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포도나무를 베어라-냉정한 시선으로 카톨릭을 바라보다.

송씨네 2007. 2. 27. 22:42

 

 

기차역...

한 여자가 누군가를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다.

또다른 한 편에서는 한 남자가 오고 있다.

하지만 망설여지는 남자는 결국 다시 되돌아간다.

수현은 신부가 되기 위해 공부중인 신학대생이다.

그에게는 죽마고우 같은 같은 신학대생인 강우가 있는데 강우에 대한 소문은 좋지만은 않다.

한편 수현은 강우를 몰래 따라나서다가 숲 속에서 강아지를 발견하고 홀로 키우기로 맘먹는다.

하지만 강아지는 수현의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숨을 거두고 강우는 신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수현은 어머니를 만나고 애인이었던 수아를 만나지만 수아는 이미 결혼을 앞둔 상태이고 자기 곁을 떠난 수현에게 화가 많이 난 상태이다.

심리적인 불안감 속에 수현은 방학때 학장신부의 권유로 수도원 피정('피정'은 기도와 명상을 통하여 신앙심을 복돋아주는 행위로 이 기간에는 모든 외부와의 접촉을 끊는 경우가 많다. 카톨릭 신자라면 한 번쯤은 했던 경험들 중 하나이다.)을 권유한다.

학장신부와 동기인 수도원 문신부는 이 넓은 수도원 부지를 성지로 바꾸겠다는 그 지역 교구측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중 그에게 찾아온 수현...

그리고 수아와 닮은 이웃 수녀원의 헬레나 수녀를 보게 되면서 그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헐리웃 블록버스터도 그렇고 흔히 말하는 거장감독들 조차 삼부작의 압박은 이루어 말할 수 없는 힘든 작품들임에는 틀림없다. 작품 시나리오도 그렇고 많은 고뇌를 갖게 되는 것이 삼부작이다.

시리즈의 성공으로 우려먹기라는 비난을 받는 것들도 대부분이 3개 이상의 시리즈물을 가진 작품들의 경우가 더 그렇다.

 

민병훈 감독의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그런면에서 감독 자신에게도 또다른 압박임은 분명하다.

일명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의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인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전작인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처럼 해외 로케가 아닌 국내에서 촬영된 작품이다.

 

화장실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고집을 피우던 노인이 샘물을 발견하는 내용의 '벌이 날다'와 오지 마을로 온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괜찮아, 울지마' 처럼 민병훈 감독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낮선 도시에 낮선 사람들,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였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 역시 배우들의 국적과 촬영장소가 다를 뿐이지 소시민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앞의 두 작품과 통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매우 심각한 작품이다.

카톨릭이라는 종교적 소재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과거 불교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많았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등의 작품도 있었고 '달마야 서울가자'(2004), '달마야 놀자'(2001) 시리즈처럼 재미와 더불어 메시지를 같이 전달시키려는 영화도 있었다.

개신교 쪽에서도 많은 소재의 작품들이 나왔으며 대부분이 암울하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카톨릭(천주교)를 소재로 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드라마 중에서는 '러브레터'(2003/MBC 미니시리즈)라는 작품이 있었고, 영화중에서는 그나마 좀 재미있게 이야기한 작품이 '신부수업'(2004)이었다.

카톨릭을 소재로 한 영화는 사실 뭔가 건드리기에는 위험한 소재로 생각을 해서 그랬을지는 몰라도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영화화 되지는 않았다.

 

앞에 이야기한 '신부수업'과 비교해보더라도 민병훈 감독의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신학대를 다니는 학생이 겪는 고뇌가 주된 소재이다. 신부가 될 것이냐, 아니면 일반인으로 남을 것이냐는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신부수업'과 같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제대로 된 결말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포도나무를 베어라' 만큼은 어느정도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음을 느끼게 된다.

 

 

내가 어쩌면 이 영화를 인상적으로 바라본 이유가 실제 카톨릭 신자라는 이유도 한 몫 하지만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속세(사회생활)를 떠나 불교계로 입문하는 것처럼 신부가 되기 위해서도 사회 생활과의 인연을 잠시 정리하고 신학교로 들어가 신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런면에서 불교와 카톨릭은 묘한 공통점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나는 이 작품이 나 자신과 싸우고, 외로움과 싸우며, 여러 장애물과 싸우는 신학대생들의 모습에 동정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그저 동정심으로만 바라봤더라면 그저 생각없이 본 영화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과연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라는 숙제를 주는 것이 이 영화의 포인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문신부나 아직 초보 수사('수사'란 수도원에서 수도 생활을 하는 남자 수도자를 말함)인 정수는 원칙적으로 볼 때 도리를 지키고 그에 따라야 하지만 문 신부는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성찬때 쓰이는 포도주를 벌컥벌컥 마셔대며, 사회생활을 그리워하는 정수는 외국인 노동자인 다니엘라를 만나면서 그 욕구를 풀어보려고 한다.

분명 이들은 잘못된 행위를 하고 있지만 그들도 종교인이기에 앞써 하나의 인간이기에 겪는 고통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는 용서를 해주고픈 마음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수현 역을 맡은 서장원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배우 서인석의 아들이다.

윤종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대학 졸업작품이었던 이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서장원은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역시 연기자 출신인 아버지(배우 김용건)와 활동하고 있는 하정우와 더불어 큰 기대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작품에서 수현 역을 맡은 서장원의 활약도 무엇보다 돋보이지만 문 신붕 역을 맡은 기주봉의 활약도 눈여겨 봐야 한다. 많은 연극에서 활약을 했고 영화에서도 감초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 아주 특이한 신부 역할을 맡았다. 물론 정상적인 신부이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여러 고뇌에 빠져 있는 어딘가 부족한듯 하면서 채워져 있는 신부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수아와 헬레나로 1인 2역을 한 이민정은 같은 듯 다른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콘택트렌즈를 각각 다른 색상을 사용했을정도의 치밀함도 보여준 배우이다. 장진 사단에서 활동을 했던지라 그녀의 연기력은 두 말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이외에도 드라마이건, 영화이건, 상업적이건 아니건간에 역시 많은 작품을 통해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정석용도 이 작품에 출연하여 또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삶이 힘들고 괴로울 때 뒤늦게 신을 찾는다.

물론 그게 나쁠 것은 없겠지만 우리가 이 정도로 신에 의존하는 것은 나약함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지고 나밖에 모르는 이기주의가 생기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우리는 이기주의자이자 외톨이가 되게 되는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묻는다.

묻기전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반성하고 남을 용서하고 이해하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연인과의 사랑, 가족과의 사랑만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그게 불교이건, 이슬람교이건, 원불교이건 개신교이건 그리고 천주교이건 간에 모든 종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기본 바탕이 아닐까?

 

지금은 서로 사랑하고 사랑을 배풀기에 좋은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