미용실 원장은 마치 '쿵푸허슬'의 돼지촌에서 살다온 사람처럼 괴력을 발휘하며서 희얀하게 그를 맞이한다.

그런데 어찌된 노릇인지 그 중년의 세일즈맨과 미용실 원장은 사랑을 나눈다. 알다가도 모를일!

 

바스티유 동네에는 이별을 준비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요리시간에 늘 똑같은 노래를 부르며 옷도 앙 선생님(?)처럼 같은 스타일과 칼라의 옷을 고집하는 비호감 아내에게 이혼하자고 이야기하려고 했던 자리... 그러나 상황 역전! 부인이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됨으로써 남편은 그동안 불륜도 청산하고 아내를 위해 열정을 다해 헌신적으로 보살핀다. 그리고 사랑을 다시 발견하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다. 그녀가 떠난 지금 그 중년 남자는 거리를 배회하면서 슬픈 하루를 보내는데...

 

여덟번째... 이제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빅토아르 광장의 한 중년 여인...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이 여인은 평소 아들이 이야기하던 카우보이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뛰어간 그녀는 카우보이 사내를 만나게 되고 잠시나마 아들과의 재회를 하게 된다.

 

파리의 최고 경치를 자랑하는 에펠 탑으로 넘어가면 한 광대 부부를 만날 수 있다.

홀로 외롭게 살던 광대 남자는 어느 날 사고로 인해 구치소로 끌려가게 된다. 거기서 자신과 똑같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광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소란스러운 퍼포먼스(?) 때문에 이들은 극적으로 풀려나게 되고 두 사람은 새 삶을 찾게 된다. 

 

열번째로 가볼 동네는 몽소 공원... 여긴 한 중년의 아버지와 젊은 딸의 만남이다.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은 철부지 딸과 아직 너무 부족하게 많은 초보 할아버지이자 그녀의 아버지가 나누는 대화가 그 내용이다.

 

앙팡 루즈 구역... 열한번째 동네이다. 한 미국인 여배우가 촬영차 파리로 오게되고 소란스러운 파티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마약을 파는 딜러... 마리화나인지 대마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물건을 거래하고 있다. 하지만 의뢰인과 전달인의 만남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

다시 그가 보고 싶어 또 물건을 주문하는 그녀에게 다른 딜러가 대신 나타나는데... 그녀와 그 남자의 소망은 동상이몽에 불과한 것일까?

 

한 낮의 축제 공원으로 가면 이번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게 된다. 한 구급요원이 그를 도와주는데 그 남자는 그 구급요원 여인에게 커피를 달라고 주문한다. 난대없는 커피 주문?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자리가 초면이 아니었다. 주차장 관리요원으로 일하던 그 사내는 어느날 그녀를 만났고 첫눈에 반해 그녀에게 차한잔을 요청했지만 너무나 바쁜 그녀는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혼자만의 짝사랑이 시작되었고 그 남자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데...

 

피갈 거리 동네로 가면 환락으로 가득한 동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저기 몸을 파는 섹스촌이 등장하고 그 곳에 있는 어느 건물에 한 남성이 들어선다. 그는 이 곳에 마담인 지금의 부인보다는 젊은 아가씨들에게 호감을 갖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식지 않은 애정으로 과감하게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마들렌느 구역은 더 어둡고 무섭기까지 한 동네이다. 한 훈남 미국 관광객이 홀로 거리를 거닐고 있고 그러던 와중에 한 뱀파이어가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혼비백산 도망치는 그 젊은 관광객은 그러나 그 뱀파이어에게 붙잡히고 말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그 뱀파이어는 그를 살려준다. 그러다가 피묻은 바닥을 거닐다 미끄러져 계단에서 추락하게 되고 위기의 상황을 맞게 된다. 하지만 다시 나타난 뱀파이어 그녀... 과연 그를 어떻게 하려고 그런 것일까?

 

폐르 라세르 공동묘지... 이제는 점점 더 무서운(?) 곳으로 가는 기분이다. 이 곳에도 신혼여행차 파리를 찾은 미국인 부부가 있다. 부인은 썰렁하다 못해 위트도 없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고 혼자 토라져서 길을 떠난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은 페르 라세르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는 오스카 와일드를 만나고 그에게 한 수 배우게 된다.

 

생 드니 외곽 동네... (아직 두 동네 더 남았다.) 한 시각장애자의 모습이 보이고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길을 걷고 있던 그는 무섭게 소리치는 여인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게된다. 그런데 그녀는 배우를 꿈꾸는 배우지망생이었던 것... 오디션 보러가는 지름길을 알려주면서 두 사람은 극도로 친해지게 되고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여러가지 장벽이 그들을 가로막으면서 위기에 닥치는데... 그러나 그들을 사랑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라탱 구역에는 한 레스토랑에서 노년의 두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오래전 이별을 하고 각자 새 삶을 살아가려고 준비중인 두 사람, 만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부터 입양문제까지 그들의 대화는 마치 오래전부터 행복하게 살았던 부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기에 그들은 너무 멀리 와 있는 것일까?

 

마지막 14구역... (오랫동안 파리의 동네들을 걸은 기분일 것이다.) 관광차 짧은 기간 파리를 방문한 한 중년의 우체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 여인은 파리의 곳곳을 걷게 되면서 파리 예찬론자가 되어버렸고 어느 덧 파리의 아름다움에 사랑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정말로 사랑해 파리이다...

 

 


 

이야기를 쓰다보니 결국 이 작품의 전체 줄거리를 결국은 말해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이 작품은 다양한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나름대로의 파리를 가고 싶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한 애피소드 당 5 분내외로 제작을 하도록 지침이 내려졌다.

따라서 스무 명의 감독들은 그 안에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

5 분이라는 시간은 작품을 만드는데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단점요소가 더 많다.

가령 '몽마르뜨 언덕'(브뤼노 포달리데 감독 작품)의 경우 두 남녀가 어떻게 되었는가는 궁금증을 남긴 상태에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고 반대로 '바스티유'(이자벨 코이셋 감독 작품)와 '빅토아르 광장'(스와 노부히로 감독) 에피소드는 작품의 여운을 남기기도 전에도 바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간다. 5분이라는 시간이 짧고도 길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앞의 세가지 에피소드는 너무 시간의 압박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간에 대한 분배가 아쉬운 에피소드였다.

 

또한 아기자기한 애피소드도 인상적인데 '세느 강변'의 에피소드의 경우 인종의 벽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역시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감독 작품다웠다. 또한 실벵 소베 감독의 '에펠 탑' 에피소드의 경우는 판토마임의 진수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깜찍하게 등장하는 장면장면이 이채로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5 분이라는 시간을 잘 활용한 감독은 '마들렌느 구역'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과 '생 드니 외곽'의 톰 티그베어 감독이다. '큐브'로 색다른 스릴러를 보여주었던 빈센조 나탈리는 뱀파이어라는 공포스러운 소재에 마지막 엉뚱한 반전을 보여주어 특이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아마도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된다. 완소남 '일라이저 우드'에 환호하는 여성들에게도 강추!) 또한 '롤라 런'에서 특유의 영상을 보여주었던 톰 티그베어가 보여준 '생 드니 외곽' 에피소드는 반복되는 화면을 지루하지 않게 편집하여 보여주었다. 물론 배우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도 한몫했다.

 

가장 황당한 에피소드는 '중경상림'의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의 '차이나타운' 에피소드였다. '소림축구'나 '쿵푸허슬'을 본 기분이 들었던 특이한 이 작품은 이 영화의 제목인 '사랑해, 파리'보다는 '사랑해, 중국(차이나)'라는 부제를 써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또한 코엔 형제의 '튈트리 역' 에피소드 역시 마찬가지... 영문도 모른체 당하는 스티브 부세미의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사실 돈은 없는데 다양한 감독들과 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보고 싶은적이 많았다.

옴니버스 영화는 그런 점에서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감독들과 배우가 출연하다보니 작품의 시간제한을 두게 되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따라서 '텐 미니츠' 시리즈(텐 미니츠-첼로, 텐 미니츠-트럼펫) 시리즈나 우리나라의 시선 시리즈(다섯개의 시선, 여섯개의 시선, 세번재 시선)와 같이 작품수와 감독수를 줄이는 대신 각자의 러닝타임에는 제한받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이 오히려 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배우나 감독들의 작품들이 보고 싶다면...

그런데 가진 돈이 달랑 7,000원이라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명절에 선물세트를 받은 기분 그 이상일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