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컬처 확대경, 컬처 쇼크

왕년의 그 가수들은 왜?

송씨네 2007. 8. 27. 22:33

우토로마을을살리자 상단 우측

 

 

음악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화한다.

과거에는 트로트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그 사이에 댄스와 발라드 장르가 고루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장르는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정말 실력있는 가수들이 등장했다면 지금 가수들은 물론 실력도 좋지만 춤을 비롯한 개인기도 뛰어나야 가수가 되는 시대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노래보다는 그 외의 개인기를 더 많이 본다.

 

가수들은 변화하고 있다.

최근 두 명의 가수들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가요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발라드 가수에서 트로트 가수로 전업한 김혜림

 

 

 

젊은 친구들 중에서 과연 김혜림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런지 모르겠다.

1989년 데뷔한 김혜림은 '디디디'(D.D.D)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당시 청순가련형의 가수들인 강수지나 하수빈도 활약하던 시대였고 파워풀한 김완선도 큰 사랑을 받던 시절이다.

 

아, 여기서 '디디디'가 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바로 지역번호를 일컫는 말로 이 노래의 가사도 공중전화 박스에서 애타게 동전을 넣으며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를 거는 내용을 담은 노래이다.

지금 휴대폰이 발달하고 있고 더구나 동전 공중전화 박스들도 진화를 하거나 사라지는 추세이니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감회가 새로울 수도 있겠다.

 

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 헤어져 있기에 전화 다이얼에 맞춰 아쉬운 마음을 전하네
아련하게 나를 부르는 그대의 그 목소리 언제 들어봐도 왠지 마음만 조급해 지네
더이상 이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마지막 동전 하나 손 끝에서 떠나면
디디디 디디디 혼자서 너무나 외로워 디디디 디디디 가슴만 태우는 그대여

 

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기에 전화 다이얼에 맞춰 난 몰래 그대를 부르네
속삭이 듯 마음을 끄는 다정한 그 목소리 언제 들어봐도 왠지 두 눈엔 이슬만 맺히네
더이상 이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마지막 동전 하나 손 끝에서 떠나면
디디디 디디디 혼자서 너무나 외로워 디디디 디디디 가슴만 태우는 그대여

 

 

김혜림은 이후 7장의 엘범을 낸다.(1999년 비정규 포함)

그러나 1998년 이후 음반 발매를 하지 않는다.

간혹 TV에 나오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후배 가수 '린'이 그녀의 4집 히트곡 중 하나인 '날 위한 이별'을 리메이크 하면서 그녀의 존재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다.

 

원곡 김혜림 씨의 목소리 한번 들어보자.

 

 

하지만 오래 쉬었던지라 컴백은 쉽지 않았다.

김혜림 본인 만큼이나 유명한 어머니 나애심 씨(가수이자 영화배우로 활동했었다.)의 응원도 컸던지라 그녀의 컴백은 한 편으로는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기도 했다.

2007년 동료 가수 전영록의 도움으로 싱글 엘범을 발표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주특기인 발라드를 버리고 가벼운 '세미 트로트' 장르에 도전하게 된다.

타이틀 곡은 '어쩌면 좋아'...

라디오에서 그녀가 트로트를 부른다는 것은 처음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의 첫번째 싱글이자 첫번째 트로트 가수로의 업종전환은 성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업종 변환은 비단 김혜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트로트 가수로 알고 있는 장윤정도 1999년 강변가요제에서 부른 곡은 댄스곡이었다.

하지만 2004년 정식으로 데뷔를 했을 때 그녀는 트로트를 들고 나온 것이다.

어디 그 뿐 일까?

'삼백원'이나 '짝짝짝'으로 알려진 쌍둥이 트롯 듀오 뚜띠의 경우도 1997년 댄스 곡인 '대리만족'으로 데뷔했으나 이후 3년의 공백기간 후 역시 트로트로 업종변환을 한다.

장윤정과 뚜띠의 경우는 이렇게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음에도 트로트 장르에서는 어느덧 빠지면 안되는 가수들로 손꼽히고 있다.

 

여기서 잠시 뚜띠가 댄스 음악을 하던 시절의 노래였던 '대리만족'의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자.

지금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삼백원'이라던가 '짝짝짝'과는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구 혹은 코요테 혹은 베일, 그것도 아니라면...

 

 

김구라는 이름도 낮설지 않으리라 본다.

코요테의 맴버였던 김구는 3집 엘범까지 신지와 김종민과 활동했지만 2000년 마약 복용으로 맴버에서 탈퇴를 하게 된다.

코요테는 약 2년의 공백기를 거쳐 지금의 빽가와 활동중이다.

이후 김구의 소식은 간간히 들려왔지만 그에 대한 소식은 그렇게 많이 들려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왕년의 오빠부대를 거느렸던 가수 김원준이 실력있는 뮤지션들을 대거 영입하여 '베일'이라는 팀을 만들고 복귀하면서 이들 맴버 중에 김구 역시 합류하게 된다.

 

김구에게는 제 2의 전환점이 되었지만 의외의 전환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성우 도전이었다.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예고편이라던가 CF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목소리의 대부분은 바로 김구의 목소리였다.

얼마전에는 그 덕분에 그의 목소리가 등장한 CF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외식 업체의 광고도 있었고 배우 김태희가 출연한 자동차 광고, 그리고 벽걸이 평면 TV 광고에도 그의 목소리가 들어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레퍼와 성우는 역시 목소리로 승부를 거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지만 그러나 극과 극을 달리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김구의 도전은 의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네티즌들의 평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가수로의 컴백보다는 성우로의 데뷔가 더 성공적인 경우다.

 

김구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CF들을 감상해 보기로 하자...

 

 

 

 

 

 

 

 

 

 

얼마전 한 토크쇼에서 왕년의 인기를 구사하던 가수들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소방차의 김태형, 그리고 댄싱 히어로로 주목을 받았던 박남정, 권총춤으로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심신, 그리고 다시 재기를 꿈꾸는 원조 힙팝가수 현진영까지 등장했었던 그 날...

왕년에 80/90(팔공/구공)을 이야기하던 그들은 상대편 후배 가수들('플라이 투 더 스카이'와 '슈퍼 주니어')과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 정말 '한 때는 정말로 왕년에 날렸던 사람들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김혜림이 장르를 바꾸어 컴백하고 김구가 자신과 전혀 다른 직종에 도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수로 산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지금 음악체널을 틀면 수많은 아이돌이라는 이름의 가수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개인기 퍼레이드를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들 중에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앞에 이들 가수들처럼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을런지...

살벌한 가요계를 대선배 가수들이 몸소 체험중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