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에 이상한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 멀티플렉스 체인은 무조건 늘리기 열풍이 강했었다.
멀티플렉스 체인중 최강자인 CGV가 체인을 무섭게 늘리고 있었고 롯데 시네마와 프리머스의 경쟁도 심했다. 반대로 메가박스는 새로운 지점(직영)보다는 위탁(메가라인)에 힘을 쏟고 있으니 이상한 노릇이다.
그러나 의외의 선전은 씨너스였다. 크고 작은 멀티플렉스들의 대표들이 힘을 합하여 만든 이 연합 멀티플렉스 체인은 기존의 지점들에 투자하고 새로운 지점도 만들어나가면서 멀티플렉스 체인의 5강 구도가 만들어졌다.
대학로 판타지움...
씨너스 라인으로 들어갔다가 7월 중으로 상호가 CGV 대학로로 변경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조짐이 참 이상하다.
기존의 지점들이 하나 같이 자신들의 이름을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사실 그 시발점은 어느 지점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CGV의 위탁으로의 전환은 많은 극장들의 간판을 바꾸게 만들었다. 김포공항의 엠파크가 'CGV 공항'으로 바뀐 것을 시작해서 많은 지점들이 자신들의 극장 이름을 버리고 CGV로 간판을 새로 바꾸었다. 또한 기존의 극장을 허물거나 새로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압구정동의 씨네플러스가 '압구정 CGV'로, 강남의 주공공이가 'CGV 강남'으로 바뀐 것이 그것이다. CGV는 현재 직영과 위탁지점을 비슷한 수준으로 각각 늘리고 있다.
얼마전 강동구의 씨네월드가 'CGV 강동'으로 바뀐데 이어 대학로에 'CGV 대학로'를 열 예정이다.
그런데 대학로에 새로짓는 극장터가 있었던가? 당연히 없다!
앞에 이야기했으니 짐작하셨을테지만 이 곳은 과거 판타지움이 있던 자리이고 판타지움은 씨너스 체인으로 들어와 '씨너스 판타지움'으로 문을 열었고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CGV 대학로'로 다시 명칭을 바꾼다. 그리고 청주의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극장인 쥬네스 시네마는 근처 새로운 건물을 짓고 다시 지금의 구 건물과 신 건물을 합쳐서 'CGV 청주'로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란다.
그렇다면 이런 멀티플렉스의 명칭 바꾸기는 CGV만 그런 것인가?
물론 당연히 아니다.
프리머스의 경우 수원의 드림플러스가 '프리머스 수원'으로 변경되었고 신촌에 있던 녹색 극장은 아예 극장이 통째로 이사를 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역시 프리머스 체인으로 입성하였다.
'프리머스 녹색'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그러나 여기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더 있다.
과거 단성사와 서울극장과 더불어 충무로의 빅 3로 자리잡았던 피카디리가 프리머스 체인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아직 확정된 명칭은 아니지만 '프리머스 피카디리'로 극장 명칭이 바뀔 예정이다.
프리머스 피카디리로 변경되는 피카디리...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해 볼 대목이 있다.
왜 피카디리라는 충무로에 대표적인 극장이 자신들의 이름을 포기하고(물론 완전 포기는 아니지만...) 프리머스라는 체인점에 합류하는 것일까?
이는 길건너 단성사나 서울극장의 주말 관객 이동경로와 같은 시간대 피카디리의 관객이동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단성사의 경우 대형 귀금속 상가를 임대하고 푸드코트를 입점하는 등의 모험을 강행했다.
스타벅스와 KFC도 들어왔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단성사의 경우 관객동원에는 문제가 없었다.
더구나 100년의 역사라는 마케팅도 이 곳이 성공하게 만든 이유라는 생각도 든다.
서울극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충무로 박스오피스를 알려면 서울극장을 가보면 될 정도로 서울극장은 박스오피스 자료의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불친절하다는 이야기와 미로같이 복잡한 극장 구조에 대한 물만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음에도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습관이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울극장은 늘지도, 줄지도 않은 관객동원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오히려 서울극장보다 좋은 시설을 갖고 있고 단성사와 비슷한 시설들임에도 불구하고 피카디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티켓팅의 경우도 기존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바코드 스케너로 입장을 시키는 방식을 사용하였고 매점도 맴버쉽 포인트에 사용이 가능하게 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무로 빅 3는 아니지만 대한극장 역시 꾸준한 마케팅와 서비스의 변화로 국가고객만족도 1위를 수상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과거 불친절 극장으로 극장 마니아들 사이에는 소문이 자자했던 극장이 이렇게 변한 것이다.
맴버쉽 서비스의 강화와 오랜지 존(맴버쉽 전용 코너)의 오픈, 조명 시설 강화, 쉼터 강화등으로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상영관을 지나치게 늘린다는 비난은 면치 못했다. (지나친 상영관 확장은 앞에 말한 단성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관객들의 편의 시설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피카디리가 길고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름을 버리는 것은 그만큼 명예보다도 우선은 급급한 것이 수익창출이 목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실제로 단성사의 경우 앞에 말한 스타벅스나 KFC의 입점외에도 보석, 귀금속 상가를 임대하였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피카디리는 지하에 극장을 만든 것이 문제였는지 지상의 귀금속 상가의 임대가 성공적이지 못했다. 스카이 라운지의 대형 레스토랑 정도가 임대를 완료했을 뿐이다.
(시계 방향부터)엠파크 공항이었던 CGV 공항,
신촌에서 연신내로 극장을 이전한 프리머스 녹색,
CGV 라인으로 들어가다가 좌절된 씨너스 서울대점
CGV나 프리머스에 이름을 바꿔 운영하는 극장들은 대부분 위탁으로 운영이 될 예정이다.
(다만 앞에 이야기한 CGV 압구정이나 CGV 강남은 CGV 직영이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게 있다.
극장 이름을 바꾸었다고 모든 극장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앞에 이야기한 판타지움의 경우는 왜 씨너스 체인을 놔두과 다시 CGV 노선으로 변경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주말과 평일 장사가 잘 되는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전히 뭔가 목이 마르다는 이야기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주안역에 입점한 맥나인의 경우도 프리머스 라인으로 들어와서 영업을 했지만 역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지금은 예술전용 극장인 '영화공간 주안'으로 새로운 주인이 운영을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부천 송내역의 씨네올은 '롯데시네마 송내'로 영업을 하였다가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씨네올이란 이름으로 돌아갔다.
다음번에 이야기할 예정이지만 사실 브렌드에 관한 문제는 의외로 상가 업주들에게는 민감하게 다가오는 요소이기도 하다.
서울대 입구역에 문을 열 예정이던 'CGV 서울대'(만약 확정이 되었다면...)는 갑작스런 철회로 인해 이 자리에 씨너스가 들어오는 상황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런데 상가에 입점하기로 했던 상인들이 계약서와 다르다는 이유로 반발을 하게 되었고 오랜 진통끝에 '씨너스 서울대'는 어렵사리 오픈을 하였다. 하지만 가본사람은 알겠지만 CGV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는데에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개인 멀티플렉스들이 자신들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이름을 버리고 기존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란에 허덕인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그러고보면 이들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해법이라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필름포럼(구 허리우드)과 같은 예술전용 극장이나 중앙시네마와 시네코아(현 스폰지 하우스)처럼 작은 소형 멀티플렉스들의 경우는 구조 요청도 힘든 상황이다. 스폰지 하우스의 경우처럼 임대를 하거나 스카라 극장처럼 자폭(철거)하거나 하는 방식외에는 별다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의문을 갖아본다.
과연 이름이 바뀌면 그만큼 더 좋은 서비스와 친절함을 맛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말이다.
판타지움 이야기를 앞에 이야기했지만 판타지움의 경우 특이한 인사법으로 화제가 된 극장이었다.
이른바 '율동 인사'가 그 예인데 놀이공원에서만 보던 율동이 가미된 인사를 예매 발권시와 상영후 퇴장시에 보게 되었으니 이만큼 즐거운 서비스가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판타지움이 속해있던 씨너스 체인의 전 라인이 이 '율동인사'를 모든 지점으로 확대했고 경쟁사인 '롯데 시네마' 역시 전국의 모든 지점에서 이 '율동인사'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율동인사를 선보이고 있지 않은 CGV로 '씨너스 판타지움'(이후 'CGV 대학로'로 변경)이 이동할 경우 이 즐거운 율동인사는 보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속된 말로 '죽쑤어 개 준 꼴'이 되어버린 경우이다.
천안 멀티플렉스인 야우리 시네마...
물론 경영란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정말 극장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없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천안에는 '야우리 시네마'라는 대형 멀티플렉스가 있다.
이 곳에도 물론 얼마전 'CGV 천안'이 입점했다.
하지만 천안 시민들은 여전히 '야우리'를 선호한다.
백화점 같은 편의 시설도 있고 아무래도 오랫동안 천안 시민들에게 각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야우리'도 몇 달전 리모델링을 맞추어 상영관을 늘렸다.
거기다 지방에서 보기 힘들었던 예술영화 상영에도 힘을 쏟았다.
이렇게 막강한 라이벌이 있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1 등이라는 자만심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노력함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피카디리와 녹색 극장이 자신의 브렌드를 버린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부천의 씨네올처럼 지금의 멀티플렉스 브렌드로도 실패한다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위험부담도 겪을수도 있다.
자신있는가?
성공할 자신이 있다면 관객들에게 더 열심히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영화를 상영해 주길 바란다.
말만 브렌드이지 허울뿐인 속빈 강정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브렌드를 바꾸는 극장들은 바로 그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 멀티플렉스... 왜 당신의 이름을 버리시나요?
2. CGV... 당신들이 왕입니다! 평일관람권 축소 논란에 빠지다.
3. 멀티플렉스가 푸드코트를 먹여살리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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