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엘 토포(1971)-컬트 영화보다도 우리인생의 축소판 같은 영화!

송씨네 2007. 3. 21. 00:04

 

총잡이인 엘 토포...

그는 아들과 함께 여행중이다.

벌거벗은 모습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하지만 여행은 계속된다.

그 와중 4명의 패거리에게 마을이 습격당하고 마을 주민들은 영문도 모르게 죽어나간다.

엘 토포는 정의의 이름으로 이들을 처단하고 이들 패거리 만큼이나 마을에서 크게 군림하면서 주민들을 못살게 굴던 대령(말이 대령이지 거의 건달이나 다름없는...) 역시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게 이른다.

장군의 시중을 들던 이름모를 여인을 만나고 아들을 그 마을에 두고가는 대신 그 여인과 함께 다시 길을 떠난다.

그 여인은 마라는 엘 포토에게 4명의 현자를 처단해야 신(최고)이 될 수 있다고 그를 유혹한다.

어떠한 총알에도 부상을 입지 않는 사내,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볏짚 같은 것들로 피라미드 조형물을 만드는 사내, 그리고 한가롭게 토끼를 기르는 사내도 만났고 마지막으로 총과 그물망을 바꾸어 살아가는 노파까지...

엘 토포는 이 들을 속임수로 이기게 되지만 그들과의 대결이 아무런 변화도 없으며 삶의 방식에 대한 고뇌를 하게 만든다. 그 순간 현자와의 싸움을 같이 거들던 여자 총잡이와 마라가 그를 무참히 공격하고 버리고 도망간다.

깨어난 순간 엘 토포는 한 동굴에 있고 그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사람들은 그를 컬트 감독이라고 이야기하며 그의 영화도 컬트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환도와 리스'(1967)가 개봉되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못했고 그에게 돌팔매질을 하기에 이른다.

역시 만만치 않은 포스(?)를 지닌 '엘 토포'가 개봉되고 심야상영으로 개봉된 이 작품은 대박을 터트리고 만다.

비틀즈의 맴버 존 레논과 그의 부인인 오노 요코가 지원을 해주면서 '홀리 마운틴'(1975)의 제작도 수월해지게 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컬트 영화다.

하지만 결코 이 영화는 컬트 영화가 아니었다.

1971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마치 시대를 초월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마치 이 영화는 지금의 21세기 상황에 대입을 해도 절대 허술하지 않는 그런 작품이다.

 

1. 동성애와 성별의 뒤바뀜

엘 토포와 마라의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 총잡이 여인이 끼여들면서 이들의 사랑은 위태롭게 된다.

현자들과 싸우러 엘 토포가 나선 사이 마라와 총잡이 여인간의 사랑은 동성애적 사랑에 가깝다.

여자와 여자가 키스를 나누고 성적인 행위도 꺼리낌없이 한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아니 80년대가 되어도 절대 상영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이 파격적인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이 알 수 없는 사랑은 결국 엘 토포를 버리고 가는 동기를 마련하게 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총잡이 여인과 뒤에 등장하는 마을의 귀족 여성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총잡이 여인은 분명 여자인데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이다.

그리고 귀족 여성중 한 명의 목소리 역시 모습은 분명 여자인데 남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여자가 총을 잡는다는 설정부터가 어떻게 보면 여성의 신분 상승을 암시라도 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여성이 남성의 행동들을 대신하면서 직접여성(커리어우먼)의 등장을 예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 신분 상승의 차이

뒤에 등장하는 서부의 번화가 마을과 앞에 잠시 이야기했던 동굴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사는 마을의 모습은 가진자와 갖지 못한자의 신분상승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빈부의 격차로 인해 갈등은 심해지고 동굴 마을 사람들이 길이 뚫려 서부 번화가 마을로 나서지만 결국 이들의 총알 세례를 면치 못하고 서서히 쓰려져 간다.

가지지 못한 자들은 가진 자들에게 핍박을 받는다.

 

주목할 점은 엘 토포가 선택한 여자이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을 도울 생각으로 동굴 마을 사람들의 주민들 중에서 키가 작은 난쟁이 여인과 함께 돈을 벌러 나서지만 점차 이것이 사랑으로 변화하게 된다.

물론 엘 토포의 신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키가 작은 난쟁이와 평범한 인간의 사랑을 통해 간접적으로 신분의 차이를 뛰어 넘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도 어느 정도 포함되었다고 보여진다.

 

 

 

3. 종교 뒤틀기, 그리고 도(道)를 깨닫다.

엘 토포는 아들을 버리고 마라를 택한다.

아들은 교회의 수도자들 손에 키워지며 역시 성직자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서부 마을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총알 룰렛 사건으로 교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겪게된다.

권총 룰렛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총알 하나를 권총에 집어넣고 무규칙적으로 돌린 후 멈춘 곳에서부터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것을 종교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룰렛에 성공한 사람은 마치 신을 믿음으로써 화를 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룰렛에 실패하면서 운으로써 믿음을 얻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임을 보여준다.

 

반대로 이 작품은 불교적 사상에 초점을 맞춘다.

엘 토포가 개과천선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지만 장애를 가진 마을 주민들이 서부 마을 주민들에게 학살당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그리고 자신은 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깨달음을 얻고 자살 아닌 자살을 하게 된다.

물론 자살이라는 방식이라는 점이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도를 깨달으면서 참회와 반성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불랙 코미디이지만 한 편으로는 웃을 수 없는 우리들의 또하나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만한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가족이 함께하는 영화를 만든다. 자신이 주연감독, 음악, 효과는 물론이요, 그의 아들들이 총동원되어 영화에 참여한다.

이란의 영화감독 가족 집안인 마흐말바프 家 처럼 가족들이 총동원 되어 감독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도로프스키 처럼 온집안 식구들이 배우가 되는 일도 흔치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현재 이 영화는 '홀리 마운틴'과 같이 묶어서 상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범상치 않은 영화임에 틀림 없다.

그의 영화들은 저작권 문제가 끝나는대로 곧 DVD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