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우리학교-이데올로기로 보지말고 따뜻한 감성으로 보세요!

송씨네 2007. 4. 3. 00:58

 

 

 

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 우리는 학교로 가요

통학길이 멀다고 어머니는 걱정하지만

괜찮아요 괜찮아요 우리는 조선사람

우리의 학교가 기다립니다 기다립니다

 

-'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 中에서...-

 

 

 

일본 혹가이도에 가면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라는 곳이 있다.

이 추운 지방에 있는 이 학교에는 13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총련 소속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꾸려나가는 학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 학교를 '조선학교' 혹은 '우리학교'라고 부른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는 다큐다.

더구나 다루기 힘든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니엘 고든 감독이 북으로 가서 찍은 '어떤 나라'(2004)와 '천리마 축구단'(2002)도 있고 최양일 감독이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피와 뼈'(2004)도 있다. 그리고 조금은 유쾌하게 그린 유키시다 이사오 감독의 '고'(go/2001)도 있으며 얼마전에는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2006)도 만날 수 있었다.

 

몇 년전 같으면 북한의 이야기, 혹은 조총련계 이야기가 상영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쏟아지는 마당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와 극영화가 개봉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학교'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중간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교원(선생님)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오는데 말투도 그렇고 그들의 행동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물론 이들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이기에 대부분이 일본어와 우리말을 반반씩 섞는다. 따라서 이 다큐에 자막이 없으면 절대 이해가 힘든 장면도 있다.)

마치 우리와 같이 얼마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같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작품에서는 '위대한 수령...' 타령도 하지 않았다. 의외였다.)

 

여학생들 중 누구는 원빈을 좋아하며 탁구 게임을 하면서 '오, 필승 코리아!'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운동회가 끝나면 가벼운 콜라 파티로 목을 축이고 아이들은 콜라에, 물에 범벅이 된다.

남한 이야기같지만 바로 '우리 학교'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그들이 전혀 낮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나마 그들이 북한에서와 달리 일본의 재일동포로 활동하기에 느낄 수 있는 행복과 여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들도 조국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은 남한(남조선)이지만 조국은 북한(북조선)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슨 소리이냐고 하겠지만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북한은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들 조총련계 학교에 일정액의 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 남한의 경우는 우리 민족임에는 부정하지 않으나 그들이 생활하는 곳이 일본이기에 그것에 대한 결정도 일본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수학여행을 남한으로 가고 싶어도 까다로운 절차와 현실의 벽에 부딪쳐서 남한으로의 수학여행도 포기하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일본인도 아닌 남한 사람도 아닌, 북한 사람도 아닌 혼란스러운 정체성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통일이 되어 인공기가 아닌 한반도 깃발로 운동회를 치루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슬프게 하는 벽은 또 있다.

일부 일본의 우익집단들이 이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공격당하는 것은 북한의 핵문제와 더불어 일본인 납치사건으로 인해 일본인과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갈등이 깊어진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것이 아닌 북한의 고위층들과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일으킨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하고 북에서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돌아왔음에도 자신들의 치마저고리를 벗고 다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쓸쓸히, 그리고 몰래 그 선착장을 빠져나가야 한다.

 

이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과 문제를 일으키는 세력을 비판해야 하지, 이들 동포들을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단지 그들을 미워하는 이유가 인공기(북한을 상징하는 국기)와 김정일 모습이 담겨진 뱃지를 달고 있어서?

 

앞에 소개한 '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라는 동요는 다큐 속에 운동회 장면에서 나왔던 곡이다.

이 노래는 흥겨운 분위기의 노래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힘든 그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가사이기도 하다.

그들도 평범하게 같은 일본인들과 살고 싶지만 그렇기에는 그들의 우리말을 잃게 됨과 동시에 '조국'을 잃는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여기서 '조국'은 북조선일 수도 있지만 우리 남한을 포함한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책임감을 갖고 우리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부모들도 고통이 따르더라도 조국의 모습을 일깨워주기 위해 정식학교도 아닌 이런 '우리학교'로 힘들게 학교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철처히 이들에게 차별을 한다. 조총련계 학교는 점차 줄고 있는 추세이며 더구나 이들학교는 정식학교가 아니여서 일본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심지어는 스포츠 대회에 있어서도 불리한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일부 일본의 지식인층들과 의식있는  일본 교사들에 의해 이들 '우리학교'는 점차 인정받는 분위기이지만 아직도 그들을 숙제가 많이 남겨져 있다.

 

 

 

김명준 감독은 말미에 위와 같이 편견과 차별, 이데올로기 때문에 상처받는 이들의 모습을 비춘다.

이 영화를 보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빨갱이 선동영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꼭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절대 좌파(좌익), 우파(우익)도 없으며 진보와 보수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흔히 말하는 보수와 진보 모두 싫다. 어차피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치고박고 싸우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절대 편을 갈라놓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들이 미쳤다고 우리말을 이들에게 가르치는지 궁금하다면 이 역시 이 영화를 봐달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거기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평화는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그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PS.  이 영화는 암으로 세상을 뜬 이 학교 리호미 선생님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리호미 선생은 조총련계 재일동포 2세라고 할 수 있는 분이다. 이들 조총련계 학교는 대부분 이런 1, 2세대들이 이루어낸 것이다. 앞에도 이야기했듯 우익 집단의 반발은 과거에는 더 심했다고 이야기한다.

더구나 리호미 선생은 세상을 뜨기 얼마전까지 남한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자격시험에도 합격했다고 전해진다.

불과 몇 일전에 딴 자격증이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