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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범죄라는 두 얼굴... 낙서!

송씨네 2007. 10. 12. 02:30

 

우리나라 사람도 그렇고 어딜 가던 간에 공통점이 있다면 여러가지가 문화들이 있겠지만 아마도 낙서를 즐기는 문화일 것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특히 할렘가 같은...) 서양에서는 그래피티(graffiti)문화는 활성화 되었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얼마전 성공리에 막을 내린 EBS 다큐맨터리 페스티벌에서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는데 '블루, 카르마, 타이거(Blue, Karma, Tiger)'라는 클래이 애니메이션 다큐였다. 그래피티를 하면서 쫓고 쫓기는 스릴과 더불어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솔직히 이야기했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블루, 카르마, 타이거(Blue, Karma, Tiger 2006/스웨덴)'

 

 

 

어느 나라이건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그래피티는 사실상 불법이다.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낙서라는 것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대나 신촌에 걸려 있는 그래피티들도 일부는 작품성을 인정받고 또한 환경 정화에도 효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그래피티(혹은 낙서라고 불리우고 있는 것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고 많은이들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한다.

 

 

 

 

얼마전 전북 군산에서는 작은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락카로 칠해진 낙서들인데 다름아닌 초등학교 운동장 담에 그려진 것이라는 점과 크기가 크다는 점에서 경찰에서 이래적으로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작년에는 대학로의 도로바닥에 락카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문구가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여기서 노무현 정권을 비하한 내용이 문제가 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관련글 보기

블로거 기자단(몽구 님 기사-2006.4.15) 'FTA 반대' 욕설로 뒤덮힌 대학로 도로

뉴시스 기사(2007.9.18) 초등교 건물 낙서에 '경찰수사 의뢰'

 

 

 

이렇게 낙서는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최근 내가 사는 동내에도 낙서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데 상당히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낙서들이다.

한 정신이상자로 추측되는 이가 녹색 락카로 쓴 글씨는 육교와 버스 정류장을 비롯한 공공 장소에 이유없이 나오기도 했는데 낙서 내용도 '어디로 가시나요?', '천천히 돌아가세요' 등의 뜻을 알 수 없는 낙서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동네 부근의 화장장 건설문제로 한동안 그것을 반대하는 내용의 낙서들이 골치를 썩히더니만 이번에는 이런 낙서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항상 버스를 타고 가면 그 낙서가 상당히 불쾌했었는데 이번에는 또다른 낙서가 발견된 것.

목요일 오전, 길을 나섰다가 도로 바닥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낙서를 발견하였다.

아마도 인적이 드문 밤에 누군가 쓴 것이 분명한 낙서였다.

밤에 폭주족이 출몰하면서 동네가 뒤숭숭하던 때에 벌어진 일이라 더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랑/와) *** 하고 싶다'라고 섰다가 자신들도 민망했는지 지운 흔적도 보인다.)

 

 

 

나는 낙서에 대해서는 긍적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사실 나 역시도 불과 몇년전만 해도 낙서라는 것은 정말 지저분하고 유치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특히 길거리의 낙서들은 말이다.

그러나 상점이나 가게에 걸려있는 낙서들은 의외로 공간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기도 하다.

(물론 여전히 지저분한 낙서들로 상점 분위기가 다운되는 경우도 있지만...)

 

하지만 낙서, 그래피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었던 계기는 군대에서 만난 한 선임이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했지만 내가 늦게 입대를 하는 바람에 그는 나보다 고참이었다.

캐나다에서 살았다던 그는 자신의 팔뚝의 문신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부대에서는 이래적으로 그의 문신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병영생활을 엉망으로 한 것도 아니고 남보다 더 열심히 했던 병사로 기억되는데...

어느 날로 기억된다. 그가 캐나다에서 살던 사진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기막힌 그래피티 사진들과 그림들이었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낙서가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낙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조금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우리 동네에서 벌어진 의문의 낙서사건을 바라보면서 낙서라는 것이 과연 예술인가, 아니면 범죄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는 상태이다.

좋은 일에, 그리고 합법적으로 허락을 받은 상태에서의 낙서(그래피티)는 허용하되 미풍양속을 해치고 이유없는, 뜻도 없는 낙서는 퇴출시키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래피티를 하는 작가들을 퇴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며 그들을 잘 양성화하고 교육한 다음 사회 단체와 협력하여 문화 행사에 투입하거나 어둡고 심심한 도시 미관을 밝게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낙서는 세상에 많다.

(무료로 아이들과 합심하여 벽화를 그리는 사회 단체도 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부 의미없는 낙서들로 인해 거리 미관이 파괴되고 시와 구에서는 자본을 들여 이를 철거하거나 삭제하는 작업을 해야한다.

의미 없는 낙서로 세상이 더럽혀지는 모습은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전문적으로 그래피티를 하시는 분들도 범죄와 예술을 구분짓고 행동하셨으면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갖아본다.

 

 

※ PS.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

그래피티와 낙서를 같이 묶는 이유를 물으신다면 간단하다.

그래피티의 뜻이 낙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적 낙서와 의미 없는 낙서는 구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동감한다.

하지만 이 현실은 예술적 낙서이건 의미 없는 낙서이건 똑같은 낙서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진정한 그래피티는 블로거 고유석 님이 소개한 페이지를 참고바란다.

진짜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그래피티이니깐...

http://blog.daum.net/tomatoagi/1081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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