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왕년의 인기가수... 다시 떠오르다!

송씨네 2007. 3. 13. 01:00

 

한 가수가 있다.

왕년에 잘나가는 가수였던 알렉스는 인기그릅 '팝(POP!)'의 맴버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동창회나 놀이공원의 행사 전문 가수가 되어버렸다.

재기를 꿈꾸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다.

'팝' 시절 같이 동거동락한 맴버이자 지금은 그의 매니저가 된 크리스가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인 코라와의 듀엣을 제한하게 된다.

물론 코라가 어렸을 때 '팝'의 왕팬이었기에 가능한 일...

그러나 조건은 알렉스가 직접 곡을 작사 작곡하여서 코라와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작곡에는 자신있지만 작사에는 자신없는 그에게 구세주 같은 여인이 나타났으니 그 여인의 이름은 소피...

하지만 소피도 쉽게 그의 제의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가슴아픈 과거까지 있으니 보는 사람도 안타깝다.

과연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코라의 신곡을 완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알렉스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촌티나는 패션과 촌티나는 춤으로 무장한 사내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Pop! Goes My Heart'라는 곡을 부르고 있는 이 사내들...

그렇다. 그들은 80년에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그릅 'POP!'(팝!)이란 팀이다.

한때는 잘 나가던 맴버들도 시대가 바뀌면서 퇴물로 전략해 버렸다.

알렉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촌스러운 뮤직비디오와 그 속에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1980년대로 넘어간 기분이다.

당시 '듀란듀란'(Duran Duran)이나 '아하'(a-ha!) 같은 팀들이 전성기를 누렸을 것이고 당시 팝음악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을 시기이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분명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독특하다.

'포스 오브 네이처', '미스 에이전트' 시리즈로 로맨틱 코미디라면 일각연을 보였던 마크 로렌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또다른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영화는 80년대를 추억하는 사람들과 그 속에 재기를 꿈꾸는 한 사람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화의 대부분을 노래로 가득 채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는 아니지만 로맨틱한 상황과 노래가 어울려져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다.

 

어라...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가 문득 떠올랐다.

'라디오 스타'의 최곤과 이 영화의 알렉스는 공통점이 되었다.

왕년의 인기가수였고, 똑같이 재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까지 공통점인데 여기서 다른 점은 그 전환점을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최곤은 라디오 방송으로 재기를 하고 알렉스는 딸 자식 같은 후배가수와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확실한 재기가 보장된 상태이다.

하지만 알렉스는 코라의 노래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소피를 통해 노래를 만들고 자신감을 얻고 그리고 두 사람을 사랑을 나눈다.

'라디오 스타'가 메니저와 가수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한다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작사가와 작곡가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처음에는 노래를 만드는 일을 할 동지였지만 그 후에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

 

처음에는 소피가 작사를 거부하지만 그 이유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

자신의 사생활이 소설화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더 이상 어떤 창작 활동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감싸안고 의견 충돌을 하면서 그들은 결국 코라의 노래를 완성한다.

 

 

 

드류 베리모어가 연기한 소피는 마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 선생을 연상시킨다.

자주 부딪치고 넘어지며, 실수투성이며 수다도 많다.

하지만 그 점이 귀엽고 사랑스러웠기에 알렉스에게 호감을 얻었던게 아닐까 싶다.

드류 베리모어는 어떻게 보면 인간승의 대표적인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아역으로 출발했으나 일찍 뜬 덕분에 반대로 많은 불안감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마약과 알콜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의 명배우가 된 것은 어린시절 아역 연기에서의 밑바탕을 꾸준히 쌓아올린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영화속에서 휴 그랜트가 연기한 알렉스 만큼이나 재기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 그랜트는 적지 않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고난위도 엉덩이 춤을 관객들에게 선사하였다.

더구나 드류 베리모어나 코리 역의 헤일리 베넷 보다도 많은 노래를 불러야 하고 소화하여야 하는 부담감을 얻었었는데 80년대 왕년의 인기가수 역을 잘 소화해냈다고 생각된다.

앞에도 이야기했던 'POP!' 뮤직비디오에서 그 진가를 보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인물은 앞에 이야기한 코리 역의 헤일리 베넷이다.

오디션을 통해 이 영화의 배역을 따낸 헤일리 베넷은 실제로도 음반 취입을 준비하는 젊은이이다.

그녀가 연기한 코리는 매우 독특한 뮤지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경을 외우는 듯한 랩이나 가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이 곡은 마치 그녀를 위해 준비한 곡처럼 들리기도 했다. (특히 'Buddha's Delight'라는 곡을 주위깊게 들어볼 것! 불교 문화와 힙팝이 절묘하게 믹스된 경우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나를 모델로 삼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헤일리 베넷의 모습은 우리나라 가수 보아에 더 가깝다.

가창력과 관능미를 두루 갖춘 요즘으로 치면 '정말 물건 다운 물건'이 나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헤일리 베넷의 활동도 기대를 해본다.

 

 

 

 

7080(칠공, 팔공)문화가 최근들어 발전하고 있다.

이는 과거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증거이자 이들 가수들 역시 노래를 부르고 싶고 관객과 함께하고 싶어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그저 추억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에 이야기한 '라디오 스타'나 이 작품이 보여주는 과거에 대한 향수 뿐만 아니라 재기를 위한 가수들의 노력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영화의 코리와 알렉스처럼 보아와 같은 젊은 가수와 7080 시대를 이끌었던 가수가 조인트 콘서트를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갖아본다.

그거 괜찮지 않은 방법 아닌가?

 

 

23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