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플루토에서 아침을-만약 '헤드웍'에 뮤지컬이 없었다면?

송씨네 2007. 4. 8. 11:51

 

제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제 이름은 패트릭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키튼이라고 불리어지길 원합니다.

남자이지만 그렇게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성당에 버려졌습니다.

성격이 괴팍한 아줌마와 그녀의 딸...

엄마라고, 누나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친가족은 아닙니다.

저는 치마가 좋고 립스틱이 좋아요, 자연스러운 파마도 좋아하고요.

사람들은 저를 호모라고 놀립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난 납니다. 그래서 저는 먼 길을 떠났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느껴보고 싶었고 영국 어딘가에 나의 친엄마가 거기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런던이라는 이 도시... 너무 무섭고 험하더군요.

엄마를 삼켜버린 도시... 저는 거기서 유령숙녀를 찾으러갑니다.

나는 내 친엄마와 아빠가 누군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여기 왔습니다만 과연 정말 보고 싶은 엄마는 어디 있는 걸까요?

 

 

 

 

킬러의 커밍아웃(?)을 이야기한 '크라잉 게임'(1992), 뱀파이어가 살아서 인터뷰를 한다면이라는 설정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한 어린 악동의 생존방식을 이야기한 '푸줏간 소년'(1997)까지...

독특한 자신만의 세상을 이야기한 닐 조던 감독...

그가 들고온 새로운 작품은 영화 성격으로 따지자면 퀴어이며, 코미디이자, 판타지이고, 드라마이다.

 

패트릭이라는 범상치 않은 소년의 이야기인 이 작품은 아일랜드에서 시작해서 아일랜드로 끝나는 영화이지만 중간에 패트릭의 여정에는 런던이라는 도시가 끼어있다.

거기에 아일랜드의 어두운 정치사 속에 살고 있는 패트릭의 모습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심각한 것은 당연히 싫어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괴롭고 피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에 그도 심각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밴드 뮤지션인 남자친구가 몰래 밀매하여 보관하는 총들도 몽땅 강물에 던져버릴 정도로 이 세상이 맘에 들지 않지만 여전히 그는 심각한 것은 싫어한다.

 

그는 런던으로 가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대면한다.

락 밴드와 공연도 같이 하고, 놀이 공원에서 탈을 쓰고 공연을 하기도 하며, 마술사의 보조 노릇도 했다.

그의 모험은 마치 '엄마 찾아 삼만리'에 가깝지만 마치 보일 것 같으면서도 보이지 않은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이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엘리스와도 같다.

도로시와 엘리스... 맞다. 여성 케릭터이다.

패트릭은 분명 남자이지만 남자처럼 살지 않는다.

그는 수업시간에 자신의 출생배경을 소설로 쓰고, 상담쪽지에도 성전환 수술 받는 법을 물을 정도로 엉뚱하고 심각하게 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도 분명 자기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어딘가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지만 무진장 심각한 삶을 살고 있었다.

 

 

 

공연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성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에서 존 카메론 미첼이 주연과 감독을 맡았던 '헤드웍'(2000)을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이다.

'헤드웍'이 젤리를 맛보면서 자본주의 맛에 길들여지듯 '플루토...'에서의 패트릭(혹은 '키튼')의 경우 장미와 캔디의 달콤한 맛에 길들여지면서 자본주의 맛에 길들여진다. (아일랜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처럼 불완전한 국가였고 과거 많은 테러와 작은 전쟁들이 되풀이되었다.) 이 점에서 '헤드웍'과 '플루토...'는 닮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웬지 '헤드웍'에서 뮤지컬 부분만 마치 쏘옥~ 빼놓은 듯한 기분이 드는 영화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영화가 허접하고 단순하다면 그것은 당신의 착각이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진지하게 묻기 보다는 약간 우회하여 묻고 있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드는 닐 조던 감독의 엉뚱하지만 독특한 방식의 스타일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표적인 예가 30개가 넘는 챕터가 등장하면서 짜임새 있게 구성 방식이고, 첫장면이나 끝장면의 경우 새들의 대화를 삽입하는 엉뚱함도 보였다. (웃기는 것은 새(鳥)의 대화 내용은 그냥 새 소리인데 어떠한 자막(영어자막)도 없었고 더 웃기는 것은 이 영화를 국내에서 번역한 분은 그냥 대화 내용을 자막에 풀어버렸다. 상상해서 쓴 대화 내용도 아닌데 새의 대화 내용을 어떻게 번역했는지도 의문이다.)

 

 

'왕의 남자'의 이준기, '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 등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패트릭으로 등장한 킬리언 머피는 남성적인 이미지에서 180도 뒤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아일랜드가 배경인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의 연기를 생각한다면 또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리암 니슨을 비롯해서 아일랜드의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모습은 닐 조던 감독만의 고집있는 스타일을 다시한번 보여주게 된다. 

 

 

 

 

퀴어 영화는 대부분이 해피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해피엔딩을 택한 것은 그래도 아직 삶은 희망적이라는 것이라는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패트릭은 어머니를 만났지만 (물론 전화국 직원으로 꾸미고 나타났다.) 화해도 없었고 용서도 없었다.

다만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면서 행복을 빌어주고 있다. 또한 동네 친구였던 찰리의 아기를 같이 돌봐줌으로써 힘든 고난을 이겨내려고 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동구가 자신의 꿈을 이룬것처럼 '플루토...'의 패트릭은 100%는 아니지만 자신의 꿈을 어느정도 이루었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글쎄... 정말 명왕성(플루토)에서 한가롭게 식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목이 보여주는 판타지처럼 우리 일상에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PS. 이 작품은 영화 음악들이 대박이다.

강아지 사료 광고에서나 많이 들었을 법한 'That Doggy In The Window'나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패어'로 알려진 'The Windmills Of Your Mind', '말죽거리 잔혹사'의 'Feelings', '뮤리엘의 웨딩', '워터 보이즈'에 삽입된 ' Sugar Baby Love'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