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향수_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원작으로 되살아난 스릴러... 하지만...

송씨네 2007. 4. 3. 23:44

 

 

18세기 프랑스...

빈민가의 한 허름한 생선 가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하지만 비릿내나는 이 곳에서 이 아이는 생선더미와 같이 매장된다.

그러나 주민들의 신고로 아기를 버린 산모가 처형당하면서 아이의 운명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고아원으로, 그리고 가죽공장으로...

어린 소년 장 바티스트는 점차 청년이 된다.

그러나 그의 외모는 바뀌었어도 어렸을 때 남들과 다른 후각은 여전히 그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사건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는 어렵사리 주세페 발디니가 운영하는 향수 상점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게 된다.

그리고나서 그는 새로운 향기에 대한 갈망으로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그라스라는 작은 도시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머리카락은 모두 삭발된 상태로 나체로 죽어있는 젊은 여인이 연이어 발견된다.

누구도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그 향기...

과연 장 바티스트와 살인사건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요즘 들어 나는 영화들 중에서도 원작이 소설인 작품들의 영화를 보게 된다.

'마미야 형제', '페인티드 베일'(인생의 베일), '300'(만화가 원작)...

그리고 지금 이야기할 '향수'가 되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 원작인 작품 '향수'가 이제야 영화화가 되었다.

덕분에 과거 이 책을 출간한 국내 출판사는 이 양장본으로 새롭게 소설을 재출간하는 모습도 보여주게 되었다.

 

영화는 악마라고 불리워지는 한 사나이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소설(영화)속의 주인공인 장 바티스트이다.

그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 중 그를 버리고 학대한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죽음을 당했으며 그는 점차 살인마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살인자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성폭행을 하거나 칼로 토막을 내는 그런 살인자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여인들의 몸속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을 체취하여 향수를 만들겠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뽑아내고 둔기로 그녀들을 때려 눕혀 날카로운 도구로 기름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이런 병도 하나의 집착으로 생각되는데 이 집착이 광기로 가득차게 되어 사람을 해치고 자신의 일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결과까지 낳게 된다.

 

이런 죄책감이 없는 사람의 모습은 최강희가 주연했던 '달콤, 살벌한 연인'을 연상시키는데 남자들을 살해하고도 꿋꿋히 해외로 도피하는 장면에서처럼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 없이 그냥 평소에 살던대로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그래서 그랬는지 미성년자 관람불가였다.

(내가 왜 '관람불가' 이야기를 하는지는 후반에 설명하겠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두 시간을 가뿐히 넘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길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살해 장면을 제외하고는 크게 이 장면에서는 눈에 띄는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로맨스도 없는 이 영화를 굳이 러닝타임을 길게 잡아 놓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상적인 것은 매우 감각적이고 충격적인 영상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죽은 쥐를 장 바티스트가 바라보자 점차 죽은 쥐의 몸속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거기에는 바글바글 거리는 구더기까지 보여줌으로써 아주 상당히 충격적이면서 불결한 영상을 보여준다. 물론 앞전의 장 바티스트가 생선더미에서 태어나는 장면역시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후 이 감각적이면서 엽기적인 영상은 그렇게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

장 바티스트가 사형을 앞두고 살해한 여성들의 체취를 모아만든 향수를 뿌려대면서 나오는 주민들의 행동이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생각되어진다.

 

 

 

사람의 재미난 점 중의 하나가 향수를 아무리 뿌려대더라도 그 향기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의도하지 않은 악취는 이상하게 오래간다는 것이다.

향기가 오래가길 바라지만 그 향기는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 사는데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향기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악취같은 우리의 모습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다녔지만 불로초를 결국 찾지 못했듯이, 동화 '파랑새'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바로 행복의 파랑새는 가까이 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근본적인 삶의 희망과 행복은 바로 가까이에 있다.

 

불운했던 장 바티스트에게는 그 희망과 행복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물질적인 향기를 향해가기 보다는 향기롭게 사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PS. 다음 이야기는 영화 내용 밖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나처럼 원작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상당히 기분 나쁜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다. 상당히 의외로 잔인하며 이해할 수 없는 싸이코적인 행동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이 작품은 앞에 '달콤, 살벌한 연인'(이하 '달콤...')처럼 잔인하게 살해했으나 아무 죄책감이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달콤...'은 청소년 관람불가이지만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더구나 나체 장면이 의외로 많은 이 영화가 왜 15세 관람가로 그려진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섹스를 하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15세 관람가로 표현했다면 그것도 의문이다.

'달콤...'은 사실 살해 장면도 그렇게 심하지 않음에도 죄책감 없는 주인공의 모습은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그릴 수 있다는 위험때문에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죄책감이 없는 주인공의 모습은 물론이요, 여성의 가슴이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 많다. 최근 영진위의 등급평가의 기준이 무엇인지 이번에도 묻게 된다.

가이드 라인이 있음에도 이 영화에는 이런 규칙을, 저런 영화에는 또다른 규칙을 내세운다는 단점이 있다.

 

이 것은 얼마전 개봉했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의 경우 남성의 성기가 등장하는 흔치 않은 영화로 기록되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상영금지에 해당되는 '제한 상영가'가 아닌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등급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후 성기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거나 삭제되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몽상가들'은 남성의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었던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리뷰도 중요하지만 나는 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최근 등급문제에 있어서 영등위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청소년들에게도 가슴을 드러낸 영화를 보여준다는 것은 마치 '저희가 대신 이 친구들에게 성교육을 시켜드리겠습니다.'같은 논리로 밖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등위의 분별력 있는 등급판단을 다시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