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마미야 형제-외로움으로 방바닥을 긁는 그대들에게...

송씨네 2007. 3. 11. 23:55

 

여기 작은 주택에 두 형제가 살고 있습니다.

형 아키노부 마미야는 물에 색타는 것을 좋아해 결국 맥주 회사의 연구 개발원이 되었습니다.

동생 테츠노부 마미아는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급사가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학교 수위이죠.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것 같지만 그들은 야구를 좋아하고 밤마다 반성회라는 이름으로 수다를 떠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직 싱글이라는 거도 똑같은 점이고요.

형은 동네 비디오 가게의 나오미를, 동생은 같이 일하는 초등학교 교사인 쿠츠히라를 초대하기로 합니다.

카레 파티를 열기로 결정을 하지요. 하지만 이들은 소심쟁이들입니다.

두 여자는 뭘 좋아하며, 무슨 돌발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면서 걱정이 태산입니다.

하지만 카레 파티는 의외로 대성공입니다.

이 여세를 몰아서 이들은 제 2탄인 유카타(일본의 전통 의상. 목욕후 주로 입기도 함, 기모노와 틀림) 파티를 감행합니다.

나오미의 여동생과 그 여동생의 남친까지 초대되어 파티의 규모는 더욱 커졌고 그들의 부르마불 게임(모노폴리)의 판도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이번에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형은 나오미에게 용기를 내어 접근을 하고... 동생은 쿠츠히라에게 고백을 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형의 직장 동료의 부인에게 프로포즈를 합니다.

그들은 오늘도 신칸센 열차를 바라봅니다.

외롭지만 그들은 불행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형제가 있으니깐요.

 

 

 

에쿠니 카오리는 여성 소설가로 일본은 물론이요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인기작가이다.

나는 그녀의 소설을 한번도 읽지 않았으며 그나마 '냉정과 열정사이'를 영화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마미야 형제'는  에쿠니 카오리의 소설들 중에서 그나마 위트있고 재미있는 소설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소심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론을 말하자면 남성들도 여성 만큼이나 알게 모르게 소심하고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두 형제는 밤마다 반성회(반상회 아님...)를 하면서 하루의 일을 수다로 풀며(카레 파티나 유카타 파티 때의 반성회의 수다량은 더욱 더 길어졌다.) 지루한 시간을 프로야구 TV 중계로 때우거나 비디오 가게에서 DVD를 수십편 빌려서 논스톱으로 즐기고 있다. 거기에 양동이 만한 팝콘이 이들 형제 앞에 놓였으니 가관이다.

 

두 형제가 반성회를 하면서 수다를 떠는 장면에서 남자들만의 심리를 표현했다면 반대로 여성들의 심리를 볼 수 있는 장면이 마미야 형제들이 사는 집 베란다에서 쿠츠히라와 나오미가 나누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이미 이들은 나름대로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며 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이들에게 마미야 형제들의 구애 아닌 구애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나는 두 형제는 어쩌면 일종의 글루미 족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외로움을 잘 타며 혼자서도 잘노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보통 글루미 족이 혼자 움직이는데 비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형제가 같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외로움은 쉽게 치료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이들이 바라보는 신칸센 열차의 모습은 더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절망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는다.

늘 살던대로 그냥 같이 행복하게 살면 되니깐 말이다.

 

지루한 이들 마미야 형제의 일상은 솔직히 고백하면 내가 하루를 보내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혼자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혼잣말로 바보같이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보면서 나도 형제(형 혹은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되었다.

그나마 혼자 떠드는 것보다는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덜 지루하고 덜 불행하지 않던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요상하게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은 별로 없다.

그나마 우리에게 '박치기!'로 알려진 사와지리 에리카가 우리에게 알려진 배우이다.

하지만 자세히 배우의 모습을 뜯어보자면..,

아키노부 역을 맡은 사사키 쿠라노스케의 경우 '전차남'(영화), '무지개 여신'으로 알려진 배우이며 테츠노부 역을 맡은 츠카지 무가의 경우 반대로 드라마판 '전차남'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요리코 역을 맡은 토키와 타카코는 '성월동화'로, 나오미의 동생 유미 역을 맡은 키타가와 케이코는 TV 실사판 '세일러문'에서 열연했다.

 

 

독신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 글을 쓰는 나로써는 여성들의 입장은 잘 모르지만 여성들이 독신으로 사는 것 보다는 남성들이 독신으로 산다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를일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홀로 사는 우리들의 모습...

그리고 사랑이란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들...

이 영화를 보고 같이 위안을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작품은 마미야 형제들 처럼 홀로 궁상을 떨고(?) 외롭게 사는 이 시대의 독신남들에게 바치는 작품일지도...

 

오늘 따라 이상하게 동생 테츠노부가 마셔대던 커피우유가 땡긴다.

이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