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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Tease)... 아무도 기억하지 않은 그들만의 원맨쇼...

송씨네 2007. 5. 24. 13:03

 

 

'나는 90일을 삽니다'...

얼마전 인터넷을 떠들석하게 했던 일명 '90일 여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한 화장품 업체의 티저 마케팅으로 밝혀졌던 이 광고는 이제는 포털사이트의 베너광고에 버젓이 등장하여 네티즌들을 공략하고 있다.

화장품의 유통기한이 90일이라는 것을 마케팅에 활용한 방식은 화제를 모았지만 이제는 이런 광고에 거부감도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화장품 회사는 몇 년전(2005 년)에도 많은이들의 관심과 비판을 받은 광고를 내보낸 경력이 또 있었다.

바로 '문대성, 한 판 붙자!'라는 현수막 광고였다.

 

 

 

서울 전역에 달랑 이 문장만 올라온 이 광고는 당시 태권도 인기스타였던 문대성 씨를 이슈매이커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이 화장품의 남성 전용 브렌드 광고임이 드러났다.

문제는 정작 문대성 씨는 이 광고의 모델이었다는 것과 초반에 그 역시 이 광고의 정체를 모르는 척 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의 인터뷰에 자신도 처음보는 것이라면서 난색을 보였지만 이 역시 계산된 것임이 밝혀졌다.

 

 

 

앞에 잠시 언급한 티저(Tease)의 사전적 의미는 '괴롭히다, 애태우다, 약올리다'이다.

일단 사전적 의미에서 보시다시피 티저의 의미는 그렇게 썩~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티저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궁금증을 유발하여 결국에는 상품을 공개한 후 더 많은 주목을 끌 수 있지 않아서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티저 광고의 교과서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 임은경을 스타로 만든 SK 텔레콤의 'TTL'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재미있게도 TTL은 지금도 이 용어가 무엇의 약자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여전히 그들은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10 대 소녀였던 당시 임은경은 광고 기획사와 제품 회사의 철저한 마케팅에 외부의 노출을 차단했으며 그 방식은 매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의 인적사항과 이름이 공개되었지만 그 후에도 TTL의 오묘한 광고 시리즈는 계속 전파를 탔으며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으기도 한 광고로 손꼽혔다.

 

 

 

 

 

티저 방식의 광고는 이렇게 과거에는 CF 위주로 진행이 되었다.

주로 이동통신 업체나 자동차 업체들이 신상품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인 방법으로 이 방식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길거리의 일명 '센드위치 맨'의 형태로 드러낼 듯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앞의 '90일녀'도 어떻게 보면 이런 '센드위치 맨'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 샌드위치맨 , CF 방식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람들 염장지르고 애간장타게 만드는 것이다.

 

얼마전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던 광고가 있었다.

바로 '아웃백에 도전한다'라는 벽보광고였다.

이런 벽보 광고는 '덴딩광고'라고 불리우는데 얼마전까지 이런 벽보광고는 그냥 인지도가 낮은 작은 회사에나 쓰는 마케팅 방식으로만 사용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뿐만 아니라 새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광고 역시 샌드위치 맨과 덴딩광고, 그리고 CF를 통한 복합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광고의 도전장을 받은 아웃백 측에서는 놀란 표정이었고 당황을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문대성 광고처럼 아웃백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매장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독특한 형태의 티저광고였는데 광고는 그럭저럭 성공하였고 지면 광고 시리즈를 통해 매장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시키기도 하였다.

 

 

 

 

 

외식업체에 아웃백이 특이한 티저광고로 주목을 끌었다면 통신업체로 주목을 끈 것은 바로 'MUST HAVE_____' 시리즈를 만든 스카이였다.

 

거리 광고를 통한 샌드위치 맨 형태의 광고는 물론이요. 두 편의 티저 광고를 통해 주목을 끌게 되었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 광고를 만든 광고주를 찾기 시작했고 마치 콜롬보나 수사반장, CSI를 능가하는 '고주 찾기운동'은 계속 되었다.

그러나 때마침 일부 쇼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의상에 'MUST HAVE'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으면서 더욱 논란은 커져만 갔다. 한 의류업체의 광고라는 의견이 늘어나면서 그 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사실상의 교란작전(?)에 휘말리고 결국 스카이 측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후 스카이의 새로운 광고 캠패인은 좀 약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과거 광고 슬로건인 It' different에 비해 새로운 슬로건인 MUST HAVE _____ 는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물론 다른 광고의 캠패인으로 이 'MUST HAVE ~'가 이용이 되긴했지만 광고 캠패인의 광고는 정작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니깐 패러디나 UCC등의 소재로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경쟁사나 다른 기업체에서 이 캠패인을 모방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광고에서는 그나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과거의 슬로건에서 얻었던 인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티저광고는 새 물건을 알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새로운 광고 슬로건(캠패인)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이미지가 오래 각인된 이상 새로운 캠패인으로 시청자와 네티즌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 위험한 도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표적인 것이 얼마전 KTF와 SK 텔레콤이 보여준 새 브렌드 'SHOW'와 'T'의 티저광고였다.

 

비석에 새겨진 황당한 제목의 글 (하지만 실제 극작가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알았어'의 비석에 새겨진 글은 진짜라고 한다.)을 컨셉으로 삼았던 KTF의 WCDMA 서비스 브렌드 'SHOW'의 티저 광고는 의외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저게 무슨 광고야'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지 큰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젊은 남성이 등장했던 SK 텔레콤의 이동통신 브렌드인 'T'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티저 광고 이후로 제작된 광고는 많은이들의 관심을 끌면서 대부분의 인기 광고들이 그랬듯 패러디되었고 코미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티저 광고는 점차 진화하고 있고 더 대담해지고 있다.

하지만 광고를 보는 시청자가 궁금증보다는 오히려 분노를 쌓게 만드는 마케팅 방식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 들 광고는 화제를 얻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기간의 화제로 제품을 알리는 것보다는 더 다양한 방법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 티저 광고는 광고주나 제품을 만드는 회사, 그들만의 원맨쇼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제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티저 광고보다는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래서 영원히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것이야 말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소비자가 원하는 광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글 

티저... 당신은 누구 시길래... (2005년에 작성한 글)

http://blog.daum.net/songcine81/401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