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좋지 아니한가-콩가루 가족의 탄생... 그 마지막 이야기.

송씨네 2007. 3. 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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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용선입니다.

심용선... 심씨 집안의 막내딸이지요.

제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분들...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지만 아무쪼록 감사드리면서 제 가족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선 저희 아버지는 영어교사에요.

그런데 그냥 들으면 좀 공부좀 하는 애들과는 달리 발음이 구리다고 해야할까요?

집에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스런 우리 아버지입니다.

어머니는 다혈질에 가장 저에게 무서운 존재입니다.

한번 걸리면 끝장이죠.

도서관에 간다고 핑계대고 나서 노래방에서 딱 걸린 저는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든데 덕분에 어머니는 다리에 인대만 늘어났습니다.

저의 오빠는 항상 틈만 나면 자신의 전생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상한 사이비 같은 점쟁이를 만나서 최면요법으로 자신의 전생을 듣곤 했는데 전생에 자기는 왕이였다는 군요. 웃겨 죽겠어요.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이라고 하기엔 좀 난감한 이모...

이모는 무협작가입니다. 하지만 책은 그렇게 안팔리나 봅니다.

진정한 '싸나이~'는 김용의 '영웅문'같은 거라던가요?

남친에게 버림받고 그냥 저희집에서 은둔 생활중입니다.

평범하다고요? 아뇨! 같이 살아보지 않아서 모릅니다.

우리집은 보통 집들이랑 틀리거든요.

 

 

 

정윤철 감독은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판타지를 찾으려는 감독이다.

'말아톤'의 초원이는 달리고 있었고 그 속에 얼룩말도 그와 함께 뛰고 있었다.

'세번째 시선'의 '잠수왕 무하마드'에서는 불법노동자로 쫓기는 외국인 노동자가 찾아간 목욕탕에서 또다른 판타지를 보여주었다.

그가 단편으로 알려진 작품 '기념사진'은 매우 매우 현실적이었다.

판타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 작품은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장편으로 데뷔하면서 그는 여전히 현질적이지만 그 속에 판타지를 잘 첨가한다.

'좋지 아니한가' 역시 매우 현실적이다.

심 씨네 가족도 분명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두명이 그렇다는 것이고 이들이 한 곳에 뭉쳐있다면 이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우리는 많은 영화들을 통해 비정상적인 가족들의 탄생과정을 많이 보아왔다.

안슬기 감독의 '다섯은 너무 많아'라던가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

하지만 나는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 빼고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첫번째 이유는 내가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이고, 그러나 두번째로 이 작품을 제외시키는 이유는 그나마 가장 비현실적인 이 이야기이고(가족 모두가 불륜을 저지르고 바람을 핀다는 설정...) 나머지 두 편은 그나마 가능성있는 특별한 가족 구성의 탄생과정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들 두 작품에 바로 '좋지 아니한가'를 포함시켜 '콩가루 가족의 탄생 3부작'이라고 이름짓고 싶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콩가루'라는 어감은 정말 좋지 않지만 나는 여기서 '콩가루'라는 의미를 '정말 특이한 가족'이란 의미인 '콩가루'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여서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다섯은 너무 많아'를 보자면 이들 가족중에 혈연으로 맺어진 식구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영화속 주인공인 시내는 홀로 사는 여인인데 이들에게 달라붙는 사람들은 시내만큼이나 소외 당하는 사람들이고 이들이 모여서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실제로 이들 중에서는 짝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된다. 말도 안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 과연 혈연으로 이루어진 사람들만이 진정한 가족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거기에는 정(精)이라는 특성도 가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은 '다섯은 너무 많아'와 공통점은 너무 많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각기 다른 이상한 두 가족이 뭉쳐서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든다는 점이다.

미라네 애피소드에서 동생 형철의 여자친구로 형철보다도 많고 미라보다도 나이가 많은 무신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난감하게 흘러가고 있었고 선경의 이야기에서는 홀로 떨어져 사는 어머니 매자와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세번째 애피소드에서 그들의 아들과 딸인 경석과 채현이 사랑을 하면서 또다른 가족을 형성하고 있는데 세번째도 정상은 아니지만 첫번째, 두번째의 불안한 가족의 모습들에 비하면 상당히 정상적인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가족들의 탄생의 주된 원인 역시 가족간의 정(精)이 그 이유였다.

 

'좋지 아니한가'는 그러고보면 참으로 정상적인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이라는 점에서 앞의 두 작품과 다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렇다면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성이 없었을 것이다.

무너지는 가장의 모습과 식모로 전략한... 그래서 새로운 꿈을 찾고 싶었던 어머니, 사랑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자신의 전생이 궁금했던 아들과 아직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는 철없는 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매우 불안한 가족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시 해결방안은... 이미 해결방안은 앞의 두 작품이 이야기했다.

바로 이 작품에서도 정(精)이라는 것이 큰 소재로 작용한 것이다. 유원지에서 개(덩치 큰 강아지들)때문에 상대편 의상실 여인네 가족과 대립하면서 싸우는 장면에서 가족들은 서로 힘을 모아 그들과 대판 싸우게 된다. 용선이 말미에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는 나레이션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집만큼 소중한, 가족만큼 소중한 대상은 없었음을 이야기하는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영화는 가족의 붕괴 만큼이나 시사적인 상황을 많이 포함시켰다.

얼떨결에 하은(아들 용태의 여자친구이기도 한)과 모텔에 들어온 아버지 창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원조교제에 관한 소재를 언급했으며 노래방 알바생 진성과 어머니 희경의 이상한 썸씽(?)을 통해 한국인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인 다단계(피라미드) 문제를 꼬집기도하였다.

어찌보면 참으로 심각한 소재이지만 붕괴하는 가족속에 등장하는 이들 소재는 아주 심각하지만 때로는 재미있게 소재가 버무려지게 된다. 이것이 정윤철 감독의 특기인지도 모르겠다.

 

 

 

김혜수와 천호진은 망가질 때까지 망가졌고 황보라는 CF 스타에서 연기자로 거듭난 모습을 보였고 유아인이라는 신인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몰랐던 문희경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었다.(문희경은 '맘마미아'와 유린타운'을 통해 알려진 베테랑 뮤지컬 배우이다.)

 

그리고 조연도 만만치 않았다. 정유미와 이기우는 영화에 조연으로 등장했지만 심 씨 가족의 일상을 비틀어주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던 인물로 등장해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또한 개그맨 임혁필은 개그 프로 컴백과 동시에 정극연기에 도전장을 걸었다(물론 전에 영화를 세 편이나 더 찍었지만...). 과연 임하룡처럼 영화와 개그 모두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연기자가 될지도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처럼 정말 미스테리한 출연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박해일였다. 느끼하게 다가온 그의 모습은 의외였다.

미스테리 사내 경호로 등장한 그는 전에 보아왔던 많은 영화에서의 젠틀한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좀 깨는 이미지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심 씨 가족의 화합이 되는 주된 요소는 방금전에 이야기했던 유원지(저수지)에서의 패싸움(?) 장면이었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경호의 영화 속에 등장하고 저수지 싸움에서 등장했던 노래였다.

그 노래는 스페인 출신의 남성 듀엣 로스 델 리오(Los del rio)의 '마카레나'(Macarena/1996)라는 곡이다. 그 시절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당시 '마카레나'는 전세계적으로 큰 선풍적인 인기를 거두었던 음악이었으면서 댄스였다.

 

원시인들이 마카레나에 맞추어 춤을 추는 장면이나 사람들이 집단으로 싸우는 장면은 어쩌면 아이러니한 우리들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단지 개(犬)들이 서로 좋아서 사랑을 나누는 것인데 그런 것인데 사람들은 영화속의 대사처럼 자연의 순리를 무시하는(?) 상황에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싸웠다는 소리인데 그 싸움이라는 것이 사실 생각해보면 무의미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원시인이나 무의미한 일에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나 다를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장면은 밥통 폭발장면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혜수가 얼마전 출연한 작품인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도 밥통 폭발장면이 있었다는 것이다.(물론 윤진서 부분이었고 정확히 말하면 압력밥솥이지만...)

또한 오래된 밥통 대신에 그 자리에 들어오는 물건을 주목하길 바란다.

그 장면 역시 의외의 폭소를 유발시키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외국영화에서도 최근 이상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로얄 테넌 바움'(2001)이라던가 최근 개봉해서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미스 리틀 션사인'의 경우도 비교적 정상적이지 않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조차도 해결 방안을 바로 정(情)에서 찾고 있다.

왜냐하면 '정'은 절대 한국인들만의 고유의 특색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디 랭귀지가 서로 통하듯 바로 '정' 역시 어느 나라를 통해서든지 간에 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정이 있어 아름답다!

 

 

PS. 이 작품은 웬지 '녹차의 맛'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한바탕 사건을 치루고 나서 아무일 없다는 듯이 녹차를 마시는 사람들이나 노래방 청년에게 얼떨결에 끌려가 결국 요상한 커피메이트만 사서 가족들과 나눠마시는 그 황당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